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세제 “팔아라” 금융 “사지마라”… 엇박자가 만든 ‘부동산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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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팔 수도, 살 수도 없게 만들어버린 정부의 정책 엇박자가 부동산 시장을 옴짝달싹할 수 없는 '외통수'로 몰아넣고 있다. 오도가도 할 수 없게 된 집주인들과 사려해도 살 수 없는 수요자들의 불만만 사방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문제는 물건이 나와도 대출 규제 등으로 수요자들이 매수에 나서기 어렵고 현금 여력이 큰 사람만 매수가 가능하다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번 세제 개편이 집값 안정에 얼마나 기여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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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 내놔도 수요자 매입 한계
집값 안정 아닌 다지기 우려도
세 부담 집주인 순차 매도 전망

집을 팔 수도, 살 수도 없게 만들어버린 정부의 정책 엇박자가 부동산 시장을 옴짝달싹할 수 없는 ‘외통수’로 몰아넣고 있다.
오도가도 할 수 없게 된 집주인들과 사려해도 살 수 없는 수요자들의 불만만 사방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정부가 초고가·다주택·비거주 1주택자를 대상으로 보유세 부담을 대폭 늘려 주택 처분을 유도했지만 앞서 내놓은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제 탓에 쉽게 팔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지난 3일 세제개편안을 통해 개편된 ‘장기거주특별공제’만 봐도 그렇다. 현재 1가구 1주택자에 보유공제 연 4%(최대 40%), 거주공제 연 4%(최대 40%)를 더해 세금 대상액의 최대 80%를 공제해주고 있으나, 2029년부터는 보유공제는 사라지고 거주공제 연 8%(최대 80%)로 바뀐다.
기존에는 없던 공제 상한도 함께 신설돼 2027년 제도 시행 전까지는 무제한이지만 2028년 20억원, 2029년부턴 10억원으로 제한된다. 최대 공제 한도를 10억으로 제한하면서 수요자들의 불만이 커졌다. 양도차익과는 상관없이 10억원의 캡이 씌워지면서 양도 시 낼 세금이 대폭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양도차익이 20억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현행 기준으로는 장특공제가 최대 16억원까지 적용되지만 2029년부턴 10억원까지로 제한된다. 이에 따라 주택 양도 시 납부 세액 또한 3~4배 가까이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선 어떻게든 팔라는 정책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집주인들 사이에선 “2028년까지 팔지 않으면 세금 폭탄을 맞게 되는 건데 이게 맞나”, “팔지도 못하게 만들어 놓고 세제 개편을 하면 어쩌란 것이냐”라는 등의 격한 반응이 터져나오고 있다.
서울 송파동 1주택 보유자 김모 씨는 “(부모님이) 은퇴한 후로 현금 소득이 없는데 40년간 살아온 집을 팔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세제 개편이 발표된 첫날이라 그런지 아직 매물이 급증하는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이날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840건으로 전날 대비 431건(0.7%) 증가해 평소와 비슷한 수준이다.
앞서 지난 1월 23일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을 시사한 이후 매물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데 일주일에서 열흘가량 소요됐던 점을 고려하면, 추후 흐름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세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는 집주인들이 절세를 위해 순차적으로 매도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물건이 나와도 대출 규제 등으로 수요자들이 매수에 나서기 어렵고 현금 여력이 큰 사람만 매수가 가능하다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번 세제 개편이 집값 안정에 얼마나 기여할지는 미지수다.
앞서 정부는 서울 전역 및 경기 15곳을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및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대출 한도 또한 차등을 둬 시세 25억원 이상 주택의 대출 한도는 최대 2억원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고가주택을 여러 채 갖고 있거나, 양도세 및 보유세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의 매물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구조적으로 거래가 나오기 힘든 상황이고, 현금 여력이 있고 보유세까지 낼 수 있는 수요자들만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간헐적으로 계약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 규제의 영향으로 강남3구 등 고가주택 밀집 지역의 거래량은 전반적으로 감소했지만, 평균 거래금액은 오히려 늘었다. 이날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평균 26억8800만원이던 강남구 아파트 평균 거래금액은 올해 6월 29억8895만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서초구 또한 같은 기간 23억9959만원에서 28억7081만원으로 평균 거래금액이 치솟았다. 이 기간 강남구의 거래량은 25%, 서초구의 거래량은 21% 각각 감소했다.
송 대표는 “(세제 개편 영향으로) 거래는 아주 적게 발생하더라도 모든 세 부담 등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사기 때문에 집값 안정보다는 오히려 집값이 견고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가주택 시장은 전반적으로 거래가 위축되고 시장이 침체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시간이 지나면서 고소득자 및 자산가들만 특정 지역에 모여 살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다솜 기자 cotto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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