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서도 왜?…전장연 시위 역 무정차 통과했나

김성진 기자 2026. 8. 4.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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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차 통과 속보만…시위 이유는 외면돼
장애인 권리예산 답변 지연에 전장연 반발
"7월 말 답변한다더니" 약속지키지 않았다
국정과제 담긴 특별교통수단 예산도 쟁점
정부 "지방사무" 이유로 인건비 지원 난색
평생교육 예산 명시…공공일자리도 촉구
예산안 제출 전까지 지하철 행동 이어가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소속회원들이 3일 혜화역 4호선 플랫폼에서 "장애인 권리예산 책임 보장" 등을 촉구하며 지하철 탑승 시위를 하고 있다. 2026.8.3. 연합뉴스

지난 3일 오전 온라인 포털 뉴스에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로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하행선과 1호선 노량진역 상행선이 무정차 통과해 출근길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속보가 이어졌다.

그러나 대다수 언론이 열차 운행 정보에 대해 분 단위로 속보를 쏟아내면서도, 정작 장애인들이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한 이유에 대해선 충분히 소개하지 않았다. 이들이 기록적인 폭염에도 시민들의 불편까지 감수하면서 탑승 시위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이재명 정부는 달라야"…장애인 권리예산 답변 지연에 전장연 반발

전장연이 이번 행동을 재개한 배경은 내년도 정부 예산안 편성과 맞물려 있다. 이들은 올해 2월부터 기획예산처와 국토교통부, 교육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등에 장애인 권리 예산 확대를 요구해 왔지만, 기획예산처가 약속했던 7월 말까지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아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전장연은 지하철 탑승 시위를 예고한 보도자료에서 "기획예산처에 장애인 권리 예산을 제출했지만, 지금까지 '지방사무' '중복예산' '올해 대비 예산 15% 삭감편성' 등을 핑계로 윤석열 정부와 다르지 않은 태도와 기준 적용으로 지역적 차별은 심화되고, 시민으로 지역에서 함께 살아갈 권리는 무시되고 있다"며 "민주주의를 말살하려고 내란을 획책한 윤석열 정부와 케이(K)-민주주의를 자랑하는 이재명 정부와는 달라야 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전장연의 요구는 ▲특별교통수단 운전원 인건비 국비 지원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에 따른 학교 형태 장애인평생교육시설 국비 예산지원 ▲권리 중심 공공일자리 제도화를 위한 시범사업 예산 편성 ▲활동지원서비스·탈시설 지원·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지원 예산 증액 등 크게 네 가지다.

장애인 콜택시 문제 국정과제에도 담겼지만 현실은 긴 대기시간

이들의 요구 가운데 특히 장애인 콜택시로 대표되는 특별교통수단의 운전원 인건비 국비 지원은 이재명 정부의 '123대 국정과제'와도 맞닿아 있다. 국정과제 79번인 '장애인 삶의 질 향상과 기본적 권리 보장'에는 '장애인콜택시 등 특별교통수단에 대한 국비지원 확대'가 명시돼 있다. 전장연 측은 장애인 콜택시 운전 인력 부족 등으로 이동권에 제약이 큰 만큼 인건비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별교통수단 이용의 어려움은 연구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장애학회지 6월호에 실린 '휠체어를 사용하는 지체 및 뇌병변 장애인의 장애인콜택시 이용에 관한 연구'(황윤하 외)에 따르면, 연구진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지난 한 달 동안 거주지역에서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한 응답자는 전체의 62.0%였고, 이 가운데 75.6%는 '불규칙한 도착시간이나 긴 대기시간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경향신문 7월 22일자 인용).
장애인 콜택시. 연합뉴스 자료사진

가장 많이 꼽힌 불편 사례는 '1시간 이상 콜택시가 잡히지 않아 이용을 포기했다'(39.1%)였으며, '콜택시를 부른 뒤 실제 탑승까지 3시간 이상 걸렸다'(26.3%) '병원 진료 시간을 맞추지 못했다'(23.8%) '식사를 하다 중간에 나와 콜택시를 타야 했다'(21.6%) 등이 뒤를 이었다. '출근이나 등교 시간을 맞추지 못했다'(16.3%) '기차나 비행기 출발 시간을 놓쳤다'(7.0%) 등의 사례도 있었다.

연구진은 "콜택시의 불규칙한 대기시간이 단편적인 불편을 넘어 장애인의 일상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장애인콜택시 차량과 운전 인력을 확충하고, 지역별 수요에 맞게 차량을 재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같은 문제는 국회에서도 여러 차례 지적됐다.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지난해 10월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종합감사에서 교통약자 특별교통수단의 24시간 운영과 광역 운행이 법으로 의무화됐음에도 일부 지자체가 예산과 운전원 부족 등을 이유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인건비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정부는 재정 원칙을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다. 장애인 콜택시는 지방자치단체 사무로 분류돼 인건비 국비 지원이 어렵다는 게 재정당국의 입장이다. 장애인 단체와 재정당국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지점이기도 하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도 국정감사에서 윤 의원의 지적에 대해 "현실적으로 인건비가 지원되지 않으면서 차량이 많이 놀고 있다"며 "효율성을 고려한다면 인건비를 지급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저희 입장"이라고 말했지만, 재정당국이 '지방사무'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관 부처도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재정 원칙 때문에 실질적인 지원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장애인 평생교육, 법만 있고 예산 명시하지 않으면 무의미"

전장연은 장애인평생교육법 시행에 맞춰 장애인 평생교육 예산도 별도로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추가 세수에 따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100조 원 안팎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만큼, 법에 따른 장애인 평생교육 예산을 명확히 하라는 게 주장의 골자다. 특히 시행령을 제정 중인 상황에서 예산마저 확보되지 않으면 제도가 형해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장연은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전장연의 장애인들이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고 지역사회에 살아갈 기본적 권리예산 편성에 대해서 7월 말까지 답변하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았고, 심지어는 100조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에 따른 장애인평생교육 예산은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예산 편성과 관련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2026.7.29. 연합뉴스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도 최근 "'장애인 평생교육'에 대한 별도의 예산을 명시하지 않는 평생교육 예산 확대는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지난달 27일 낸 '교육교부금 100조 시대, 장애인 평생교육은 왜 언제나 예산의 사각지대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전 국민 평생교육 참여율이 36.8%일 때, 장애인의 참여율은 고작 2.4%"라며 "등록 장애인의 절반이 넘는 51.6%가 중학교 졸업 이하의 학력을 갖고 있음에도, 이 배움의 공백을 메워야 할 평생교육에서 장애인은 사실상 배제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수학교를 졸업한 장애학생은 갈 곳이 없어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탈시설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을 지원할 교육기관조차 없는 상황에서, 장애인 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국가의 연간 평생교육 예산은 겨우 2287원"이라며 "커피 한 잔 값에도 못 미치는 이 숫자가, 국가가 장애인의 학습권을 어떻게 취급해 왔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했다.

이들은 "문제는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며, 장애인 평생교육 예산이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려왔다는 점을 짚었다.

오세훈 서울시가 전원해고한 중증장애인…"원복시키고 법·조례로 보장하라"

이 밖에 전장연은 '권리 중심 공공일자리' 제도화를 위한 시범사업 예산 편성도 요구하고 있다.

권리 중심 공공일자리는 생산성과 능력주의 기반에서 벗어나 장애인의 노동권·존엄 보장을 위해 최중증장애인을 우선 고용하는 제도다. 2020년 서울시에서 처음 시행한 뒤 13개 지자체로 확대됐지만, 정작 가장 먼저 도입한 서울시는 2024년 예산을 전액 삭감하며 사업을 폐지했다. 이로 인해 최중증·탈시설 장애인 400명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고 2024년부터 원직복직 투쟁을 하고 있다.

전장연은 중증장애인들의 원직복직과 함께 ▲권리 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일자리 제도화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장애인고용촉진법)에 권리 중심 공공일자리 명문화 ▲중증장애인 일자리의 안정적 보장 등을 촉구하고 있다. 권리 중심 공공일자리를 명문화한 장애인고용촉진법(전현희 의원 대표 발의)은 현재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전장연은 4일 오후에도 1호선 시청역 종각 방향 10-4 승장장에서 권리 중심 공공일자리 보장을 촉구하는 지하철 행동을 이어갔다. 이들은 오세훈 시장을 향해 "권리 중심 공공일자리 보장하라"고 외쳤다. 서울시의회를 향해서도 "조례로 공공일자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오영철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회장은 "차별을 고발하고, 장애인의 권리를 알리고,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활동은 분명한 노동"이라며 "권리 중심 공공일자리를 한시적인 시범사업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는 제도로 법제화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증장애인의 노동을 비장애인 중심의 생산성과 효율성만으로 평가하지 말라"고 외쳤다.
4일 오후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 종각 방향 승강장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소속 회원들이 오세훈 서울시장을 향해 전원 해고된 권리 중심 공공일자리 노동자 400명의 원복을 촉구했다. 2026.8.4. 전장연 제공

시민사회에서는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를 예산 정국에서 이뤄지는 단순한 출근길 시위가 아니라, 장애인 권리에 대한 이재명 정부의 의지를 볼 수 있는 가늠자 성격으로 보고 있다. 이에 정부·여당이 내년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어떤 답을 내놓느냐에 따라 지하철 탑승 시위의 지속 여부도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장연은 2027년도 정부 예산안이 9월 초 국회에 제출되기 전까지 8월 한 달간 기획예산처에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을 촉구하며, 오는 10일과 18일, 24일에도 오전 8시 혜화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탑승 행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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