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롱 환자' 잡아낸다…보험 장기 치료 기준 '대수술'
8주 초과 치료부터 전문 의료진 심사 의무화
급증한 치료비에 보험제도 개편 본격 시행
과잉진료 차단 기대…보험료 부담 완화 주목
치료권 보장과 공정 심사 체계 구축이 과제

보험금 누수를 막고 보험료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이지만, 치료가 꼭 필요한 환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공정성과 신속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도 함께 떠오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으며 오는 9월 10일부터 본격 시행된다고 4일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교통사고로 염좌나 타박상 등 비교적 가벼운 부상을 입은 환자가 8주를 초과해 치료를 이어가려면 별도의 전문 의료 심사를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가 이 같은 제도를 도입한 배경에는 빠르게 증가하는 자동차보험 치료비가 자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교통사고 경상 환자는 2020년 146만 명에서 2024년 148만8000명으로 증가 폭이 크지 않았다.
반면 경상 환자 치료비는 같은 기간 1조900억 원에서 1조4100억 원으로 크게 늘어 연평균 7%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환자 수보다 치료비 증가 속도가 훨씬 가파르게 나타나면서 보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새 제도에 따라 8주 이후 치료를 희망하는 환자는 진단서와 관련 서류를 보험회사 또는 자동차공제조합에 제출하면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이 이를 넘겨받아 치료 지속 필요성을 심사한다.
심사는 종합병원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의과 및 한의과 전문의 200여 명이 맡아 객관성과 전문성을 높일 계획이다. 심사 결과에 이견이 있으면 환자는 재검토를 요청할 수 있으며, 정부 계획 기준으로 1차 결과 통보까지 약 8주, 재심 절차를 포함하면 최대 11주가 소요된다.
심사 기간 동안 발생하는 치료비는 보험회사와 공제조합이 부담하기 때문에 환자가 비용 부담 때문에 치료를 중단하는 상황은 막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한 임산부와 만 7세 이하 영유아는 별도 심사 없이 계속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했다.
정부는 이번 제도를 통해 불필요한 보험금 지급을 줄이고 자동차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 완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과잉진료가 줄어들면 보험 재정이 안정되고 선량한 가입자가 부담하는 비용도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경험 많은 전문 의료진이 장기 치료 필요성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에서 기존 진료 과정에서 발견되지 않았던 질환이나 후유증을 찾아 적절한 치료로 연결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자동차보험은 사고 피해자의 치료와 생활 안정을 지원하기 위한 사회안전망 성격이 강하다. 일부 부정 수급이나 과잉진료가 지속되면 보험금 지출이 급증하고 이는 결국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동안 경미한 접촉사고 이후 장기간 통원치료를 이어가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제도 개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새로운 심사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사고 충격은 개인의 건강 상태와 연령, 기존 질환 등에 따라 회복 속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영상 검사만으로 통증 원인을 명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환자도 존재하는 만큼 획일적인 기준이 적용되면 치료가 절실한 환자가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심사 기간이 길어질수록 환자의 심리적 부담과 행정 절차도 커질 수 있어 신속한 심사 체계 구축과 충분한 전문 인력 확보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금 누수를 막는 정책 목표와 교통사고 피해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균형 있게 보장하는 운영이 이번 제도의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