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도 찜통’ 비닐집…“주민세 내지만 정부 지원 없어” 한숨 [현장]

박고은 기자 2026. 8. 5. 19:4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기온이 34도까지 치솟은 지난달 31일 낮 1시. 경기 과천시 꿀벌마을 주민 대부분은 조씨 말처럼 '피신'한 상태였다. 지난해 3월 살고 있던 집이 불에 탄 꿀벌마을 주민 박아무개(61)씨는 "30분 만에 모든 살림이 다 타버렸다. 주민들 모금으로 다른 비닐하우스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지만 늘 불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당시 화재로 꿀벌마을 비닐하우스 21개동 56가구가 모두 탔지만 별다른 복구 지원은 없었다고 한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무허가 판자촌’ 힘겨운 여름나기
경기 과천시 꿀벌마을의 한 주거용 비닐하우스. 박고은 기자

“여름에는 집 안 온도가 42도까지 올라요. 여러 가구가 하나의 전기계량기를 나눠 쓰는 구조라 요금과 합선 우려에 에어컨도 편히 켤 수 없고요. 낮에는 대부분 더위를 피해 경로당, 지하철역 같은 데 갑니다.”(꿀벌마을 주민 조도원씨)

기온이 34도까지 치솟은 지난달 31일 낮 1시. 경기 과천시 꿀벌마을 주민 대부분은 조씨 말처럼 ‘피신’한 상태였다. 이 마을에는 주거용 비닐하우스 350여가구가 모여 있다. 마을은 1980년대 강남권 개발 등으로 밀려난 사람들이 모여 만든 ‘무허가 판자촌’이다.

장마철 침수 탓에 피어난 곰팡이 냄새가 진동하는 마을의 비닐 집들은, 이날 곧장 들이닥친 폭염에 40도 넘는 열기까지 가둔 채였다. 그을린 자국이 남은 곳곳의 집터들이 냉방 장치조차 켜기 힘든 화재 위험 지역임을 오롯이 드러냈다. 상수도 시설이 없어 여름 나기의 기본인 ‘물’조차 사 먹거나 약수터에서 길어 온다. 가혹한 날씨가 곧 ‘생존 전쟁’으로 이어지는 꿀벌마을에는, 다만 그 어떤 정책적 지원도 없다. 조씨는 “주민세는 내지만 불법 건축물이라 정부에서 지원받는 것은 딱히 없다”며 “여름이 빨리 지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경기 과천시 꿀벌마을의 주거용 비닐하우스 안 화장실. 주민들은 배수가 되지 않아 쓰레기통에 물을 받아 버린다. 박고은 기자

‘극한 기후’에 전국 1만여가구로 추정되는 비닐하우스·판잣집 거주자들이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 여름이면 폭염·폭우 대책이 쏟아지지만, 허가받지 못한 이들 주택은 거의 모든 정책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전문가들은 주거 형태의 불법 여부를 떠나 당장 살고 있는 주민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은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짚는다.

고시원, 숙박 시설 등 주택 이외 거처로 규정된 곳들 가운데서도 건축물 자체가 불법인 경우가 많은 ‘판잣집·비닐하우스’는 특히 열악한 처지에 놓여 있다. 국토교통부가 2022년 실시한 ‘주택 이외의 거처 주거실태조사’(5년 단위)에서 전국 판잣집·비닐하우스는 1만132가구로 집계됐다. 서울 강남 구룡마을, 과천 꿀벌마을처럼 과거 도시개발 과정에서 밀려난 이들이 터 잡은 곳들에 많다. 20년 이상 거주자가 27.4%로 가장 많았다.

오래 터 잡고 살아온 사람들이 ‘실재’하지만,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정부조차 ‘현행법상 주택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들 집에 대한 시설 개선이나 냉방·방재 지원에 난색을 보인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주거용 비닐하우스에 대한 지원책은 별도로 논의하지 않고 있다”며 “구체적인 현황도 화재 같은 사고가 발생해 접수되지 않는 이상 파악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경기 과천시 꿀벌마을의 한 주거용 비닐하우스의 천장이 지난달 31일 폭설과 장마로 무너져있다. 박고은 기자

특히 비닐하우스 특성과 빈약한 기반 시설 탓에 자주 불이 나 최소한의 냉난방조차 무섭게 만든다. 지난해 3월 살고 있던 집이 불에 탄 꿀벌마을 주민 박아무개(61)씨는 “30분 만에 모든 살림이 다 타버렸다. 주민들 모금으로 다른 비닐하우스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지만 늘 불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당시 화재로 꿀벌마을 비닐하우스 21개동 56가구가 모두 탔지만 별다른 복구 지원은 없었다고 한다. 지난달 11일에는 서울 서초구 청계산 주변 주거용 비닐하우스 3동과 화훼 비닐하우스 3동이 불에 타 2명이 화상을 입었고, 지난 6월에는 경기 시흥시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화재가 발생해 60대 남성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국가화재정보시스템을 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전국 비닐하우스 화재 발생 건수는 753건으로 3명이 숨지고 28명이 다쳤다.

경기 과천시 꿀벌마을에 사는 박아무개(61)씨의 주거용 비닐하우스가 지난해 3월 불에 타 뼈대만 남았다. 박씨 제공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불법 건축물 여부와 별개로 실제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인 만큼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마련돼야 한다”며 “특히 여름철에는 냉방기 사용으로 과전류, 합선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기 쉬운 만큼 화재감지기, 소화기 등 방재 장비를 보급하고 폭염 쉼터 확대에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