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오르면 판다"…외국인 376만주 '하락 베팅'

조승열 기자 2026. 8. 4.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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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자의 삼성전자 '하락 베팅'이 거세지고 있다. 삼성전자 주식을 빌려두는 대차잔고가 한 달 만에 2000만주 이상 증가한 데 이어 실제 공매도 물량도 2024년 12월 이후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다.

삼성전자 공매도 잔고가 380만주로 고점을 기록한 2024년 12월 5일 주가는 5만3700원으로 6개월 전 고점보다 38.8% 하락한 상태였다.

삼성전자 주가의 다음 방향은 공매도 규모보다 외국인이 베팅을 거둬들일 만한 실적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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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대차잔고 한 달 새 27.4% 급증…공매도는 1년8개월來 최대
SK하이닉스 공매도는 오히려 감소…엇갈린 ‘삼전닉스’ 투자 판단
외국인 지분율 금융위기 이후 최저…실적 반전 땐 숏커버링 가능성
[사진제공=연합뉴스]

외국인 투자자의 삼성전자 '하락 베팅'이 거세지고 있다. 삼성전자 주식을 빌려두는 대차잔고가 한 달 만에 2000만주 이상 증가한 데 이어 실제 공매도 물량도 2024년 12월 이후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 지분을 줄이는 동시에 주가 하락에 대비한 포지션까지 확대하면서 반도체 대장주를 둘러싼 수급 불안이 커지는 모습이다. 다만 공매도 강도가 이미 고점에 가까워졌다는 분석도 있어 향후 실적과 업황에 따라 대규모 숏커버링이 나타날 가능성도 거론된다.

◆ 한 달 새 2000만주 더 빌렸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대차잔고는 지난 7월 1일 7428만주에서 같은 달 31일 9466만주로 27.4% 증가했다. 한 달 사이 공매도에 활용할 수 있는 잠재 물량이 2038만주 늘어난 셈이다.

대차거래가 모두 공매도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시장조성이나 헤지, 결제 수요 등에도 활용된다. 그러나 주식을 빌려 먼저 판 뒤 주가가 내려가면 되사서 갚는 공매도의 특성상 대차잔고 증가는 통상 잠재적인 매도 압력을 보여주는 선행지표로 받아들여진다.

실제 삼성전자 공매도 잔고는 7월 1일 '0주'에서 29일 376만주까지 증가했다. 이는 2024년 12월 5일 기록한 380만주 이후 약 1년8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주목할 대목은 공매도의 '밀도'다. 2024년 12월 당시 삼성전자 대차잔고는 1억2587만주였지만 공매도 잔고는 380만주로, 대차잔고 대비 비율이 3.01%였다. 지난달 29일에는 대차잔고 8907만주 가운데 376만주가 공매도로 이어져 이 비율이 4.22%까지 상승했다.

빌려놓은 주식 가운데 실제 하락 베팅에 사용된 비중이 과거 고점보다 높아진 것이다.

◆ 외국인은 왜 삼성전자만 겨냥했나

외국인의 움직임은 SK하이닉스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SK하이닉스 대차잔고는 7월 1일 1369만주에서 31일 1363만주로 사실상 변화가 없었다. 같은 기간 공매도 잔고도 21만8000주에서 16만9000주로 감소했다.

두 종목 모두 최근 고점에서 크게 떨어졌지만 외국인은 삼성전자에 더 강한 추가 하락 가능성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가 고점 대비 약 52% 급락한 데 비해 삼성전자의 낙폭은 약 40%로 상대적으로 작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지난 3일 기준 외국인 지분율은 46.7%로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까지 내려왔다. 올해 초 52%를 웃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약 7개월 만에 5%포인트 이상 감소했다.

지난달 31일 코스피가 폭등한 날에도 외국인은 현물시장에서 8조원 넘게 순매수하면서 동시에 대차 물량을 대거 확보했다. 이날 전체 대차 물량 4455만주 가운데 외국인 몫은 3237만주로 72.7%에 달했다. 외국인 대차 비중도 5월 64.6%, 6월 66.9%, 7월 69.0%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단기 반등 때 현물을 사들이면서도 주가가 다시 하락할 가능성에 대비해 헤지 포지션을 강화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 공매도 정점이면 반등의 불씨

공매도 증가는 당장 삼성전자 주가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빌린 주식이 시장에 추가로 출회되면 반등 때마다 매도 압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매도 잔고가 많다는 사실만으로 추가 폭락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미 매도된 주식은 언젠가 다시 사서 갚아야 한다. 반도체 업황이나 삼성전자 실적 전망이 개선될 경우 공매도 투자자의 환매수가 주가 상승을 증폭시키는 '숏커버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에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삼성전자 공매도 잔고가 380만주로 고점을 기록한 2024년 12월 5일 주가는 5만3700원으로 6개월 전 고점보다 38.8% 하락한 상태였다. 이후 주가는 추가 급락보다 횡보를 거친 뒤 2025년 5월부터 반등했다.

현재 외국인의 시선이 바뀌려면 메모리 가격과 AI 반도체 수요, 파운드리 경쟁력 회복 등 실적을 뒷받침할 신호가 필요하다. 주요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실적 발표에서 공급 부족과 수요 회복이 확인되면 삼성전자 공매도 포지션도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

결국 376만주의 공매도 잔고는 두 얼굴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의 불신이 그만큼 깊다는 증거인 동시에, 업황이 예상과 다르게 움직일 경우 주가를 밀어 올릴 잠재적인 매수 대기 물량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주가의 다음 방향은 공매도 규모보다 외국인이 베팅을 거둬들일 만한 실적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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