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구 후임’ 대법관 후보 4명으로 압축…‘5개월 공석 사태’ 풀리나

오는 9월 퇴임하는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 후보가 김예영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 김문관 부산지법원장,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 김정중 광주지법 부장판사 등 4명으로 추려졌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후보자 제청을 속도감 있게 진행해 5개월째 이어진 ‘대법관 공석 사태’를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는 4일 오후 회의를 열고 대법관 후보 28명 중 이들 4명을 조 대법원장에게 제청 후보로 추천했다. 조 대법원장은 추천받은 후보들의 주요 판결과 경력 등을 공개하고, 오는 7일까지 법원 안팎에서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밟는다. 이후에는 최종 후보 한명을 정해 이재명 대통령에게 제청하고, 이 대통령이 신임 대법관을 임명한다.
여성 후보는 김예영 부장판사 1명이다. 김 부장판사는 대원외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2001년 창원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을 지냈다. 사법개혁 3법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 4월에는 법원 내부망에 “대법원은 (개혁안에) 사실상 반대만 했을 뿐 국민의 요구를 파악하지도, 설득력 있는 대안을 내놓지도 못했다”는 글을 쓰기도 했다.
김문관 부산지법원장은 배정고와 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서울형사지법 판사로 임용됐다. 대구와 부산 지역에서 주로 법관 생활을 한 ‘향판’으로,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을 지낸 뒤 지난해 부산지법원장으로 취임했다.
김성수 부장판사는 인성고와 한양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김 부장판사는 1998년 판사 생활을 시작한 뒤 광주, 수원, 서울 등 여러 지역에서 법관으로 근무했다. 사법연구원 교수와 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일한 경력이 있어 사법 연구와 행정 경험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정중 부장판사는 배문고와 서울대 사법학과를 졸업한 뒤 1997년 판사로 임용됐다. 이후 김 부장판사는 헌재 파견 법관, 대법원 재판연구원 등으로 일했다. 행정 소송을 다룬 경험이 풍부한 행정법 전문가로도 알려져 있다.

이번 인선을 계기로 5개월째 방치된 ‘대법관 공석’이 풀릴지 주목된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3월 퇴임한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후보 4명을 추천받고도 아직까지 임명 제청을 하지 않았다. 법원 안팎에선 청와대와 사법부가 원하는 후보가 달라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이를 두고 “대법원장의 직무유기”라는 비판이 거셌던 만큼 조 대법원장은 향후 절차를 속도감 있게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조 대법원장이 후보 두 명을 동시에 제청해 청와대와 협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법부와 청와대가 각자 원하는 인사를 한명씩 선택하면 협의가 수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초유의 ‘임명 제청 지연’으로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 확보 논의가 실종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재 대법관 13명 중 여성은 3명 뿐이고, 서울대 출신이 12명을 차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 소수자 사건에 관심을 기울였던 이 대법관의 후임 인선이 ‘법원과 청와대 사이 정치 거래’로만 다뤄지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 3일 성명을 내고 “대법원 구성은 기싸움이나 거래의 대상이 아니”라며 “향후 6년간 대법원의 모습과 나아가 우리 사회의 중요한 흐름을 결정하는 일”이라고 했다. 참여연대도 “특정 학벌과 성별이 과잉 대표된 대법원 구조에서는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판결에 반영하기 어렵다”며 “후보 천거부터 심사 동의, 추천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법조인이 발탁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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