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폭염 이어 ‘불다람쥐’ 공포…현직 소방관 포함 방화범 402명 체포

천호성 기자 2026. 8. 5.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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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가 40도 폭염에 뒤이은 '방화 공포'에 떨고 있다. 올 여름 400여명이 산에 불을 놓다가 붙잡혔는데 이 중엔 현직 소방대원도 있었다. 로랑 뉘녜즈 프랑스 내무장관은 4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범부처 위기관리센터에서 "올 여름 동안 산불과 관련해 402명이 체포됐다. 156명(38.8%)은 미성년자였다"고 발표했다. 페르피냥 지방검찰청장 제롬 부리에는 이 매체에 "미성년자가 방화범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들의 행동은 무분별한 경우가 많다"며 "폭죽을 이용해 불을 내거나 단순한 장난으로 불을 붙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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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프랑스 남서부 지롱드 르포르주에서 주민 마리위스 사부가 산불로 잿더미가 된 자기 집을 살펴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프랑스가 40도 폭염에 뒤이은 ‘방화 공포’에 떨고 있다. 올 여름 400여명이 산에 불을 놓다가 붙잡혔는데 이 중엔 현직 소방대원도 있었다.

로랑 뉘녜즈 프랑스 내무장관은 4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범부처 위기관리센터에서 “올 여름 동안 산불과 관련해 402명이 체포됐다. 156명(38.8%)은 미성년자였다”고 발표했다. 체포된 사람 중 36명은 법원에서 이미 유죄 판결을 받았거나 구금된 채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르몽드에 따르면 지난해 1년 동안엔 25명이 방화 혐의로 입건됐고 실제로 기소된 사람은 5명 이내였다. 1년 새 방화범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올 여름 프랑스 산불은 역대 최대로, 불에 탄 면적이 12만㏊에 이른다. 파리시의 11.4배, 축구장 16만8000개 넓이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13일 파리 교외 퐁텐블로숲에서 번진 산불은 19살 의용소방대원이 질렀다. 그는 잔가지를 모아 휘발유를 부은 뒤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 화재로 유네스코 지정 생물권보전지역인 퐁텐블로 숲 2000㏊(축구장 2800개 넓이)가 잿더미가 됐다.

센에마른 지역 소방구조국은 그를 직무 정지한 뒤 침통함을 감추지 않았다. 소방구조국 이사회 의장 이졸린 가로는 지난달 15일 성명을 내어 “혐의가 최종적으로 확인된다면 이는 배신행위”라며 그가 한 짓에 “경악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를 “방화에 의한 재산 파괴” 혐의로 구금해 수사 중이다.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 인근 바르 지역에선 열흘 넘게 방화가 반복돼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다. 이 지역에선 지난달 24일, 31일에 이어 이달 3일에 방화범이 각기 다른 지점에서 불을 놓는 모습이 목격됐다. 화재가 진압될만 하면 누군가 새로 불을 질러 1850㏊가 탔다. 바르 도지사인 시몽 바브르는 4일 기자들에게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 사이 몽포르쉬르아르장에서 방화범들이 다시 나타나 화재가 발생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르몽드는 산불 내는 사람 상당수가 그저 “재미”를 위해 불을 놓는 것으로 봤다. 페르피냥 지방검찰청장 제롬 부리에는 이 매체에 “미성년자가 방화범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들의 행동은 무분별한 경우가 많다”며 “폭죽을 이용해 불을 내거나 단순한 장난으로 불을 붙인다”고 전했다.

앙갚음이나 화풀이 목적도 있다. 산불을 일으켜 남의 목숨을 위협하거나 재산 손해를 입힌 뒤, 경찰에 붙잡히면 ‘실수였다’고 발뺌하는 식이다. 지난달 30일 남동부 울리울에선 39살 남성이 만취 상태로 슈퍼마켓에서 쫓겨났다가, 가게 옆 관목에 불을 질러 40㎡를 태웠다. 그는 라이터 고장 탓에 일어난 실수라고 주장했지만, 그가 슈퍼마켓을 “불태워버리겠다”고 중얼거렸다는 목격자 증언이 나오며 덜미를 잡혔다. 그는 형사법원에서 방화에 의한 재산 파괴 혐의로 징역 12개월을 선고받았다.

최근 산불로 잿더미가 된 프랑스 남서부 지롱드 아르카숑만 일대 숲의 4일 모습. AFP 연합뉴스

충동조절장애의 하나인 ‘방화충동증’ 탓에 별 동기 없이 불 지르는 일도 있다. 방화충동증은 불에 대해 병적인 매력을 느끼는 정신질환이다. 르몽드는 프랑스 대법원 공인 정신의학자인 로랑 라예를 인용해 방화범의 3∼5%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짚었다. 라예는 “불이 만들어내는 흥분을 더 오래 느끼기 위해 이들은 화재 진압에 참여하기까지 한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엄벌 방침을 내세워 방화 방지에 안간힘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잿더미가 된 퐁텐블로 숲을 방문해 “어떤 관용도 없을 것이다.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화재가 번질 때마다 사람들의 생명이 위험해지고 국가 영토가 공격받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프랑스 전역에 이처럼 많은 화재가 발생한 적이 없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로 이런 상황을 겪은 일이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그 뒤에도 방화가 줄지 않자 당국은 ‘입산 금지’ 카드를 꺼내는 추세다. 프랑스 본토 면적이 한국 5배가 넘어 모든 산림을 감시할 수 없으니, 산불 위험 특보가 내려진 숲은 아예 출입을 막는 것이다. 연쇄 방화에 시달린 바르의 경우 4일부터 4개 숲의 통행을 폐쇄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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