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에 중계권 판 그래미, BTS 보이콧에 전전긍긍 [이슈&톡]
"더 볼 일 없다"는 방탄소년단의 우아한 보이콧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그룹 BTS(방탄소년단)가 아시안 음악 부문을 신설한 미국 정통 음악 시상식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 이하 그래미) 측에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그래미에 후폭풍이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BTS의 보이콧으로 권위가 손상된 것은 물론 상업적 손실까지 안게 될 위기에 처했다.
그래미를 주관하는 레코딩 아카데미 측은 최근 R&B, 포크 등 장르를 세분화하는 부문을 신설하면서 돌연 인종을 구분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 아시안 부문을 신설했다. 레코딩 아카데미는 미국 음반 업계 관계자 및 전문가들로 구성된 주관 기관으로, 그간 서구 중심적인 보수적 투표 성향 탓에 유색 인종에게 박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실로 수 십 년 전까지 그래미는 흑인 아티스트을 홀대해 온 역사가 있다.
그래미는 지난 3년 동안 BTS를 후보로 올리고 단독 공연까지 배치했지만 단 한 개의 트로피도 내주지 않았다. BTS 출연으로 그래미는 온라인에서 역대 최고의 스트리밍 트래픽을 기록했고, 높은 광고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다. 그래미가 3년 연속 BTS 수상을 배척하자 K팝 아티스트를 시청률로만 이용한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이번 아시안 부문 신설은 '차별'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부담을 느낀 레코딩 아카데미 측이 우회책을 내놓은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기존 부문은 BTS에게 줄 수 없다는 일종의 선언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래미의 속 좁은 처사에 BTS도 대응했다. 멤버들은 일제히 자신들의 SNS를 통해 "내년 그래미에 출품하지 않기로 했다"라며 "음악을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하기보다 음악 그 자체로 사랑받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2027년 개최되는 '제69회 그래미 어워즈'를 시살상 공식 보이콧한 것이다. 외신도 이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레코딩 아카데미의 이번 행보는 BTS의 본상 진입을 차단하려는 고의적 게토화(특정 집단을 주류 영역에서 격리해 비주류 카테고리에 따로 가두는 현상)라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K팝을 올해의 노래 같은 핵심 본상 후보에서 배제하기 위해 별도의 부문을 신설했다는 걸 보수성이 강한 미국 언론도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BTS의 보이콧 선언으로 그래미는 경제적 손실이 예측되고 있다는 점이다. 레코딩 아카데미는 내년부터 시상식 중계를 OTT 플랫폼 디즈니플러스에 맡기기로 했다. 수백 억 원 규모의 10년 장기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다. 그래미는 기존 중계 방송사인 CBS를 떠나 ABC TV 방송과 함께 디즈니플러스(훌루 포함)와 손을 잡았다. 모두 '광고' 때문이다. 팬데믹 후 의존성이 커진 온라인 광고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계약이다.
디즈니플러스가 거액을 지불하고 그래미의 중계권을 확보한 핵심 배경은 글로벌 디지털 스트리밍 트래픽과 신규 구독자 유입에 있다. 그동안 그래미의 실시간 시청률과 온라인 언급량을 폭발적으로 견인해 온 주역이 바로 BTS와 글로벌 K팝 팬덤이다. BTS의 보이콧은 디즈니플러스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밖에 없다. 유튜브 등 온라인 광고 수익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BTS 팬덤이 이끄는 글로벌 트래픽 이탈이 뼈아플 수밖에 없다.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그래미가 BTS 보이콧 탓에 디즈니 측에 600억 원에 달하는 위약금을 물어줘야 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다. 중계권 계약 구조상 특정 아티스트의 출연 여부가 위약금 조건으로 직결되지는 않기 때문. 그러나 지난 3년 간 그래미의 온라인 광고 수익 창출을 견인해 온 BTS의 공백은 타격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더 볼 일 없어. 마지막 인사야. 할 말도 없어." BTS는 최근 미국 뉴욕 뉴저지에 위치한 스타디움 공연에서 '마이크드랍'을 부르며 이 같이 노래했다. RM은 일부 가사를 개사했다. "우리는 한국에 태어났어. 그들은 우리를 몰라."
지난 3년 간 BTS는 미국 음악 시상식의 심장, 그래미에 속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그래미는 그런 멤버들을 시청률을 위한 도구로 활용했을 뿐이다. '도저히 너희(아시안)에게는 권위 있는 상은 못 주겠다'는 그래미의 문을 BTS가 계속 두드릴 필요가 있을까. 멤버들은, 적절한 시기에 돌아섰다. K팝 역사의 한 순간으로 기록될 이 우아한 보이콧은 그래미를 저들만 즐거운 '지역 축제'로 한순간에 전락하게 만들었다.
그래미의 위상은 더 이상 전 같지 않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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