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단독] "AI가 문어는 못 잡아요"… 미국인 해녀가 말한 'NEW 해녀 시대'

조혜원 2026. 8. 4.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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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기사

TJB NEWS [이 사람, 단독] 카일리 씨 인터뷰
"물질보다 제주 사투리가 더 어려워요… 다른 해녀 시대가 시작됐습니다"


"AI가 문어를 찾을 수는 없잖아요."

제주 바다에서 물질하는 미국인 해녀 카일리 씨의 말입니다.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대체하는 시대라지만, 해녀의 일은 여전히 사람이 직접 몸으로 바다를 읽고, 숨으로 버티고, 손으로 건져 올리는 일입니다.

미국에서 온 카일리 씨는 14년 전 한국에 왔습니다. 처음에는 경남 진주에서 영어교사로 일했고, 이후 제주에 정착했습니다.

지금은 서귀포시 대정읍 영락리 어촌계 소속 해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TJB NEWS 유튜브 [이 사람, 단독]에서 카일리 씨를 만나 미국인으로 제주 해녀가 된 이유와 바다에서 배운 삶, 그리고 그가 말하는 해녀의 미래를 들어봤습니다.

◇ "처음엔 해녀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 못 했습니다"

카일리 씨가 처음부터 해녀를 꿈꾼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주에 온 뒤 해녀 문화를 알게 됐지만, 외국인이 실제 해녀가 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계기는 해녀학교였습니다.

제주 문화와 역사를 주제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던 그는 해녀 문화를 더 알고 싶어 2018년 해녀학교에 다녔습니다.

하지만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정식 해녀가 될 수 있을지는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그때 먼저 용기를 낸 건 남편이었습니다.

스쿠버다이빙 강사였던 남편은 마을에서 새로운 해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카일리 씨에게 묻기도 전에 "우리 와이프가 하고 싶어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물질은 어느새 그의 삶이 됐습니다.

◇ 삼춘 마음을 연 비결은 '말'보다 '행동'

외국인 여성이 제주 해녀 공동체 안으로 들어가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낯선 시선도 있었습니다.

"외국인이 왜 이 일을 하고 싶어 하나"라는 궁금증도 따라왔습니다.

카일리 씨가 선택한 방법은 말보다 행동이었습니다.

물질에 꾸준히 나가고, 작업장을 청소하고, 해야 할 일을 먼저 했습니다.

제주 사투리는 아직 서툴지만, 몸을 움직이며 마음을 전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삼춘들이 '이 여자가 진짜 해녀가 되고 싶어 하는구나', '열심히 하는구나'라고 생각해주신 것 같습니다."

카일리 씨에게 해녀 공동체는 혼자 하는 일이 없는 곳입니다.

물질도 함께 들어가고, 함께 나오고, 함께 밥을 먹습니다.

그는 "바다에 들어가면 바로 공동체라는 느낌이 든다"고 했습니다.

◇ "물질보다 제주 사투리가 더 어려워요"

해녀가 된 뒤 가장 힘든 것은 무엇이었을까.

거친 바다도, 숨을 참는 일도 아니었습니다.

카일리 씨는 웃으며 답했습니다.

"저한테 제일 힘든 건 물질보다 제주 사투리입니다."

그가 가장 많이 듣고, 또 가장 많이 쓰는 말은 '구쟁이 하영 잡았수과'입니다.

'소라 많이 잡았느냐'는 뜻입니다.

사투리는 여전히 어렵지만, 그 말을 익혀가는 과정은 공동체에 스며드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 따뜻해진 바다… "잡는 것이 없어질까 걱정입니다"

카일리 씨는 제주 바다의 변화도 체감하고 있습니다.

바다 쓰레기도 보이고, 무엇보다 수온 상승이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우리 마을에서 제일 큰 문제는 바다가 너무 따뜻해졌다는 것입니다. 전복이 없어졌고, 다른 마을에서는 미역도 생기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수온이 오르면 해녀들이 잡을 수 있는 해산물도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계속 더 따뜻해질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잡는 것이 없어질 수 있으니까요."

해녀에게 기후 변화는 먼 이야기가 아닙니다.

내일의 일터가 바뀌는 문제입니다.

◇ "New 해녀 시대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카일리 씨의 다음 목표는 상군 해녀가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목표가 있습니다.

남아 있는 삼춘들에게 최대한 많이 배우고, 좋은 후배이자 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일입니다.

"처음 물질을 시작했을 때 우리 마을에 삼춘들이 8명이었는데, 지금은 4명이 은퇴하셨습니다. 남아 있는 시간에 열심히 배우고 싶습니다."

새로운 해녀에게 가장 필요한 것도 실력보다 마음이라고 했습니다.

"오래 숨을 참는 것은 배울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열심히 하는 마음, 삼춘들에게 잘 배우려는 마음입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다른 해녀 시대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AI는 문어를 잡을 수 없고, 바다는 아직 사람의 숨과 손끝을 필요로 합니다.

카일리 씨는 오늘도 삼춘들과 함께 바다로 나갈 준비를 합니다.

사투리도, 파도도, 물질도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해녀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그리고 새로운 해녀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고.

TJB NEWS 유튜브

카일리의 인터뷰 전체 영상은 TJB NEWS 유튜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혜원 취재 기자 | chw@tj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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