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현장을 가다/황인찬]‘K팝 소극장’ 넘쳐나는 日 신오쿠보… “N차 관람 즐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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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1일 일본 최대의 한인 상점가인 도쿄 신오쿠보를 찾았다. 곳곳에 한글 간판을 단 음식점과 상점이 밀집해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일본인은 물론이고 일본에 온 외국인 관광객도 즐겨 찾는 곳이다. 100석 규모의 소극장을 가득 채운 일본 팬들이 K팝 신인들의 춤과 율동에 맞춰 열정적으로 응원봉을 흔들고 있었다.
신오쿠보의 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신인 가수들은 한국에서 출연 기회를 자주 갖지 못해 일본에 올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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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첫 K팝 소극장 개관… 현재 6개로 늘어 성황
한류 스타 공연하는 도쿄돔 못지않은 열기
日, 韓 소형 기획사 가수에도 관심… K팝 신인에게 큰 기회


● ‘K팝 소극장’만 6개
일본 내 한류는 크게 네 단계로 나뉜다. 2003년 NHK에서 방영된 ‘겨울연가’ 신드롬으로 시작된 ‘1차 한류’를 필두로 2010년대 초 동방신기, 소녀시대, 카라 등이 이끈 ‘2차 한류’, 2010년대 후반 방탄소년단(BTS), 트와이스로 대표되는 ‘3차 한류’가 불었다. 이후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등 K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의 음식, 만화, 패션 등도 주목받는 ‘4차 한류’가 현재 진행형이다.
일본 내 한류에는 위기도 있었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2만2000명 이상의 실종자와 사망자가 발생하며 일본 내 소비가 위축됐다. 2012년 8월에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며 한일 관계가 얼어붙었다. 신오쿠보를 찾는 일본인의 발길도 눈에 띄게 줄었다. 그때 한국 문화를 알리고, 상권을 살리기 위해 2012년 11월 개관한 공간이 바로 ‘케이-스테이지 오!’다. 이를 주도한 한식 브랜드 ‘처가방’의 오영석 대표는 현재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동경본부 단장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특히 소극장 공연이 활발하다. 앞서 ‘케이-스테이지 오!’에 이어 2013년 ‘리:라이브 홀(RE:LIVE HALL·옛 쇼박스)’이 문을 열며 두 공연장이 10년 넘게 ‘양강 체제’를 유지해 왔다. 2022년 ‘에프시 라이브 도쿄(FC LIVE TOKYO)’, 2023년 ‘에프시 라이브 신주쿠(SHINJUKU)’, 지난해에는 ‘엔스퀘어(ENSQUARE)’와 ‘마이 라이브(MY LIVE)’가 각각 문을 열어 총 6곳으로 늘었다. 도쿄돔 등 대형 공연과는 다른 소극장에서 즐기는 K팝의 매력에 빠진 일본 팬이 급증한 덕이 컸다.
원조 격인 ‘케이-스테이지 오!’에는 소극장(100석), 중극장(207석)이 있는데 주말 하루에만 총 9개 공연이 열린다. 안영길 대표는 “몇 년 전만 해도 연간 공연 횟수가 약 1000회였지만 최근 1300회로 늘었다. 일본의 K팝 열기가 소극장 공연으로도 확대되는 분위기”라고 했다.
● ‘N차 관람’도 활발
소극장 공연은 가수의 얼굴에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보일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서 팬들과 소통하며 친밀감을 높이는 것이 특징이다. 같은 공연을 반복해서 보는 이른바 ‘N차 관람’을 하는 팬이 많은 이유다.
지난해 3월 5인조 보이그룹으로 데뷔한 ‘디아즈(DIAZ)’ 또한 신오쿠보 소극장 무대에 자주 오른다. 현재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30대 일본인 여성은 “1년 전 신오쿠보에서 우연히 전단을 받아 디아즈를 알게 됐다. 여태껏 100회 넘게 공연을 봤다”고 했다. 5인조 보이그룹 ‘드랍(DROP)’의 팬이라는 우다테 미유 양(18) 또한 “드랍의 공연을 5번 봤다. 멤버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함께 노래를 즐기는 것이 좋다”고 했다.
1시간짜리 공연의 입장료는 보통 3500엔(약 3만2000원). 공연이 끝나면 팬들과 일대일로 대화하고 사인 등을 하는 일본 특유의 팬 문화 ‘도쿠텐카이(特典会·특전회)’가 진행된다. 이를테면 2000엔(약 1만8000원)짜리 티켓을 구입하면 가수가 포토카드에 사인을 해주고 30초간 일대일로 대화하는 ‘특전’을 주는 식이다. 이런 티켓을 여러 장 구매해 대화 시간을 늘리는 팬들도 있다. 통상 공연 티켓 매출보다 굿즈, 팬미팅을 통한 매출이 더 많은 편이다.
● 중소 기획사 소속 가수에도 기회

특히 일본 팬들은 소규모 기획사와 그 소속 가수들에게도 관심이 크다. 한국에서는 4대 대형 기획사, 즉 하이브, SM, JYP, YG 소속 가수들이 집중적인 관심을 받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도쿄비즈니스센터가 지난해 9월 일본의 K팝 팬 95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4대 기획사 소속 가수 외에 중소, 신생 기획사의 아티스트도 좋아한다’는 응답은 38.9%였다. 또 ‘특정 가수의 소속사는 중요하지 않다’는 답도 35.8%였다. 아티스트의 실력이나 본인의 취향 위주로 K팝을 즐기는 팬이 많은 것이다.

2018년부터 그룹 ‘패턴(PATTERN)’의 리드보컬로 신오쿠보에서 활동해 온 윤익훈 씨(30)는 이제 기획사 1017엔터테인먼트 대표를 맡아 신인그룹 드랍을 매니지먼트하고 있다. 과거의 아이돌이 이제 신인을 키우는 기획자로 변신한 셈이다. 윤 대표는 “드랍의 자료를 미국의 여러 기획사 등에 보냈고 반응이 좋아 올가을 미국 공연도 앞두고 있다”면서 “한국을 넘어 일본에서도 공연하는 것은 그룹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신오쿠보의 소극장 공연은 한국의 중소 기획사가 브로커를 중간에 끼고 진출할 때가 많은 편이다. 대형 기획사처럼 자체적인 해외 진출 체계를 마련하지 못해 브로커의 도움이 필수다. 이혜은 한국콘텐츠진흥원 도쿄비즈니스센터장은 “K팝의 저변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신오쿠보의 공연 시장은 놓치면 안 되는 시장”이라면서 이 시장의 꾸준한 성장을 위해 업계 전반의 제도 정비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황인찬 도쿄 특파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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