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된 작은 충격의 대가… 슈퍼볼 영웅 무너뜨린 보이지 않는 뇌 손상[이진형의 뇌, 우리 속의 우주]

이진형 미국 스탠퍼드대 생명공학과 교수 2026. 8. 4.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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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영화 '게임 체인저'(원제 'Concussion')는 나이지리아 출신 미국 법의학자 베넷 오말루(윌 스미스 분)가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스타 선수 마이클 웹스터의 사망 원인을 밝히는 과정에서 겪는 여러 난관을 그린 실화 바탕의 작품이다. 오말루가 밝혀낸 웹스터를 죽음으로 몰고 간 본질적인 사인은 '만성 외상성 뇌병증'이었다. 오말루가 검시관으로서 웹스터의 뇌 질환을 의심하게 되는 계기는, 왜 이렇게 건장하고 건강하던 사람이 갑자기 사망 전 수년간 수많은 이상행동을 하게 됐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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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세에 쓰러진 슈퍼볼 영웅의 절규… 밝혀낸 사인은 만성 외상성 뇌병증
반복된 뇌진탕에 강한 몸도 못 버텨
검사는 정상, 사후 부검에서 드러나… 뇌 혹사하며 경고음 지나치기 쉬워
뇌 손상 조기에 찾아내면 치료 가능
영화 ‘게임 체인저’에서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선수의 사인을 밝혀내며 고뇌하는 법의학자 베넷 오말루(윌 스미스 분). 사진 출처 IMDb
이진형 미국 스탠퍼드대 생명공학과 교수
《놓쳐선 안 될 뇌 손상 신호

2015년 영화 ‘게임 체인저’(원제 ‘Concussion’)는 나이지리아 출신 미국 법의학자 베넷 오말루(윌 스미스 분)가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스타 선수 마이클 웹스터의 사망 원인을 밝히는 과정에서 겪는 여러 난관을 그린 실화 바탕의 작품이다. 오말루가 밝혀낸 웹스터를 죽음으로 몰고 간 본질적인 사인은 ‘만성 외상성 뇌병증’이었다.》

웹스터는 키 185cm, 몸무게 116kg의 건장한 체격을 가졌으며, 1974년 피츠버그 스틸러스에 발탁돼 1976년부터 150경기 연속 센터로 활약했다. NFL 결승전인 슈퍼볼에서 네 차례 우승해 센터로서 가장 많은 슈퍼볼 우승을 거뒀다. 하지만 많은 신체적 충격을 받아내는 센터 역할을 장기간 한 탓인지 웹스터는 50세라는 젊은 나이에 심장마비로 숨진다. 영화는 심장마비에 이르게 된 원인이 뇌 질환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내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에서 웹스터가 죽기 전 선수 시절 팀 주치의를 찾아가 “제발 나를 도와 달라. 내 머리를 고쳐 달라. 내가 죽어가고 있다”고 애원하는 장면은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의사가 할 수 있는 것은 안정제를 줘 쉬게 하는 것뿐이었다. 해볼 수 있는 모든 검사 결과가 정상이었기 때문이다.

오말루가 검시관으로서 웹스터의 뇌 질환을 의심하게 되는 계기는, 왜 이렇게 건장하고 건강하던 사람이 갑자기 사망 전 수년간 수많은 이상행동을 하게 됐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에서 시작된다. 그는 동료의 극심한 반대에도 반드시 뇌 검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어떻게 이런 스타가 자신의 이를 뽑았다가 다시 본드로 붙이는 이상행동을 하고, 노숙자가 됐겠느냐”고 말한다. 반드시 뇌에 이상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오말루의 상관은 비용이 많이 든다고 부검에 반대하지만, 오말루는 “그러면 검사를 더 하지 않고 그냥 지나가야 하느냐”고 묻는다. 이에 상관은 “아니야. 나도 절대 그냥 지나가지 않아. 그래서 모든 사람이 나를 싫어해!”라고 답하는데, 이 장면은 반대를 무릅쓰고 문제를 끝까지 파헤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잘 표현한다.

오말루가 뇌 조직 검사를 결국 자비로 충당해 가면서 진행한 결과, 치매 환자의 뇌에서도 관찰되는 타우 단백질이 엉켜 있는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이 경기 도중 겪은 경미하지만 무수한 뇌진탕의 결과물임이 추정되는 만큼, 많은 선수들이 같은 문제를 겪고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 뒤 이어진 다른 자살한 선수의 머릿속에서도 같은 현상이 발견되면서 서서히 이 문제가 만성 외상성 뇌병증임이 알려지게 된다. 결국 웹스터는 선수로 활동하던 당시부터 장애가 시작됐던 것으로 판명됐다. 이로 인해 은퇴 후 기억력 상실, 치매, 우울증, 약물중독 등의 증상으로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하고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만성 외상성 뇌병증은 머리에 반복적인 충격과 뇌진탕을 입을 때 뇌세포가 서서히 파괴되는 진행성 뇌 질환이다. 주로 미식축구 선수나 권투 선수, 군인에게 많이 나타난다. 심한 충격 한 번보다 가벼운 충격이나 뇌진탕이 오랜 기간에 걸쳐 여러 번 누적될 때 발생하며, 타우 단백질이 엉켜 쌓이는 것이 관찰된다.

주요 증상으로는 우울증, 불안, 심한 짜증이나 공격적인 성격과 같은 감정·성격 변화, 기억력 감퇴, 집중력 저하, 치매로의 진행 같은 인지기능 저하, 충동조절장애, 어눌한 발음, 보행장애 같은 행동·운동문제 등이 있다. 진단에서 가장 큰 한계는 살아 있는 사람을 확진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과거 부상 이력과 증상으로 추정하고, 사후 뇌 부검으로 확진한다. 치료에서도 완치할 방법은 없으며, 상담과 약물을 통해 우울증이나 기분 관련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 치료를 한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며 살아간다. 웹스터는 생전에 “넘어지면 일어나라”라는 명언을 남겼던 인물이다. 일상 속의 스트레스와 외상을 견디며 일과를 소화해 내고 삶을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여러 뇌 손상에서 오는 신호들을 무시하곤 한다. 특히 뇌의 경우 이상신호가 상처처럼 눈에 보이거나 바이러스처럼 검사로 검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시하기 쉽다. 하지만 뇌의 문제는 축적돼 증상으로 크게 나타나기 시작하면 고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뇌의 문제는 일상생활 속에서 나타나는 증상들을 무시하지 않고,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미리 찾아내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2002년 사망한 웹스터의 경우 단기간에 많은 외상에 노출됐고, 그때까지는 진단 기술에도 큰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자주 검진을 했더라도 사실상 문제를 찾아내기 어려웠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재 의학기술의 발전은 이러한 판도를 바꾸고 있다. 웹스터와 같이 어떤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정상에 오른 사람이 뇌 손상으로 순식간에 무너지는 비참한 일이 없는 미래를 그려 본다.

이진형 미국 스탠퍼드대 생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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