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초호황에도 성장세 꺾인 한미반도체…하이브리드본더 전환 시험대 [재무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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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며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이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관련 장비 시장의 '슈퍼 을'로 불리는 한미반도체의 성장세는 오히려 거꾸러지고 있다. 한미반도체가 1위를 달렸던 열압착 방식의 TC본더에서 차세대 HBM 적층 장비인 '하이브리드 본더'로 빠른 기술 전환에 실패할 경우 장기 성장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이브리드본딩 시대가 본격화하면 TC본더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했던 한미반도체의 경쟁력도 흔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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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불황 2023년이후 첫 역성장
고객사 계획따라 TC본더 매출 출렁
1000억 투입 하이브리드본더 개발
한화세미텍·LG도 가세…경쟁 치열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며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이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관련 장비 시장의 ‘슈퍼 을’로 불리는 한미반도체의 성장세는 오히려 거꾸러지고 있다. 한미반도체가 1위를 달렸던 열압착 방식의 TC본더에서 차세대 HBM 적층 장비인 ‘하이브리드 본더’로 빠른 기술 전환에 실패할 경우 장기 성장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미반도체(042700)의 상반기 잠정 매출은 3021억 원, 영업이익은 1388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7.7%, 영업이익은 약 11% 감소했다. 반기 실적이 전년 대비 후퇴한 것은 반도체 시장이 불황에 빠졌던 2023년 상반기 이후 처음이다.
업계는 한미반도체가 빅테크들의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대로 설비투자가 늘어나는 ‘슈퍼사이클’ 한복판에서 실적이 감소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도 업황과 엇갈린 실적 흐름에 반응하고 있다. 한미반도체 주가는 지난 5월 주당 40만 원을 돌파했지만 최근에는 20만 원 선까지 밀린 상태다.
상반기 실적은 매출의 약 60~70%가 TC본더에 집중된 사업 구조의 한계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한미반도체는 열과 압력을 이용해 D램 칩 사이의 미세 돌기(마이크로범프)를 수직으로 쌓는 초정밀 기술이 요구되는 TC본더 시장에서 약 70%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문제는 7세대 HBM4E부터 16단 제품이 본격화되고 HBM5에서는 20단 이상의 초고단 적층이 추진되면서 주력 공정이 하이브리드본딩으로 전환될 상황이다. 하이브리드본딩은 마이크로범프를 사용하지 않고 칩 표면의 구리 패드와 절연막을 직접 접합하는 기술이다. 칩 사이 간격을 줄여 제품 두께와 전력 소모를 낮추고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일 수 있다.

하이브리드본딩 시대가 본격화하면 TC본더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했던 한미반도체의 경쟁력도 흔들릴 수 있다. 이에 회사측은 하이브리드본더 개발과 생산시설 구축에 총 1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기술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투자 확대는 재무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 한미반도체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R&D)비 비중은 12.7%로 예년(약 4%)의 세 배까지 뛰었다. 하반기 매출이 회복되면 연구개발비 비중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하이브리드본더와 차세대 TC본더 개발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R&D 비용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현금 사정도 빠듯해졌다. 올해 1분기 말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747억 원으로 지난해 말 2762억 원보다 1015억 원 감소했다. 이익잉여금 역시 같은기간 6392억 원에서 5823억 원으로 569억 원 줄었다. 투자 확대와 함께 높아진 주주환원 요구로 역대급 배당이 이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스페이스X 주식 투자금 500억 원도 주가 하락에 따른 평가손실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무엇보다 경쟁 환경이 격화하면서 회사의 성장성에 위협이 되고 있다. TC본더 시장에서는 한미반도체가 선두 주자지만 하이브리드본더에서는 아직 확실한 승자가 없는 형편이다. 경쟁사인 한화세미텍은 2세대 하이브리드본더 개발에 성공해 고객사와 성능 테스트를 진행 중이고 LG전자도 신규 진출을 준비 중이다.
한미반도체는 하반기 실적 개선과 함께 하이브리드본더 기술 경쟁력도 확보한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연됐던 HBM4 장비 매출이 하반기에 반영돼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룰 것”이라며 “2020년 1세대 하이브리드본더를 개발한 역량을 바탕으로 2세대 장비 역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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