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주민센터는 20분, 경로당은 회원제”…있어도 못 가는 무더위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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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정오 '도심 속 마지막 판자촌'으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올여름 임시 지정된 무더위쉼터 3만여 곳도 대부분 경로당이었다. 마을 꼭대기의 무더위쉼터에는 주민 6명이 찾아 더위를 식히고 있었지만 이곳 역시 회원제로 운영되는 경로당이었다. 감사원도 지난해 7월 회원제 경로당 위주로 무더위쉼터를 지정·운영하면 폭염 피해 예방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지만 올해도 운영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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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65세 미만 주민 이용 한계
취약층 거주지 28%는 도보 5분 밖
6만곳 넘지만 공공쉼터 역할 미흡
“생활권·이동 능력 반영 배치해야”


4일 정오 ‘도심 속 마지막 판자촌’으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한낮 기온이 37도까지 치솟자 주민 10여 명이 ‘화재 대피소’라고 적힌 천막에 모여 선풍기 다섯 대가 내뿜는 미지근한 바람으로 더위를 버텼다. 며칠 전 설치한 이동식 냉방기도 찬 바람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강남구는 이동식 에어컨 3대를 지원했다고 밝혔지만 주민들이 체감하는 효과는 크지 않았다.
바로 옆 자치회관이 공식 무더위쉼터로 지정돼 있었지만 좁은 공간에는 이미 주민 10여 명이 머물러 사실상 포화 상태였다. 인근 쉼터 상당수는 회원제로 운영되는 경로당이라 일반 주민이 이용하기 어려웠다. 결국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은 직선거리로 약 1㎞ 떨어진 개포1동 주민센터다. 구룡마을의 한 70대 주민은 “언덕을 넘어 20분을 걸어야 해 이렇게 더운 날 노인에게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폭염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무더위쉼터가 경로당과 마을회관에 편중되면서 실제 수요를 충분히 받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설 수뿐 아니라 이용자의 생활권과 이동 능력, 연령과 주거 형태를 반영해야 취약 주민이 보호망 밖에 남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5일 서울경제신문이 재난안전데이터공유플랫폼을 통해 행정안전부의 무더위쉼터 현황 오픈API를 분석한 결과 전국 6만 841곳 가운데 노인·사회복지시설은 5만 195곳으로 82.5%에 달했다. 공공시설과 관공서는 6928곳으로 11.4%에 그쳤다. 올여름 임시 지정된 무더위쉼터 3만여 곳도 대부분 경로당이었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개미마을에서도 상황이 비슷했다. 마을 꼭대기의 무더위쉼터에는 주민 6명이 찾아 더위를 식히고 있었지만 이곳 역시 회원제로 운영되는 경로당이었다. 마을 최상단에 있어 접근성도 떨어졌다. 65세 미만 비회원이나 마을 아래쪽 주민은 멀리 떨어진 홍제2동·3동 주민센터까지 이동해야 했다.
경로당은 일정 연령 이상이거나 회원으로 가입해야 이용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정부 통계상 쉼터로 집계되더라도 비노인 취약계층과 비회원 주민에게는 실질적인 공공 쉼터 역할을 하지 못할 수 있다. 감사원도 지난해 7월 회원제 경로당 위주로 무더위쉼터를 지정·운영하면 폭염 피해 예방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지만 올해도 운영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경로당을 제외한 공공 무더위쉼터의 접근성도 문제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연구진은 서울 전역을 가로·세로 100m 격자로 나눠 폭염 위험도와 취약계층 분포, 쉼터 접근성을 분석했다. 건물 밀집도와 녹지 분포, 폭염·열대야 일수 등에 성인의 평균 보행 속도를 적용해 공공 쉼터에 5분·10분·15분 안에 도달할 수 있는지를 따졌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경로당은 접근성 분석에서 제외했다.
그 결과 서울의 폭염 취약계층 거주지역 가운데 약 28%는 걸어서 5분 안에 공공 무더위쉼터에 닿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은평·강서·서초구는 접근 사각지대가 상대적으로 많은 지역으로 분류됐다. 단순히 쉼터 수가 많아도 실제 이동할 수 없다면 폭염 대응 효과가 제한된다는 의미다.
이상은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쉼터 숫자가 충분해 보여도 주민들이 실제 이용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며 “취약계층이 밀집한 지역일수록 생활권 안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동건 기자 brassgun@sedaily.com채민석 기자 veg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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