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직통' 스틸 신임 주한 美대사, 한미동맹 복원 시험대 올라

김민우 기자 2026. 8. 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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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 외교장관 예방하며 공식 행보 개시
쿠팡·대미투자 등 산적한 현안 조율 주목
미셸 스틸 신임 주한 미국 대사가 4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과 접견하기 위해 등청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미셸 스틸 신임 주한 미국대사가 4일 조현 외교부 장관을 예방하며 공식 외교 행보에 들어갔다. 필립 골드버그 전 대사 이임 뒤 1년 반 가량 이어진 주한 미국대사 공백이 끝나면서 쿠팡 사태와 대미 투자 이행 문제 등으로 삐걱거린 한미 관계가 다시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스틸 대사는 이날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강상욱 의전장에게 신임장 사본을 제출한 뒤 조 장관과 만났다. 남편 숀 스틸 변호사와 동행한 그는 부임 소감과 한미 현안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신임장 정본을 제정하기 전까지 민감한 현안에 대한 언급을 자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임장은 외교 사절을 파견할 때 쓰이는 공식 외교 서한으로 일종의 신분증명서다.

박두순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예방은 부임 인사를 위한 자리라며 양측이 한미 관계 발전 방안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의제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양국 앞에는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이행 ▲쿠팡을 둘러싼 미국 기업 차별 논란 ▲관세·안보 후속 협상 ▲핵추진잠수함과 원자력 협력 ▲기업인·유학생 비자 문제 등이 쌓여있다. 조 장관은 지난 3일 한 방송과의 대담에서 "스틸 대사가 워싱턴에 직통으로 통한다"며 어려운 현안을 푸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쿠팡 문제는 스틸 대사의 첫 시험대로 꼽힌다. 미 하원 법사위원회는 지난달 한국 정부가 쿠팡 등 미국 기업을 차별했다고 주장하는 보고서를 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등 국회는 쿠팡 측 주장만 일방적으로 반영됐다며 반박 입장문을 전달했지만 미국 정치권의 불신은 여전하다. 알렉산더 그레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비서실장도 지난 3일 한국이 대미 투자 약속을 이행해 미국 내 일자리와 제조업에 기여한다는 확신을 주기 전까지 경제 현안이 동맹의 부담으로 남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난달 한미의원연맹과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등도 워싱턴을 찾아 설득전에 나섰다. 그러나 워싱턴 조야에서는 개별 기업 규제를 넘어 한국의 정책 환경 전반을 문제 삼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안보와 경제를 한 묶음으로 다루는 만큼, 대미 투자 지연과 통상 갈등이 원자력·안보 협의의 속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한국 정부는 지난 6월 한미전략투자공사 설립과 함께 첫 대미 투자 사업을 검토하며 이행을 서두르고 있다.

안보 분야에서도 잡음이 이어졌다. 최근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 과정에서 미군 무인기 비행계획이 한국군 지휘선에 제대로 공유되지 않아 한때 격추 태세가 발령되는 일이 벌어졌다. 여러 외교·의회 채널이 가동됐지만 현장 소통까지 촘촘히 복원되지는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계이자 공화당 하원의원 출신인 스틸 대사는 한국 사정과 미 의회 문법을 함께 아는 '가교'로 평가된다.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와 미 의회의 요구를 서울에 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를 두고 박 대변인은 "한미동맹과 한미 관계에 대한 이해와 식견을 바탕으로 양국 관계 강화와 국민 간 우의 증진에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우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