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원화도 흔들리면 안 된다"…환율정책, 엔화 넘어 아시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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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환율 정책이 엔화를 넘어 아시아 통화 전반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엔화 약세가 다른 아시아 통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한국 원화의 높은 변동성과 중국 위안화의 저평가를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베선트 장관이 엔화 약세가 원화와 위안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직접 언급한 만큼, 시장에서는 미국의 이번 조치를 일본 지원에 그치지 않고 아시아 통화 전반의 연쇄적인 불안과 미국 국채시장 충격을 동시에 차단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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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미국의 환율 정책이 엔화를 넘어 아시아 통화 전반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엔화 약세가 다른 아시아 통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한국 원화의 높은 변동성과 중국 위안화의 저평가를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일본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FIMA(Foreign and International Monetary Authorities Repo Facility) 레포기구를 활용해 외환시장 개입 자금을 조달할 방침이다. 미국이 미·일 공동 외환시장 개입에 이어 연준의 달러 유동성 지원 장치 활용까지 추진하면서 아시아 환율 안정에 정책의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베선트 장관은 4일(현지시간) CNBC 인터뷰에서 "엔화가 상당히 약세를 보인다면 다른 통화들도 그 뒤를 따라갈 것"이라며 "우리는 한국 원화의 과도한 변동성을 목격해왔다. 많은 사람은 중국 위안화가 저평가돼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1997~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의 원인 가운데 하나는 지나치게 약했던 엔화였다"며 "안정적인 엔화 가치는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베선트 장관은 추가 개입 가능성에 대해서도 "도쿄와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며 "미국 경제와 미국 납세자에게 도움이 되고 세계 경제를 안정시키는 방식이라면 어떤 일이든 일본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의 발언은 원화 역시 지나친 약세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미국 정부의 인식을 드러낸다. 한국은 지난해 한미 무역협정에 따라 약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원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면 이 투자 부담은 그만큼 커진다. 미국 입장에서도 원화 안정은 남의 일이 아닌 셈이다. 결국 미국은 엔화뿐 아니라 원화 안정 역시 자국의 경제적 이해와 직결된 문제로 보기 시작했다.
이 같은 발언 직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정부가 일본의 엔화 방어를 지원하기 위해 연준의 FIMA 한도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선트 장관도 CNBC 인터뷰에서 "연준이 레포 규모 확대를 고려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바로 이런 상황을 위해 마련된 제도"라고 말했다.
FIMA는 해외 중앙은행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담보로 연준에서 달러를 빌릴 수 있는 제도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해외 중앙은행들이 미국 국채를 대거 매도하는 것을 막아 미국 국채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도입됐다.
베선트 장관은 현재 거래 상대방당 600억달러로 제한된 차입 한도를 확대해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연준에 협조를 요청했다. 일본 정부도 앞으로 외환시장 개입 재원을 마련할 때 FIMA를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FIMA가 확대되면 일본은 약 1조1000억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를 시장에 매각하지 않고도 필요한 달러를 조달해 엔화를 방어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조치는 엔화 방어뿐 아니라 미국 국채시장 안정이라는 목적도 담고 있다. 기존 방식대로라면 일본은 외환시장 개입을 위해 미국 국채를 매각해 달러를 확보해야 하지만, FIMA를 활용하면 국채를 담보로 달러를 빌릴 수 있어 시장에 대규모 매도 물량을 내놓지 않아도 된다.
최근 3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가 5.28%까지 오르며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한 상황에서 일본의 국채 매각 부담을 줄여 미국 국채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베선트 장관이 엔화 약세가 원화와 위안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직접 언급한 만큼, 시장에서는 미국의 이번 조치를 일본 지원에 그치지 않고 아시아 통화 전반의 연쇄적인 불안과 미국 국채시장 충격을 동시에 차단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다만 FIMA를 환율 개입 재원으로 활용하는 데 대해서는 반론도 적지 않다.
FIMA 레포기구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달러 자금시장 경색을 막기 위해 도입됐으며, 2021년 상설화됐다. 하지만 제도의 전제는 금융시장 기능 훼손이나 달러 유동성 위기와 같은 비상 상황이다.
FIMA 한도 확대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승인이 필요한 사안이다. 일반적으로 연준은 금융시장 기능이 심각하게 훼손되거나 금융안정이 위협받을 때만 이런 비상 유동성 장치를 활용해왔다. 현재 미국 금융시장이 위기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만큼 이번 요청은 통화정책이라기보다 행정부의 환율 정책을 지원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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