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반복 담합엔 등록취소ㆍ영업정지 도입 추진
민생침해 근절ㆍ乙 협상력 강화에 방점
담합 처분시효 및 과징금 상한도 확대
유통ㆍ하도급 대금지급 기한은 대폭 단축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반복적으로 담합을 저지르는 사업자에 대해 등록취소ㆍ영업정지 도입을 추진한다. 반면 중소기업ㆍ소상공인의 단체협상은 담합 규정에서 제외한다. 또한 유통 업체의 납품 대금과 하도급 대금 지급 기한을 대폭 단축한다.
공정위는 4일 발표한 ‘2026년 하반기 주요업무 추진계획’에서 △민생분야 공정거래질서 확립 △경제주체 간 힘의 불균형 완화 △디지털 시장 혁신 생태계 조성 △대기업집단 경제력 집중 완화 등을 4대 핵심 과제로 잡았다. 이를 통해 ‘독과점 구조개혁과 공정성장 기반 조성’의 비전을 달성한다는 복안이다.
이 중에서도 담합 등 민생침해 행위 근절, 을(乙)의 협상력을 강화하는 등 경제적 약자 보호에 무게중심이 쏠렸다.
올 상반기 설탕ㆍ밀가루ㆍ전분당 등 먹거리 품목을 중심으로 매출액 기준 20조원 규모의 역대급 담합을 적발한 공정위는 하반기에도 담합 제재에 대한 고삐를 더욱 죈다. 담합 처분시효를 현행 최대 12년에서 15년으로 늘리고, 법 위반으로 인한 부당이득을 초과하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도 있도록 과징금 상향을 대폭 상향한다. 담합 과징금은 현행 20%에서 30%, 독점력 남용에 대한 과징금은 현행 6%에서 20%까지 올릴 작정이다.
반복 담합에 대한 제재는 한층 무거워진다. 담합 반복 사업자에게 등록취소ㆍ영업정지의 강력한 제재 도입을 검토하고, 자진신고 감면 혜택도 조사개시 전후로 차등화해 제도 악용을 차단한다.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이나 담합에 지분매각ㆍ영업양도 등 기업의 지배구조를 제한하는 조치를 검토한다. 다만 “극히 예외적인 경우 보충적으로 발동되도록 신중히 설계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반면 중소기업ㆍ소상공인 등 약자들이 대기업 등 강자에 대항하는 단체협상은 담합에 해당하지 않도록 공정거래법 체계를 개편한다. 노동조합ㆍ노무제공자 등의 행위도 공정거래법 규율 대상에서 제외한다. 경제주체 간 힘의 불균형을 완화시킨다는 취지인데, 이는 을이 받는 대금에도 적용된다.
공정위는 대규모유통업법을 개정해 대규모 유통업체의 납품대금 지급기한을 현행보다 50% 단축하기로 했다. 직매입 거래는 60일에서 30일로, 특약매입 등은 40일에서 20일로 각각 줄어든다. 하도급 분야 역시 현행 60일인 지급기한을 합리적 수준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소기업의 자금 유동성을 옥죄어온 ‘늑장 지급’ 관행에 메스를 댄 셈이다.
하도급 대금에는 아예 ‘3중 보호장치’를 구축한다. 이달부터 시행되는 지급보증의무 확대 제도의 시장 안착을 점검하는 한편, 발주자 직접 지급의 실효성을 제고한다. 또한 전자대금지급시스템 사용 의무화를 위한 하도급법 개정도 병행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안정적으로 지급받을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만드는 데 방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경제적 약자의 협상력을 키우는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가맹점주단체에는 실질적 협의권을, 하도급업체ㆍ대리점주에는 단체구성권을 각각 명문화하는 법 개정을 하반기 과제에 포함했다.
조선ㆍ플랜트ㆍ전력 등 국가기반 산업의 불공정 하도급을 집중 점검하고, 산업재해가 빈발하는 분야에서 안전관리 비용ㆍ책임을 하도급업체에 떠넘기는 행위는 엄정 제재하기로 했다. 유통 분야에선 모바일 상품권 수수료를 가맹점주에게 전가하는 행위, 대금 지급을 지연시키는 행위 등 ‘고질적 갑질’을 정조준했다. 익명제보센터와 기술보호감시관 12명을 앞세운 감시체계 고도화도 이 같은 대응력을 뒷받침한다.
전속고발제 개편도 눈에 띈다. 일정 수 이상의 국민과 중앙행정기관, 광역 지방정부에 직접 고발권을 부여해 공정위의 ‘고발 독점’을 해소하되 국가기관별로 ‘고발심의위원회(가칭)’를 둬 남발의 부작용을 차단하기로 했다. 하도급ㆍ가맹ㆍ대리점 등 갑을 3법 분야에선 광역 지방정부에도 조사ㆍ처분권을 넘긴다.
이 같은 규제 강화 흐름 이면엔 조직ㆍ인력 확충이 뒷받침된다. 공정위는 지난 3월 167명 규모의 1차 증원을 했고, 오는 10월엔 중점조사기획단ㆍ경제분석국 신설을 골자로 한 237명 규모의 2차 증원이 예정돼 있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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