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남미로 향한 AI 인프라 승부수…브라질 GW급 데이터센터가 열쇠

최진홍 기자 2026. 8. 5.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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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정부는 소버린 AI 참여 요청, 풀스택 역량이 협상 카드로

AI 데이터센터를 지을 땅과 전력을 가진 나라는 늘고 있지만 GPU 클러스터부터 자체 모델까지 전 과정을 직접 굴려본 기업은 손에 꼽힌다. 남미가 글로벌 AI 인프라의 새 거점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국내 기업이 이 시장에서 어떤 지분을 확보할 수 있을지 가늠할 기회가 열렸다.

팀네이버가 이재명 대통령의 남미 3개국 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해 브라질과 칠레의 주요 AI 기업 및 정부 고위 관계자와 잇따라 만나 협업 기회를 논의했다고 4일 밝혔다. 네이버 최수연 대표와 구동현 전략기획부문장, 네이버클라우드 김유원 대표가 현지 미팅에 직접 나섰다.

이번 접촉이 주목받는 이유는 논의 구조에 있다. 부지와 전력은 현지 사업자가 대고 GPU 운영과 AI 플랫폼은 네이버가 맡는 방식이라 자본 부담을 나누면서 해외 시장에 발을 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이 해외 AI 인프라 시장에서 설비 투자자가 아닌 운영 파트너로 자리를 잡는 경로를 시험하는 셈이다.

첫 방문지 브라질에서는 대형 AI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사업을 운영하는 스칼라 데이터 센터즈(SDC)와 텍토 데이터 센터즈(TDC) 경영진을 차례로 만났다. SDC는 브라질 남부 엘도라두두술에 최종 4.75GW 규모의 초대형 AIDC 캠퍼스를 조성하는 'Scala AI City'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TDC는 상파울루 광역권 산타나 지 파르나이바에 최대 200MW 규모의 고밀도 AI 특화 데이터센터를 짓는 TGRU1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회사제공

양측 논의의 핵심은 두 회사가 조성 중인 데이터센터 안에서 팀네이버가 GPU와 AI 클라우드를 직접 운영하는 그림이다.

브라질은 물론 인근 국가의 기업과 AI 스타트업을 상대로 컴퓨트를 판매하는 공동 협업 모델을 놓고 심도 있는 대화가 오갔다. 남미 전역의 AI 수요를 브라질 거점에서 흡수하겠다는 구상이 담긴 대목이다.

팀네이버는 춘천과 세종 데이터센터의 무중단 운영 경험, 고효율 액체냉각 기술 노하우, GW급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추진해본 이력을 협상 테이블에 올렸다. AIDC 기술 교류와 운영 파트너십을 두고도 의견을 주고받았다. SDC와 TDC 경영진은 데이터센터와 GPU 클러스터, AI 플랫폼에 더해 자체 모델과 서비스까지 AI팩토리 전 영역을 직접 운영해온 네이버의 '풀스택 AI' 역량을 높게 평가하며 팀네이버가 제안한 공동 협업 모델과 파트너십을 두고 구체적인 실무 논의를 이어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찾은 칠레에서는 현지 최대 통신사 Entel 경영진과 마주 앉았다. Entel은 칠레 모바일 시장 1위이자 페루 2위 사업자로 기업용 보안과 클라우드, IoT 등 디지털 솔루션 사업도 함께 운영한다. 양측은 SaaS 유통과 스마트시티 사업, GPU 클러스터 구축 등 여러 분야에 걸쳐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통신망을 쥔 현지 사업자와 손을 잡으면 기업 고객 접점을 빠르게 넓힐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칠레에서의 두 번째 무대는 정부였다. 팀네이버 경영진은 카롤리나 로시 과학기술혁신부 차관과 로드리고 두란 국립인공지능센터(CENIA) 사무총장, 에두아르도 문트 재무부 차관 비서실장 등 고위 관계자를 만나 정부·공공기관 대상 AI 전환 사업과 국가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에서의 협업 가능성을 타진했다. 이 자리에서 범정부 지능형 업무 관리 플랫폼 '네이버웍스'와 AI 안부 전화 서비스 '클로바 케어콜' 등 네이버클라우드가 공공 현장에서 실제로 운영 중인 AI 솔루션을 소개했다.

칠레 정부 관계자들은 자국 역시 「디지털정부전략 2030」에 따라 공공 AI 전환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팀네이버가 보유한 공공 AI 서비스 솔루션에 큰 관심을 보였다.

여기에 네이버가 대규모 GPUaaS를 제공하는 사업자이자 소버린 AI 비즈니스를 주도할 수 있는 전 세계 몇 안 되는 핵심 기업이라는 점에 주목하며, 칠레 정부가 구상하는 자체 소버린 AI와 컴퓨팅 인프라 사업에 네이버가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참여해달라고 당부했다. 데이터 주권을 자국 안에서 확보하려는 각국 정부의 움직임이 국내 AI 기업에 새로운 수요처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남미는 풍부한 에너지 자원과 빠르게 성장하는 디지털 수요를 바탕으로 글로벌 AI 인프라의 새로운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이번 순방을 계기로 현지 정부 및 주요 기업들과 네이버의 풀스택 AI 기술과 운영 경험을 접목할 수 있는 구체적인 협력 기회를 확인한 만큼, 후속 실무 논의를 통해 남미 지역의 AI 인프라 구축 등 관련 산업 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