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외눈박이의 후손! [강석기의 과학풍경]

한겨레 2026. 8. 4.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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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가 이번주에 개봉한다. 기원전 8세기 무렵 고대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가 쓴 동명의 대서사시가 영상에서 어떻게 구현됐을지 궁금하다. 오디세이는 그리스의 섬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귀환하는 10년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영화 '오디세이' 소개 영상을 보면 폴리페모스의 외눈은 양 눈의 안쪽 반을 없애고 붙여 하나로 만들어 확대하고 주변 골격도 그에 맞춘 모습이라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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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척추동물)의 눈과 문어(무척추동물)의 눈은 그 기원이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초기 좌우대칭 동물은 좌우에 눈이 한쌍 있고(파란색) 가운데 빛감지 기관이 있었다. 이 구조는 오늘날 무척추동물로 이어졌다. 반면 척추동물 진화 초기 후구동물(ancestral deuterostome)은 시각 정보가 불필요해 좌우 눈이 퇴화했고 가운데 빛감지 기관만 남은 외눈박이였다. 그 뒤 후손들이 시각 정보가 필요한 환경에 살게 되면서 송과샘(proto-pineal)과 망막(proto-retina)으로 분화했고 거리 정보를 얻기 위해 망막 구조물인 눈이 양쪽으로 이동했고 그 뒤 수정체(lens)를 갖춰 정교해진 척추동물의 눈(빨간색)이 생겨났다. ‘커런트 바이올로지’ 제공

강석기 | 과학칼럼니스트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가 이번주에 개봉한다. 기원전 8세기 무렵 고대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가 쓴 동명의 대서사시가 영상에서 어떻게 구현됐을지 궁금하다.

오디세이는 그리스의 섬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귀환하는 10년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길어야 한달이면 올 수 있는 길이 10년이나 걸린 건 오디세우스의 오만 때문이다. 즉 오디세우스는 일행과 거인족(키클롭스)이 사는 섬에 들렀는데, 양과 염소를 치며 동굴에 혼자 사는 폴리페모스에게 접대를 받겠다고 고집하다 붙잡혀 부하 몇명이 잡아먹혔다. 오디세우스는 폴리페모스에게 독한 포도주를 먹여 잠들게 한 다음 하나뿐인 눈을 찔러 멀게 한 뒤 탈출했다. 분노한 폴리페모스는 아버지인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오디세우스를 집에 곱게 보내지 말라고 간청했고 그 결과 엄청난 시련이 닥친 것이다.

키클롭스는 몸집만 큰 게 아니라 이마 가운데 커다란 눈 하나가 있는 외눈박이 괴물이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 그렇게 기괴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지난 2월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린 영국 서식스대와 스웨덴 룬드대 연구자들의 논문에 따르면 인간이 속한 척추동물의 먼 조상은 머리 가운데 눈이 하나만 있는 생명체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척추동물의 머리(얼굴) 양쪽에 쌍으로 있는 우리가 익숙한 눈은 어떻게 생긴 것일까.

논문에 따르면 몸이 좌우대칭인 동물은 원래 양쪽에 눈 한쌍이 있고 머리 가운데 빛을 감지하는 기관(제3의 눈)이 있었다. 이 구조는 오늘날에도 많은 무척추동물이 지니고 있는데, 문어의 눈은 가장 정교한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5억여년 전 척추동물의 조상이 되는 동물이 해저에서 굴을 파고 부유물을 걸러 먹고 살면서 시각 정보가 불필요해지자 양쪽 눈이 퇴화했고 가운데 빛감지 기관만 남은 외눈박이가 된 것이다.

그 뒤 후손들의 서식 환경이 다양해지면서 시각 정보가 중요해진 계열에서 빛감지 기관이 망막 쌍으로 진화했고 정확한 거리 정보를 얻기 위해 머리 양쪽으로 이동해 오늘날 우리가 익숙한 눈이 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원래 있던 자리에 남아 있는 조직이 바로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을 만드는 송과샘(솔방울샘)이다. 멜라토닌 합성은 빛의 유무에 영향을 받으므로 송과샘은 간접적인 빛감지 기관인 셈이다.

흥미롭게도 오늘날 척추동물 가운데 몇몇은 정수리에 빛감지 기관이 여전히 외부에 노출돼 있어 진짜 ‘제3의 눈’을 이루고 있다. 바로 송과눈으로, 작고 흰 반투명 막이라 진짜 눈처럼 이미지(시각 정보)를 만들지는 못하지만 직접 빛을 감지해 24시간 생체리듬을 유지하는 등 여러 역할을 한다.

영화 ‘오디세이’ 소개 영상을 보면 폴리페모스의 외눈은 양 눈의 안쪽 반을 없애고 붙여 하나로 만들어 확대하고 주변 골격도 그에 맞춘 모습이라 자연스럽다. 반면 그리스 조각상을 보면 양 눈 자리는 그대로 있고 외눈이 그 사이 또는 이마에 있는 모습이라 어색하다. 물론 진화의 관점에서는 정교한 시각을 지닌 외눈은 모순이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영화를 보다 폴리페모스가 나오는 대목에서 이 글이 생각나 오히려 몰입에 방해받는 일이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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