[전중환의 진화의 창]왜 유전자변형식품은 찜찜할까

전중환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2026. 8. 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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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식품이 안전한지 알 수 있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실험이 1996년부터 지금까지 행해진다. 미국과 캐나다의 전인구가 실험집단에 배정됐다. 이들은 수십년간 유전자변형식품(GMO)을 마음껏 먹었다. 오늘날 북미에서 판매되는 가공식품의 약 75%는 유전자를 조작한 옥수수나 대두 같은 원료를 쓰니 말이다. 유럽의 전인구는 통제집단에 배정됐다. 유럽에서 GMO는 가축 사료 용도로만 외국에서 수입된다. 유럽인이 먹는 식탁에 GMO가 오르는 일은 없다. 실험 결과는 어땠을까? 북미인과 유럽인의 건강에 어떤 차이도 발견되지 않았다!

대중의 우려와 달리 과학자 사이에서는 GMO가 안전하다는 명제에 폭넓은 합의가 이뤄져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 세계보건기구, 미국국립과학원 등 권위 있는 국제기관, 107명의 노벨상 수상자, 1000편이 넘는 관련 연구에서 GMO가 전통 방식으로 길러진 작물보다 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증거는 전혀 없음을 확인했다.

생물학자에게 이 결론은 지극히 당연한 말씀이다. 식물은 다리가 없어서 포식자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 그래서 자신을 먹지 못하게끔 독소를 진화시켰다. 예를 들어, 당근에는 과다하게 섭취하면 환각을 유발하는 성분이 있다. 인간은 이러한 식물 독소를 쓴맛이 난다고 느껴서 독을 피한다.

그러므로 ‘자연식품’이라고 해서 GMO보다 특별히 더 안전할 까닭은 없다. 해충에 강하거나 더 맛있는 품종만 골라서 계속 교배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식물 독소가 점점 더 축적되기 쉽다. 대형마트의 판매대에 놓인 거의 모든 채소, 과일, 고기, 곡물, 유제품은 수천년 동안의 이러한 품종 개량을 통해 ‘유전자가 변형된’ 식품이다. 즉, 전통적인 품종 개량도 오늘날의 유전공학도 모두 생명체의 유전자를 변형시키는 과정이다.

왜 전 세계 어디서나 일반 대중은 GMO를 기피하고 두려워할까? 비과학적 GMO 괴담을 버리라고 대중을 꾸짖는 태도는 사태를 되레 악화시킬 수 있다. 진화심리학자 스티븐 핑커는 저서 <빈 서판>에서 먼 과거의 수렵·채집 환경에 맞춰 ‘설계된’ 직관들이 현대사회에서 불협화음을 빚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를테면, 생명체의 형태나 행동, 생리 같은 모든 특성은 그 몸 어딘가에 숨겨진 본질에 의해 온전히 결정된다는 직관이 진화했다. 소의 본질이 소가 뿔이 나게 한다. 돼지의 본질이 돼지가 꿀꿀거리게 한다. 이러한 본질주의적 직관 덕분에 조상 인류는 주위의 동식물에 대해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오리 무리에서 살아도 백조의 알에서 나온 새끼는 결국 백조로 자라남을 올바르게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이다.

본질주의적 직관은 과학적으로 틀렸다. 안타깝게도, 생물학 지식을 접하는 일반 대중은 여전히 자신에게 친숙하고 자연스러운 본질주의 틀에서 사고하기에 유전공학을 오해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일반인은 ‘유전자=본질’이라고 대충 믿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수선화 유전자가 도입된 GMO 황금쌀을 먹으면, 수선화의 본질이 우리 몸 안에 침투하리라 걱정한다. 시금치의 유전자가 도입된 오렌지를 한입 베어 물면, 오렌지에서 시금치의 쓴맛이 나리라 염려한다.

그렇지 않다! 유전자는 본질이 아니다. 유전자는 특정한 단백질을 지정하는 염기서열에 불과하다. 인간 유전체를 이루는 약 2만개의 유전자는 각자 다양한 단백질을 만들 뿐 그들 각각이 인간다움의 본질을 담지는 않는다. 사실, 같은 단백질을 만드는 설계도가 종에 따라 천차만별로 다를 수는 없는 노릇이니 수많은 생물종이 어떤 유전자를 똑같이 공유하는 현상은 대단히 흔하다.

요약하자. GMO에 대한 대중의 막연한 두려움은 모든 생명체의 내부에 순수한 본질이 숨어 있다는 타고난 직관에서 유래한다. 두말할 필요 없이, 이는 대중은 어리석으니 전문가의 충고를 무조건 따르라는 말이 아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만약 시민들이 어떤 것을 역겨워하거나 두려워한다면, 그러한 선호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응당 허용돼야 한다.

GMO에 대한 반대 운동은 타인에게 피해를 준다. 사회에 막대한 경제적·행정적 비용을 떠넘길 뿐만 아니라 GMO를 재배하는 개발도상국 농민에게 시름을 안긴다. GMO 완전표시제 도입을 둘러싼 논쟁에서 정부는 ‘국민의 알권리와 선택권 보장’을 위해 완전표시제를 빠르게 도입하기로 했다. 국민의 ‘알권리’에는 GMO가 안전하다는 과학적 합의를 알 권리도 포함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적인 선택을 기대한다.

전중환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전중환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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