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봉제공장·전통시장은 ‘헉헉’, 카페는 만석…40도 폭염에 자영업 ‘극과극’ [중기+]

김서현 2026. 8. 5.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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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역에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4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한 봉제공장. 또 다른 봉제공장의 객공 이진구(52) 씨는 "동대문 의류 상인들이 생산을 중국 등 해외로 돌린지가 벌써 10년은 넘었다. 게다가 더위로 더 적어지는 일감에 객공 간 경쟁도 최근 치열해졌다"며 "각자 일하는 만큼 돈이 되니 더워도 한시도 쉬지 못하고 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액세서리 부자재 점주는 "부자재를 사도 상가 안에서는 직접 꾸밀 공간이 없어 카페나 다른 장소를 찾아가야 한다"며 "날씨가 너무 더우니 재료를 사서 이동하고 작업하려는 사람도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한동안 유행이 지난 업종으로 여겨졌던 아이스크림·빙수 전문점도 폭염 덕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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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신동 봉제공장, 먼지 탓 에어컨 가동 못해
일감 줄었지만 일당·납기 탓 휴일없이 근무
전통시장·철물점은 폐기비·전기료 부담 가중
카페·빙수점 등 폭염 특수에 매출 급상승
4일 오후 2시께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한 봉제공장.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날이지만 에어컨도 없이 선풍기 한 대로 버티는 모습. [김서현 기자]

[헤럴드경제=홍석희·김서현 기자] 서울 전역에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4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한 봉제공장. 에어컨도 없는 10평 남짓의 1층 재단실에서 재단사 박중훈(58) 씨가 옷감 사이를 바삐 오가며 천의 길이를 쟀다. 천장이 낮은 작업장은 바닥부터 벽면까지 원단으로 빽빽했다.

재단대 앞 두 사람을 식히는 냉방기구는 낡은 초록색 선풍기 한 대가 전부였다. 박씨는 “원단에서 먼지가 많이 날려 에어컨은 아예 못 쓴다”며 “선풍기는 매일 닦아도 먼지가 가득 껴서 회색이 된다”고 말했다. 박씨 말대로 1층 재단실엔 에어컨이 아예 설치돼 있지 않았다.이마와 목덜미에선 쉴 새 없이 땀이 흘렀다. 그럼에도 두꺼운 검은색 면 마스크는 벗을 수 없다. 원단을 자를 때마다 미세 섬유 먼지가 날리기 때문이다. 미세 섬유 먼지는 방직 노동자들의 직업성 호흡기질환 ‘면폐증’을 일으킨다.

20평가량의 지하 재봉실에선 객공 6명이 에어컨 한 대로 버틴다. 희망 온도는 26도로 설정돼 있지만 환기가 불가능하고 옷감이 빽빽하게 보관돼 있어 체감 온도는 더 높았다. 객공 김모(61) 씨는 “우리는 월급을 받는 근로자가 아니라 정해진 휴식시간도 없다”며 “잠깐 나가서 쉬려고 해도 밖은 너무 더워서 쉴 수도 없다. 차라리 재봉실이 낫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보통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근무한다. 14시간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움직이는 탓에 등은 땀으로 모두 젖은 상태였다.

한여름은 의류업계의 전통적인 비수기다. 올해는 기록적인 더위에 외출과 의류 소비까지 줄면서 기성복 주문이 더 감소했다는 게 현장 설명이다. 또 다른 봉제공장의 객공 이진구(52) 씨는 “동대문 의류 상인들이 생산을 중국 등 해외로 돌린지가 벌써 10년은 넘었다. 게다가 더위로 더 적어지는 일감에 객공 간 경쟁도 최근 치열해졌다”며 “각자 일하는 만큼 돈이 되니 더워도 한시도 쉬지 못하고 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4일 오후 2시께 서울 종로구 창신동 시장 내 한 반찬가게. 더운 날씨에 음식이 빠르게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반찬 위엔 얼음물이 올려져 있고 선풍기 두 대가 돌아가고 있다. [김서현 기자]

제조업 골목의 이중고는 주변 시장으로도 번지고 있었다. 인근 봉제공장과 제조업체가 하나둘 사라지면서 시장의 고정 손님도 함께 줄었는데, 기록적인 폭염으로 유동인구마저 줄어든 탓이다. 창신동 시장에서 10년째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윤미향(64) 씨는 “올해가 가장 덥다. 아프리카에 온 줄 알았다”며 “손님은 줄었는데 돈 나갈 일만 늘었다”고 전했다.

가게 앞에 진열한 반찬에 열기가 차지 않도록 틀어 놓던 선풍기는 한 대에서 지난달 두 대로 늘렸다. 반찬통 위에는 얼린 생수통까지 올려뒀다. 반찬도 이전에는 오전에 하루치를 한꺼번에 만들었지만, 지난달부터 오전과 오후로 나눠 두 차례 조리하고 있다. 더위에 음식이 빠르게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추가 작업을 맡은 직원에게 지급하는 수당도 늘었다. 음식물 폐기량도 하루 최소 20L로, 작년 같은 기간의 두 배 수준으로 불어났다. 윤씨는 “너무 덥고 장사도 안돼 가게를 빨리 넘기고 싶지만 요즘에는 자영업을 하겠다는 사람도 씨가 말랐다”고 토로했다.

통창을 모두 열어 놓고 영업을 해야 하는 과일·채소 가게는 대체로 에어컨조차 설치돼 있지 않았다. 창신동의 한 과일가게 점주는 “낮 시간에 일하는 직원이 너무 더워해 냉장고 문이라도 반쯤 열어 놓고 일하라고 했다”며 “장사가 안돼 전기료도 걱정되지만 사람이 쓰러지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동대문종합시장 점포들도 폭염으로 한숨을 쉬었다. 액세서리 상가에서는 작년부터 볼펜·신발·슬리퍼 꾸미기 등의 유행에 힘입어 부자재 판매가 잠시 증가했다. 그러나 이번 여름 들어 손님이 다시 줄었다. 한 액세서리 부자재 점주는 “부자재를 사도 상가 안에서는 직접 꾸밀 공간이 없어 카페나 다른 장소를 찾아가야 한다”며 “날씨가 너무 더우니 재료를 사서 이동하고 작업하려는 사람도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형 상가 전체를 냉방하는 비용이 관리비에 반영되는 것도 부담이다. 손님이 한 명뿐이어도 매장을 열어 놓은 동안에는 냉방을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점주는 “손님은 줄었는데 전쟁 때문에 수입 부자재 가격과 냉방비는 계속 오른다”며 “비슷한 제품을 파는 가게가 많아 가격까지 마음대로 올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 중구 을지로4가역 일대 철물·타일거리도 한산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폭염으로 공사 일정까지 미뤄지면서 자재 주문이 줄어든 영향이다. 한 타일점 점주는 “여름이 원래 비수기이기는 하지만 올해처럼 손님이 없었던 적은 처음”이라며 “지난달부터는 하루 종일 손님이 한 명도 오지 않는 날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엔 부동산 시장까지 완전히 얼어붙어 시공 자체가 줄었다”며 “무더위까지 겹치면서 어느 때보다 힘든 여름을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철물점을 운영하는 박모(49) 씨도 “전쟁과 물가 때문에 물건을 들여오는 가격은 작년부터 계속 올랐는데 폭염으로 손님까지 사라져 가혹한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손님이 언제 들어올지 몰라 영업시간 내내 에어컨을 가동해야 하는 탓에 매출이 없어도 전기료는 꼬박꼬박 나갔다.

박씨는 냉방비나 물품대금 지원과 같은 일시적인 현금성 지원만으로는 불황을 버티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힘들 때 소상공인 대출이라도 원활하면 좋겠는데 대출까지 받기 어려워졌다”며 “매출이 살아날 길은 보이지 않고 나갈 돈만 늘어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4일 오후 3시께 서울 중구의 한 대형 카페에 시민들이 더위를 피해 몰려들며 60석이 가득 찼다. [김서현 기자]

반면 카페 업종은 폭염을 피해 몰려든 시민들로 특수를 누렸다. 을지로의 한 카페는 평일 오후인데도 60석이 모두 찼고, 주문을 기다리는 줄도 늘어섰다. 한 카페 관계자는 “7월 매출이 6월보다 30% 이상 늘었다”며 “냉방비도 많이 나오지만 증가한 매출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양복 차림으로 땀에 젖어 카페에 들어온 이재훈(35) 씨는 “거래처 미팅에 가기 전 택시를 기다리는데 잠깐 서 있는 동안에도 땀이 줄줄 났다”며 “조금이라도 시원한 곳에서 쉬려고 음료를 주문했다”고 말했다.

한동안 유행이 지난 업종으로 여겨졌던 아이스크림·빙수 전문점도 폭염 덕을 봤다. 서울 중구의 한 빙수 프랜차이즈 가맹점 직원은 “2010년대 크게 유행한 뒤에는 ‘한물 간 브랜드’라는 이미지 탓에 여름이라고 특별히 매출이 오르지는 않았다”며 “올해는 유독 더워서인지 지난해 여름보다 매출이 확실히 늘었다”고 말했다.

종로구의 한 요거트아이스크림 가맹점주 역시 “재작년 한참 유행하다가, 가맹점 수 증가와 비싼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 등으로 지난해에는 매출이 주춤했다”며 “올해는 홀 손님이 많지 않아도 배달 주문이 끊이지 않아 매출이 재작년에 가깝게 잡히고 있다”고 전했다.

※객공(客工)은 미싱사로도 불린다. 정해진 월급이나 고정급 없이, 완성한 작업량(개수)에 따라 임금을 받는다. 봉제공장에 소속돼 일하지만 정식 직원은 아닌, 사실상 특수고용 형태의 노동자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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