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세제 정상화'라지만… 시장은 "강남·한강벨트 고가 주택 팔라는 압박"

안하늘 2026. 8. 4.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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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번 세제개편안을 통해 부동산 세제 정상화를 강조하지만, 시장에선 사실상 30억 원이 넘는 고가 주택에 대한 증세라고 평가한다.

종부세는 주택 공시가격에서 기본공제 금액을 뺀 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한 과세표준을 기준으로 세율이 부과되는데, 기본공제 금액도 현행 12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확대된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30년 전 잠실 아파트를 1억 원에 샀다가 지금 40억 원이 된 사람의 경우 세제개편안이 통과할 경우 치명적"이라며 "그런 매물이 내년까지 일부 나올 테지만 서민 주거 안정과는 관련이 없는 그들만의 시장"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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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세제개편안]
양도세 공제 한도, 2029년부터 10억
32억 주택부터 종부세 세율 인상
서울 아파트 10채 중 1채 증세 타깃
세금 규제 순차 적용, 매물 출회 기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뉴스1

정부가 이번 세제개편안을 통해 부동산 세제 정상화를 강조하지만, 시장에선 사실상 30억 원이 넘는 고가 주택에 대한 증세라고 평가한다. 상위 1% 부동산에 대해 보유세와 양도세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초고가 시장에서 급매가 일부 체결되지만, 전체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그동안 제도적으로 보호받았던 거주 1주택자까지 증세 대상이 되면서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29년 양도세 공제 한도 10억 제한

주택 장기거주소득공제 개편안. 그래픽=강준구 기자

정부는 세제개편안을 마련하면서 부동산 자산을 '투기'가 아닌 '거주' 대상으로 전환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이를 위해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장기 거주 소득공제'로 명칭을 변경한다. 현재 1세대 1주택자는 보유 연 4%와 거주 연 4%를 더해 최대 10년간 양도차익의 80%를 공제받을 수 있지만 2028년부터는 거주 연 6%, 보유 연 2%씩 공제하는 것으로 개편하고, 2029년부터는 거주 연 8% 공제만 남긴다.

공제 한도도 신설한다. 2027년까지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공제 한도를 두지 않는데, 2028년에는 20억 원, 2029년부터는 10억 원의 한도가 생긴다. 1주택자가 주택을 25억 원에 취득하고 10년 거주한 뒤 75억 원에 매각했을 때, 2027년까지 팔면 양도세가 3억1,600만 원인데, 2028년에는 9억2,300만 원, 2029년에는 13억7,300만 원으로 급등하는 구조다.


서울 아파트 10채 중 1채 종부세 세율 인상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세율 개편안. 그래픽=강준구 기자

주택분 종합부동산세(종부세)도 대대적으로 바뀐다. 종부세 납부 대상은 1세대 1주택자 기준 주택 공시가격 12억 원에서 14억 원(시가 약 20억 원)으로 오른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주택 가격 상승에 따라 과세 대상 인원이 과도하게 늘어나지 않도록 인상했다"고 말했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14억 원 이상인 가구는 36만3,000호로 상위 2.3% 수준이다. 종부세는 주택 공시가격에서 기본공제 금액을 뺀 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한 과세표준을 기준으로 세율이 부과되는데, 기본공제 금액도 현행 12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확대된다.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율은 대폭 오른다. 1세대 1주택자, 지방 1·2주택자의 경우 현재 60%에서 2027년 70%로 오르고, 3주택자 및 조정 대상 다주택자는 현재 60%에서 2027년 70%, 2028년 80%로 단계적으로 상향된다.

종부세 세율은 과세표준 6억~12억 원 구간부터 현행 1.0%에서 1.3%로 인상된다. 시세로 32억2,000만 원(공시가격 22억6,000만 원)부터 44억5,000만 원(공시가격 31억1,000만 원)으로, 약 16만8,000호가 해당된다. 서울 아파트가 170만 호인 것을 감안하면 10채 중 1채꼴로 종부세 세율이 오르게 되는 셈이다.

과세표준 12억 원에서 25억 원 사이 구간은 현재 1.3%에서 2027년 1.5%, 2028년 2.0%로 세율이 대폭 상향된다.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은 압박은 더욱 커졌다. 시가 20억 원 주택(60세·10년 보유)의 종부세는 현행 27만6,000원에서 내년 114만 원으로 4배 이상 증가한다. 2028년에는 152만 1,000원으로 5.5배까지 오른다.

세 부담 상한도 150%에서 200%로 올랐다. 전년 보유세(종부세+재산세) 부과액보다 2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고령층 수도권 주택 팔고 지방 가면 양도세 일부 감면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에 부동산 거래 정보가 게시돼 있다. 뉴스1

나름의 당근책도 제시됐다. 주택 처분이나 상속 시점까지 종부세 납부를 유예하는 요건(총급여 6,000만 원→7,000만 원)을 완화하는 한편, 65세 이상 1주택자가 수도권 주택을 처분하고 비수도권으로 이주할 경우 양도세를 2027년엔 50%(5억 원 한도), 2028년엔 30%(3억 원 한도) 각각 감면한다는 방침이다.

다주택자의 조정대상지역 주택에 대한 양도세 중과도 또다시 완화한다. 정부는 5월 9일까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유예해 준 바 있다. 기존 양도세율에 2주택자는 20%포인트(p), 3주택 이상자는 30%p를 추가하는데, 2027년까지 매도할 경우 2주택자는 5%p, 3주택 이상은 10%p만 더하겠다는 것이다. 2028년에는 2주택자에 대해 10%p, 3주택 이상자는 15%p가 중과되고 2029년부터는 현재 양도세율로 복귀된다.


"강남 일부 매물 나오겠지만, 그들만의 리그"

지난달 2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권을 요청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에 대해 "중산층에게는 혜택을 주고, 일정 금액 이상에선 세 부담을 적정화하는 조치"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시장에선 수도권에서 종부세 인상 여파가 정부의 예상보다 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설명은 올해 1월 공시가격을 적용한 계산으로, 올해 상반기 아파트 상승률이 2008년 이후 가장 가파른 만큼 내년 공시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 조사연구소장은 "올해 공정시장가액 비율이나 세율이 오르지 않고도 재산세가 30~40%대 오른 지역이 상당히 많았다"며 "이젠 맞벌이 중산층이 사는 한강 벨트도 30억 원대로, 이 구간부터 내년 세 부담이 급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매물 출회 전략이 전체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는 별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30년 전 잠실 아파트를 1억 원에 샀다가 지금 40억 원이 된 사람의 경우 세제개편안이 통과할 경우 치명적"이라며 "그런 매물이 내년까지 일부 나올 테지만 서민 주거 안정과는 관련이 없는 그들만의 시장"이라고 꼬집었다.

세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되거나, 다주택자가 비거주 주택을 매매하면서 전월세 시장의 불안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조만희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은 "전월세 상한제나 계약갱신 청구권이 있어 구조적 전가는 쉽지 않다"며 "거주 공제로 전환하면서 실거주 수요가 늘어나는 반면 임대차 수요는 완화되는 효과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정부가 초고가 시장에 대한 기준선을 제시하면서 서민들의 '상급지 갈아타기'의 사다리가 끊기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대출도 안 나오고 금리도 올라가는 상황에서 과세 부담까지 커지면 경기에서 서울 외곽, 한강변, 강남순으로 가는 상급지 갈아타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과세 부담이 '유리천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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