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보다 어려운 휴머노이드…미국vs중국, ‘로봇 두뇌’ 전쟁[피지컬 AI 핵심 밸류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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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물류창고와 중국 난창의 태블릿 공장. 투입된 로봇 'G2'는 바퀴형 이동 플랫폼에 휴머노이드 형태의 상반신과 양팔을 결합한 형태다. 생성형 AI의 LLM이 언어를 이해하고 문장을 만든다면 로봇의 VLA(Vision-Language-Action) 모델은 눈으로 환경을 보고 사람의 명령을 이해한 뒤 이를 관절과 손가락의 움직임으로 바꾼다. 박재근 융합전자공학부 석학교수는 "로봇에 AI 가속기가 본격 탑재되는 '피지컬 AI' 시대가 열리면 메모리 수요는 다시 한번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며 "최근 시장에서 공급 확대를 우려하는 2028년쯤이면 피지컬 AI가 상용화돼 메모리 수요를 받아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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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물류창고와 중국 난창의 태블릿 공장. 한 달 간격으로 이 두 곳에서 인간 없는 노동이 실시간으로 카메라에 담겼다. 지난 5월 미국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피겨AI의 유튜브 채널에는 생방송 하나가 켜졌다.
키 173cm 로봇 한 대가 물류창고 컨베이어벨트 앞에 서서 손가락으로 택배 상자를 집어 들고 바코드가 아래를 향하도록 방향을 맞춰 놓는 작업을 이어갔다. 그 뒤로는 똑같이 생긴 로봇 두 대가 교대를 위해 서 있었다. 배터리가 떨어지면 스스로 충전대로 걸어갔고 대기하던 다른 로봇이 곧바로 빈자리를 메웠다. 처음에는 실수가 잦아서 댓글로 응원이 이어졌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로봇들의 작업은 제법 안정을 찾아갔다. 로봇 3대가 번갈아 가며 200시간 동안 처리한 택배는 24만9560개. 시간당 평균 1248개꼴이었다.

한 달 뒤 중국 로봇 기업이 응수했다. 세계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애지봇은 중국 장시성 난창의 전자제품 제조사 롱치어테크놀로지의 실제 태블릿 생산라인에 로봇을 투입해 하루 10시간씩 생중계했다. 투입된 로봇 ‘G2’는 바퀴형 이동 플랫폼에 휴머노이드 형태의 상반신과 양팔을 결합한 형태다. 8대의 로봇은 태블릿을 집어 들어 불량 여부를 검사하고, 불량품을 골라내고, 자재를 날랐다. 시간당 처리량 310대, 사이클 타임 19초. 엿새간 8대의 로봇이 완료한 생산라인 작업은 6만4828건, 생산에 기여한 태블릿은 1만7625대였다. 작업 성공률은 99.99%였다.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본격적으로 실험실을 벗어나 산업 현장에 투입되기 시작했다. 아직은 시범적이지만 이를 통해 수집한 시각·촉각·행동 데이터는 곧 휴머노이드의 뇌 속에 깊이 박힌다.
챗GPT 등 대규모언어모델(LLM)은 방대한 텍스트를 학습하며 똑똑해진다. 내용이 틀리거나 문장이 어색하다면 사람의 명령에 따라 데이터를 다시 찾아내면 된다. 휴머노이드가 만나야 하는 세상은 더 혹독하다. 로봇의 세계는 중력과 마찰력, 예측 불가능한 사람의 움직임이 뒤섞인 물리 공간이다. 휴머노이드의 두뇌는 카메라로 본 장면을 0.1초 안에 관절의 움직임으로 바꿔야 한다.
두뇌가 처리해야 하는 정보도 다르다. 생성형 AI는 이미 만들어진 글과 이미지에서 규칙을 배우지만 휴머노이드는 물체의 무게와 마찰, 거리와 방향, 사람의 움직임까지 동시에 파악해야 한다. 두뇌가 판단하고 각 관절에 명령하는 것까지 인간의 뇌와 신경을 닮아야만 가능한 일이다.
챗GPT보다 휴머노이드가 어려운 이유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이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이다. 생성형 AI의 LLM이 언어를 이해하고 문장을 만든다면 로봇의 VLA(Vision-Language-Action) 모델은 눈으로 환경을 보고 사람의 명령을 이해한 뒤 이를 관절과 손가락의 움직임으로 바꾼다. 여기에 행동 이후의 상황을 미리 예측하는 월드모델이 결합되기도 한다.
휴머노이드의 ‘두뇌’인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드는 방식은 기업마다 다르다. 구글 딥마인드는 생성형 AI에서 확보한 언어·추론 능력을 로봇의 행동으로 확장하고 있다.
‘제미나이 로보틱스 1.5’는 카메라 영상과 사람의 지시를 받아 로봇의 동작 명령을 직접 생성하는 VLA 모델이다. 여기에 ‘제미나이 로보틱스-ER 1.6’을 상위 두뇌로 붙였다. ER 1.6이 여러 카메라 화면을 종합해 공간을 이해하고 작업 순서를 세우며, 작업이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를 판단하면 VLA 모델이 실제 행동을 수행하는 구조다. 구글은 모델을 로봇 내부에서 낮은 지연시간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경량화한 ‘제미나이 로보틱스 온디바이스’도 개발했다.
피겨AI는 모델과 로봇의 몸을 함께 개발하는 수직계열화 전략을 택했다. 휴머노이드 모델 ‘헬릭스 02’는 장면과 언어를 이해해 작업 순서를 정하는 시스템2, 센서 정보를 초당 200회의 전신 관절 목표로 바꾸는 시스템1, 균형과 접촉을 초당 1000회 제어하는 시스템0으로 구성된다. 생각하고 움직이는 능력뿐 아니라 넘어지지 않는 반사신경까지 신경망으로 통합한 것이다.
가장 넓은 영역을 장악한 기업은 엔비디아다. 휴머노이드용 VLA 모델 ‘그루트(GR00T) N1.6’이 행동을 결정하고 ‘코스모스 리즌 2’가 물리 세계를 이해해 추론한다. ‘코스모스 프리딕트·트랜스퍼 2.5’는 행동 이후 벌어질 상황을 예측하고 가상 훈련 데이터를 만든다. ‘아이작 심’과 ‘아이작 랩’에서는 로봇을 가상공장에 투입해 훈련하고 검증한다. 이 모델을 현실의 로봇 안에서 돌리는 칩이 블랙웰 GPU를 탑재한 ‘젯슨 토르’다. GPU나 AI 칩 제조사를 넘어 로봇의 두뇌를 설계하고, 훈련시키고, 실행하는 모든 과정을 통째로 쥐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방대한 영상과 센서 데이터를 처리하고 가상세계에서 수억 번의 시행착오를 반복하려면 대규모 연산 인프라가 필요하다. 로봇의 큰 두뇌는 먼저 데이터센터의 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위에서 만들어진다. 학습을 마친 모델은 크기를 줄여 로봇 내부의 엣지 반도체로 옮겨진다. 데이터센터가 로봇을 가르치는 교실이라면 엣지 칩은 현장에서 순간적으로 판단하고 몸을 움직이는 두뇌다.
퀄컴은 스마트폰에서 쌓은 저전력 반도체 기술을 앞세워 엔비디아에 도전장을 냈다. 2026년 공개한 휴머노이드용 프로세서 ‘드래곤윙 IQ10’은 최대 700TOPS(초당 700조 번 연산)의 AI 연산 능력과 18개의 오라이온 CPU 코어를 갖췄다. 카메라와 라이다, 레이더, 관성측정장치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하나의 칩에서 처리하면서 로봇의 움직임을 정해진 시간 안에 제어하는 기능안전 체계도 포함했다.
中, 한 대가 배우면 모두가 진화

중국도 더 이상 로봇의 몸만 만드는 데 머물지 않는다. 애지봇의 ‘GO-2’는 작업 계획과 실제 동작 사이의 단절을 줄이기 위해 느린 고차원 추론과 빠른 동작 제어를 결합한 파운데이션 모델이다.
애지봇은 실제 현장에 투입된 여러 로봇이 얻은 경험을 공동으로 학습하는 ‘SOP’도 개발했다. 한 로봇이 작업에 실패하거나 더 나은 동작을 발견하면 그 경험을 중앙 모델에 반영해 다른 로봇의 성능까지 높이는 방식이다. 로봇의 물량이 늘어날수록 모델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도 함께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다.
유니트리 역시 범용 휴머노이드 조작을 위한 ‘유니폼(UnifoLM)-VLA-0’을 공개했다. 기존 비전·언어 모델에 로봇 조작 데이터를 추가로 학습시켜 물체를 보고 지시를 이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 손동작을 출력하도록 한 모델이다.
한국이 제조업 경쟁력을 앞세워 피지컬 AI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지만 두뇌에서는 반도체 경쟁력이 메모리에 쏠려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에는 엔비디아·AMD의 GPU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HBM이 필요하다. 수많은 로봇의 영상과 센서 데이터를 학습할수록 AI 데이터센터의 연산량과 메모리 수요는 커진다.
박재근 융합전자공학부 석학교수는 “로봇에 AI 가속기가 본격 탑재되는 ‘피지컬 AI’ 시대가 열리면 메모리 수요는 다시 한번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며 “최근 시장에서 공급 확대를 우려하는 2028년쯤이면 피지컬 AI가 상용화돼 메모리 수요를 받아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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