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삽 뜬 삼성SDS 주도 국가 AI 컴퓨팅센터, AI 인프라 자립 시험대

최진홍 기자 2026. 8. 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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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5000억 규모 국가 AI 컴퓨팅센터 착공, 국산 NPU 상용화까지 겨냥

국내 AI 산업의 발목을 잡아온 것은 모델도 인재도 아닌 연산 자원이다. GPU 확보 경쟁에서 밀린 스타트업과 대학 연구실이 실험 규모를 스스로 줄여온 배경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민간이 함께 대규모 컴퓨팅센터를 설립, 병목을 공공 인프라로 풀어보겠다는 전략적 로드맵 구축에 나서 눈길을 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에이아이컴퓨팅센터(코아크)는 3일 전남 해남군 솔라시도 데이터센터파크에서 국가 AI 컴퓨팅센터 착공식을 열고 본격적인 건설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정부가 내건 AI 3대 강국 도약 구상의 핵심 인프라 사업이 설계 단계를 지나 현장 공사로 넘어간 셈이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국가AI컴퓨팅센터 설립으로 국내 AI 인프라에 대해서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는 계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관 협력으로 첨단 GPU 확보와 국산 AI반도체 활성화를 병행 추진해 AI 풀스택 경쟁력 확보에 기여하고 아시아 AI 인프라 허브로 도약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착공식에는 배 부총리를 비롯해 박지원·한준호·안도걸 의원과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안정태 코아크 대표, 이준희 삼성SDS 대표,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가 참석했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정보통신산업진흥원 관계자도 자리를 함께해 사업 경과 보고와 비전 선포, 착공 세리머니가 이어졌다.

센터를 짓고 굴리는 주체는 코아크다. 삼성SDS가 컨소시엄 대표사로서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산업진흥원과 함께 이 법인 설립을 이끌었고, 앞으로 구축과 운영을 총괄한다. 지분 구조를 보면 삼성SDS가 30%로 최대주주에 올랐고 과기정통부와 금융위원회, 국민성장펀드 등 정부 몫이 29%, 네이버클라우드가 26.1%를 각각 나눠 가졌다. 대표이사는 삼성SDS 최고재무책임자를 지낸 안정태 전 부사장이 맡았다.

업계의 기대가 크다.
이준희 대표가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SDS

사실 여기까지 오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무려 1년 가까이 걸렸다. 실제로 삼성SDS 컨소시엄은 지난해 10월 사업 공모에 단독으로 응찰한 뒤 특수목적법인 설립 태스크포스를 꾸렸고, 올해 3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5월 사업자 확정, 6월 법인 설립 절차를 차례로 밟았다. 컨소시엄에는 네이버클라우드와 삼성물산, 삼성전자, 카카오, KT, 전남광주시,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이 이름을 올렸다. 국내 통신과 플랫폼, 건설 분야 기업이 한데 묶인 구성이다.

센터는 4만8000여 제곱미터 부지에 2층 규모로 조성되며 2028년 준공과 가동을 목표로 한다. 총사업비는 2조5000억원이고, 고성능 GPU와 NPU를 포함한 AI 반도체 1만5000장 규모의 연산 기반이 들어선다. 코아크는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전력에 전기 사용 신청을 마쳤고, 용수 인입 관로 공사도 진행 중이다. 건물 신축과 고성능 AI 서버 운영을 위한 시설 공사는 나란히 진행된다.

준공까지 2년 넘게 남은 공백을 메울 방안도 마련됐다. 센터에 들어갈 일부 AI 컴퓨팅 자원은 내년 중 삼성SDS 데이터센터에서 먼저 서비스된다. 산업계와 학계, 연구계의 연산 수요가 당장 급한 상황을 감안한 조치다.

확보된 자원은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대학, 연구기관에 제공된다. 초거대 AI 모델 개발과 대규모 데이터 처리 수요를 뒷받침해 산업 전반의 AI 활용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연산 자원 공급에서 끝나지 않고 산업별 특화 AI 모델 개발과 대규모 학습·추론 환경 지원, AI 서비스 실증과 검증까지 기술 개발 전 과정을 받쳐주는 역할도 맡는다. 인프라 문턱을 낮추기 위해 이용권 제공과 요금 할인 같은 지원 프로그램도 준비된다.

국산 AI 반도체 생태계를 키우는 임무도 함께 걸려 있다. 과기정통부는 센터를 기반으로 연구개발구역을 조성해 NPU로 대표되는 국산 AI 반도체의 설계와 시제품 개발에 필요한 검증 환경을 제공할 방침이다. 성능이 검증된 제품은 상용 서비스에 실제로 투입해 국산 반도체 활용을 늘리겠다는 그림이다.

이준희 삼성SDS 대표는 "글로벌 기술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최고 성능과 효율의 AI 인프라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AI컴퓨팅센터 최대주주로서 민·관 AI 협력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해남과 전남광주를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 인재가 모이고 산업 생태계가 형성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착공식 세레머니. 사진=삼성SDS

한편 업계에서는 이번 사업이 삼성SDS에 던지는 의미도 주목한다. 한 관계자는 "국가 AI 컴퓨팅센터는 국내 기업과 연구기관의 연산 자원 부족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삼성SDS는 구축과 운영을 맡아 공공 AI 인프라 사업 경험을 확보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민간 영역에서도 AI 데이터센터 투자는 이미 경쟁 국면에 접어들었다. SK그룹과 네이버, KT가 각기 대형 데이터센터 증설에 나서고 있고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들도 국내 리전을 늘리는 추세다. 국가 AI 컴퓨팅센터가 이들과 갈리는 지점은 수익성보다 접근성에 무게를 뒀다는 데 있다. 요금 할인과 이용권으로 진입 장벽을 낮춰, 자금력 때문에 실험 규모를 줄여온 소규모 연구 주체까지 끌어안겠다는 목표다.

관건은 국산 NPU가 실제 상용 환경에서 얼마나 버텨주느냐로 모인다. 엔비디아 GPU에 쏠린 연산 구조를 국산 반도체로 일부라도 대체하지 못하면, 대규모 투자가 해외 반도체 구매로 흘러가는 결과에 그칠 수 있다. 해남에서 시작된 공사가 인프라 확충을 넘어 반도체 자립의 시험대로 읽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