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돈 1억’에도 동났다…4만가구 신축 공급 앞둔 중랑구의 반전 [집슐랭]
신통기획·역세권·모아타운 등…노후 저층 주거지 정비사업 속도
33㎡ 이하 소형 주택 거래 활발…초기 단계 많아 수익성 따져 봐야

서울지하철 7호선 면목역 1번 출구를 나와 동원전통종합시장 골목으로 들어서면 빛바랜 철제 대문과 손때 묻은 붉은 외벽의 다세대·다가구 주택들이 빼곡히 들어선 저층 주거지가 펼쳐진다. 하지만 골목 곳곳에는 ‘사업시행인가 완료’를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렸고, 중개업소에는 이주 상담 안내문이 붙기 시작했다. 한때 서울의 대표적인 저평가 지역으로 꼽혔던 중랑구가 대규모 정비사업을 발판으로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면목동 86-3번지인 일대는 최고 37층 1919가구 규모의 ‘e편한세상’ 브랜드 타운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4개 구역, 9만 7000㎡를 묶어 진행하는 ‘모아타운’ 2호 시범사업지로, 지난달 29일 1·2구역 959가구에 대한 사업시행계획인가(관리처분계획 포함)가 고시되면서 ‘8부 능선’을 넘었다. 나머지 4·6구역도 지난달 인가를 신청해 이르면 이달 중으로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이주와 착공은 내년 초로 예상되지만 인근 중개업소에는 벌써 ‘이주 상담’ 안내문도 나붙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면목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노후 저층 주거지가 밀집해 주거 선호도와 자산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중랑구는 구 전역에서 추진되는 정비사업을 발판 삼아 도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8곳,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5곳, 모아타운 14곳 등 총 27개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 중이다. 모든 사업이 완료되면 약 4만 가구가 공급될 것으로 중랑구는 내다봤다.
구역별로 추진 방식과 사업 단계가 제각각이지만 비교적 초기 단계가 많다. 면목역에서 중랑천 방향으로 향하면 ‘수변 특화 주거단지’를 목표로 하는 면목8·10구역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사업지가 나온다. 각각 올해 1월과 7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돼 8구역은 최고 35층 1260가구, 10구역은 최고 35층 959가구로 조성된다. 두 구역 모두 조합 설립 동의서를 징구 중이며 연내 시공사 선정을 목표로 한다. IPARK현대산업개발과 대우건설, SK에코플랜트 등 대형 건설사들이 현수막을 내걸고 선점 경쟁에 나선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면목역세권’과 ‘사가정역세권’ 장기전세주택 민간재개발사업도 각각 4월과 5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두 곳 모두 최고 40층 2000가구가 넘는 대단지로 조성된다. 사가정역세권은 구역 지정 2개월 만인 지난달 8일 조합설립추진위원회 구성 승인까지 받아냈다.
모아타운은 14곳에서 추진돼 중랑구가 ‘성지’로 불릴 정도다. 좁은 골목과 노후 저층 주택이 밀집해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웠던 지역 특성에 소규모 정비구역을 묶어 개발하는 방식이 딱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다. 모아타운은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 정비사업 구역을 모아 10만㎡ 이내의 슈퍼블록으로 개발하는 방식으로 절차 단축 및 종상향, 용적률 인센티브 등을 통해 사업성을 높일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반 재개발이 12년가량 걸리는 반면 모아타운은 절차를 간소화해 8~9년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며 “면목동 시범사업지처럼 여러 구역이 하나의 대단지로 통합 개발된다면 규모와 속도 모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면목10구역 인근 A중개업소 대표는 “서울에서 2억~3억 원대 초기 투자금으로 신축 아파트 입주권을 기대할 수 있는 지역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자산이 많지 않은 30대 신혼부부와 1인 가구의 관심이 높다”며 “실거주 및 투자 목적의 신축 빌라 미분양도 최근 많이 계약됐다”고 말했다. 사가정역 인근 B중개업소 대표도 “역세권 재개발은 이제 추진위 승인을 받아 입주까지 최소 10년은 걸릴 수 있지만 ‘살면서 기다리겠다’는 수요자가 많다”며 “공동주택가격 대비 1억 원가량의 프리미엄이 붙은 4억~5억 원대 매물은 대부분 소진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신축 아파트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는 점도 기대를 키우는 요소다. 통상 정비사업은 조합원 추가분담금을 낮추기 위해 일반분양 수익을 높여야 하지만 중랑구는 집값이 상대적으로 낮아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면목3구역을 재개발한 ‘사가정 센트럴 아이파크’ 전용 84㎡가 지난달 15억 원에 거래되면서 8개월 만에 3억 원가량 올랐다. 중화1구역을 재개발한 준공 2년 차 ‘리버센 SK뷰 롯데캐슬’ 59㎡도 12억 원선에 거래된 후 호가가 15억 원까지 형성됐다.
다만 중랑구 정비사업 대부분이 초기 단계이고 사업 방식과 주민 동의율 등에 따라 속도와 수익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모아타운은 사업지가 여러 소규모 구역으로 나뉘어 대규모 재개발보다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어렵다”며 “구역별 추진 속도가 엇갈리거나 블록 해제 리스크 등 변수도 많기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중랑구는 서울 동북권 외곽의 노후 주거지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실제 입지 여건은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면목·상봉·중화동 등 주요 주거지역 상당 부분이 비교적 평탄한 데다 서울지하철 7호선을 이용하면 건대입구와 청담·강남구청·논현 등 강남 동부권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다. 건대입구역에서 한 차례 환승하면 잠실 업무지구에도 닿는다. 상봉·망우역 일대에는 7호선과 경의중앙선, 경춘선, KTX가 모여 있고 중랑천과 용마산·봉화산 등 수변·녹지 공간도 가깝다.
하지만 집값은 인접한 광진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국부동산원의 2026년 6월 통계에 따르면 중랑구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6억 6000만 원으로, 광진구의 14억 7900만 원보다 8억 원 이상 낮다. 서울 전체 중위가격인 10억 4000만 원과 비교해도 약 36% 낮은 수준이다. 신축 아파트와 대형 상권의 부족, 학원가 및 업무시설 부재 등으로 주거 선호도가 낮다는 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활발한 정비사업과 더불어 교통·복합개발이 잇따라 가시화하고 있어 중랑구가 ‘만년 저평가 지역’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곳은 상봉·망우역 일대다. 서울 동북권의 철도 거점인 이곳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가 개통하면 서울 도심과 여의도 등 주요 업무지구로 이동하는 시간이 15분 내외로 크게 단축될 전망이다. 수도권 서부권 접근성을 크게 높여줄 GTX-B는 2030년 개통을 목표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옛 상봉터미널 부지와 역세권 일대에서는 주거·상업시설을 결합한 고밀복합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상봉9구역 ‘상봉 더샵 퍼스트월드’는 지하 8층~지상 49층 규모의 공동주택 999가구와 오피스텔 308실, 판매·문화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2029년 5월 준공이 목표다. 최고 49층, 공동주택 841가구와 오피스텔 30실 규모로 개발되는 상봉7구역도 코오롱글로벌을 시공사로 선정한 데 이어 지난달 사업시행계획 변경인가를 받았다.

청량리역과 신내역을 잇는 면목선 도시철도도 중랑구의 교통 여건을 바꿀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총연장 약 9.5㎞인 면목선은 2024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뒤 현재 기본계획 수립 절차를 밟고 있다. 최근 서울시가 전략환경영향평가의 평가 항목과 조사 범위를 결정·공개하면서 후속 행정 절차도 한 단계 진전됐다. 개통되면 철도 교통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면목동과 망우동에서 청량리역으로의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아직 기본계획 단계인 만큼 착공과 개통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
6호선·경춘선 환승역인 신내역 주변도 장기 개발축으로 주목받는다. 서울시는 신내차량기지와 중랑공영차고지, 북부간선도로 주변 저이용 부지 등 약 73만㎡에 교통·상업·문화시설과 미래산업 기능을 유치하는 개발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차량기지 이전과 구체적인 사업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상봉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GTX-B나 면목선 개통 등 교통 호재에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특히 높다”며 “‘상봉 더샵 퍼스트월드’가 입주를 시작하는 2029년 무렵부터는 개발 호재 및 정비사업의 성과가 어느 정도 가시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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