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수→가액·실거주, 비용공제→국내생산…세제 철학 바꾼다

CBS노컷뉴스 서민선 기자 2026. 8. 4.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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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세제개편안]전문가 분석 들어보니
종부세 세율은 보유가액 기준 통합…공제는 실거주 기간 중심 재편
기업은 생산·판매량 따라 세액공제…세제로 국내 생산·지방 투자 유도
"2028년까지 매물 출회 시간 벌어"…공급 없으면 효과 제한 지적도
"장기 보유시 실거주만 우대하는 것은 조세 형평성 맞지 않아" 비판
"거주 1주택 기본공제 14억 상향, 시장에 안 좋은 시그널 줄 것"
류영주 기자

이번 정부 세제개편의 핵심은 세금을 매기고 깎아주는 '기준' 자체를 바꾸는 데 있다. 부동산은 '몇 채를 보유했느냐'에서 '얼마짜리 주택을 실제 거주하느냐'로, 기업 지원은 '얼마를 투자했느냐'에서 '국내에서 실제 얼마나 생산했느냐'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정부는 이를 통해 주택은 실거주를, 기업은 국내 생산을, 투자자는 국내 자본시장 장기투자를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를 세제 철학의 전환으로 볼 수 있을지, 실제 시장과 기업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를 놓고는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정부 "집은 사는(Buying) 것이 아니라 사는(Living) 곳"

정부가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은 개별 공제율이나 과세 기준을 손보는 데 그치지 않고 자금과 자산의 흐름을 생산·실거주·지방으로 유도하는 방향성을 담았다. 정부가 내세운 목표는 '대체불가 대한민국을 위한 경제 대도약 지원'이다.

성장 분야의 핵심은 새로 도입하는 '국내생산세액공제'다. 기존에는 설비투자나 연구개발(R&D)에 들어간 비용을 기준으로 세제 혜택을 부여했다면 앞으로는 국내에서 직접 생산·판매한 물량에 따라 세금을 공제한다. 태양광·풍력·이차전지·반도체·핵심소재·AI 로봇부품 등 6대 전략 분야가 대상이다.

생산시설을 비수도권에 둘 경우 지역별 계수를 적용해 수도권보다 최대 1.5배 높은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 국내 주식과 국내 주식형 펀드 등에 장기 투자하면 세제 혜택을 주는 '생산적 금융 ISA'도 신설한다. 기업의 비용 절감을 넘어 공급망 내재화와 지방 생산기반 확충, 국내 자본시장 활성화까지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부동산 분야에서는 종합부동산세 세율체계를 주택 수 중심에서 주택가액 중심으로 개편한다. 거주용 1세대 1주택 기본공제는 공시가격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높이는 반면 비거주 1주택은 9억원으로 낮춘다.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실제 거주기간 중심으로 재편한다. 현행 '보유기간 연 4%+거주기간 연 4%' 구조를 단계적으로 '거주기간 연 8%(최대 80%)' 중심으로 바꾸고, 10년 이상 실거주한 30억원 이하 주택은 양도세 기본공제를 250만원에서 2500만원으로 확대한다. 정부가 제시한 "집은 사는(Buying) 것이 아니라 사는(Living) 곳"이라는 원칙을 세법에 반영한 셈이다.

"보유세는 높이고 양도세는 늦춰…시장에 매물 나올 시간 벌었다"

이번 개편의 가장 큰 특징은 세제 혜택의 기준을 자산 보유나 비용 지출이라는 '형식'에서 실제 거주와 국내 생산이라는 '행위와 결과'로 옮겼다는 점이다. 부동산은 주택 수보다 자산가액과 이용 목적을 함께 고려하고, 기업은 투자 계획보다 실제 생산 성과를 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부동산 세제는 보유세와 양도세의 시행 시기를 연계했다. 비거주 주택과 다주택자의 보유 부담은 단계적으로 높이되 양도세 중과는 2028년까지 완화해 세 부담이 본격화하기 전에 주택을 처분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했다.

우병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보유세와 양도세 모두 실거주에 혜택을 집중한 만큼 주택시장을 실거주자 중심으로 재편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보유세 부담을 높이는 동시에 양도세를 시기별로 조정해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출구를 마련한 점은 과거 대책과 차별화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과거보다 실제 매물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커졌고, 세목별 시행 시점을 수년에 걸쳐 배치한 점도 상당히 치밀하게 설계됐다"면서도 "정부가 2028년 말까지 시간을 번 것은 의미가 있지만, 그 사이 3기 신도시 조기 공급과 1기 신도시 정비사업, 서울 도심 공급 등이 병행되지 않으면 세제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2029년 이후 다시 높아지는 양도세 부담이 매물을 묶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편 폭 자체가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김우철 교수는 "향후 5년간 세수 증가 효과가 약 3조4000억원, 연평균 7000억원 수준에 그치고 법인세·소득세·부가가치세 등 주요 세목의 세수 효과도 사실상 중립적"이라며 "부동산 세제와 가업상속공제 등 대통령이 관심을 보인 분야를 제외하면 세제 철학이 크게 달라졌다기보다 통상적인 연례 세법 개정안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똘똘한 한 채' 심화 우려" vs "실거주 중심 전환 의미"

정부 설명과 달리 주택 수 기준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종부세 세율표는 하나로 통합되지만 거주 1주택과 비거주 1주택, 다주택자에게 적용되는 기본공제가 다르고 양도세 중과와 1세대 1주택 특례에도 여전히 주택 수 기준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충남대 경제학과 정세은 교수는 "가액 기준 과세로 완전히 전환했다기보다 세율 체계를 단순화한 것에 가깝다"며 "실거주 1주택 혜택은 크게 늘린 반면 비거주·고가·다주택자에 대한 부담 강화는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특히 실거주 1주택 기본공제를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높인 데 대해 "집값이 오르면 정부가 과세 기준도 함께 올려준다는 신호를 시장에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14억원은 시가 약 20억원 수준인데, 이들마저 종부세 대상에서 빠지면 '20억원 정도의 주택은 세 부담이 크지 않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며 "지방주택을 처분하고 서울 고가 1주택을 선택하려는 수요가 늘어 '똘똘한 한 채' 현상을 오히려 심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우 전문위원은 "초고가·비거주 1주택에 대한 세 부담이 커지는 만큼 기존의 '똘똘한 한 채' 선호도 일부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보유보다 거주를 우대하는 방식이 조세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교수는 "주택은 장기간 보유하는 과정에서 물가 상승 등에 따라 명목가격이 오르는 측면이 있다"며 "장기보유 공제는 이러한 명목상 자본이득을 조정하기 위한 제도인데, 이를 실거주 여부에 따라 달리 적용하는 것은 조세 원칙 측면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생산세액공제에 대해서도 "생산세액공제는 생산비가 높아 시장 경쟁력이 부족한 초기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라며 "정작 청정수소처럼 초기 지원이 필요한 분야는 빠지고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반도체가 포함된 것은 제도 취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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