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오디세우스의 모험, 동행하는 느낌…책·TV와는 다른 감각 체험할 것”

전지현 기자 2026. 8. 3.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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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영화 ‘오디세이’ 개봉 맞춰 첫 내한
고전 속 과거의 상상 실제로 구현
“현대적 블록버스터로는 첫 각색
스토리 알아도 몰라도 이색 경험”
10년 만에 방한 주인공 맷 데이먼
“역할 제안 때 최고의 기회 직감”
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영화 <오디세이>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디세우스의 여정에 관객을 초대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찍었습니다. 바다와 배의 갑판에, 산과 키클롭스(외눈박이 거인)의 동굴에 함께하는 것처럼요.”

세계적인 거장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56)이 영화 <오디세이>로 한국을 찾았다. 처음 방한하는 그는 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기자들을 만나 “한국 관객들이 <인터스텔라>(2014)를 좋아해줬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가본 적 없는 나라에서 받는 호응은 놀랍고 기분 좋은 일이었다”며 “그때부터 찾고 싶던 한국에 드디어 오게 돼 기쁘다”고 했다.

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는 구전설화이자 신화로 서양사의 근간을 이루는 작품이다. 트로이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까지 여정을 노래한 서사시는 장대하다. 신들의 분노를 산 그는 세이렌, 거인족, 여신, 마녀 등을 만나며 바다와 섬에서 10년을 떠돈다. 이 얘기가 “현대적인 블록버스터로 각색된 적 없다는 것”은 놀런 감독에게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켰다.

가디언 등 외신 인터뷰에 따르면 놀런 감독은 영화 <트로이>(2004)에 참여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었다. <메멘토>(2001)로 이름을 알린 직후의 일이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기반으로 트로이전쟁을 영화화하는 프로젝트에서 그는 ‘거대한 목마에 그리스인들이 숨는 것을 모두가 안다는 숙제’를 어떻게 풀어낼지 고민스러웠다고 한다.

영화 <오디세이>에서 바닷가 백사장에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는 ‘트로이 목마’를 트로이 병사들이 끌고 가고 있다(왼쪽 사진). 배우 맷 데이먼이 주인공 오디세우스 역을 맡았다.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바닷가 모래사장에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 목마라면? 트로이인들도 그 안에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을까.’ <트로이>는 볼프강 페터젠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나 놀런은 고민 중 떠올랐던 목마의 이미지를 잊지 않았다.

<오펜하이머>(2023)의 글로벌 흥행으로 더 큰 프로젝트에 도전할 수 있게 된 놀런은 자신의 영화 중 최대 규모 제작비 2억5000만달러(약 3577억원)를 들인 <오디세이>에서 과거의 상상을 실제로 구현했다. 10.7m 높이의 목마가 백사장에 비스듬히 쓰러져 있는 장면은 오디세우스의 회상 속 등장하는 트로이전쟁을 표현하는 강렬한 이미지다.

주인공 오디세우스 역으로 극을 이끄는 배우 맷 데이먼도 10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그는 전화로 역할을 제안받았을 때 “최고의 기회가 왔다는 걸 직감했다”고 말했다. 데이먼은 “작은 역할이지만 앞서 두 편(<인터스텔라> <오펜하이머>)에 걸쳐 놀런 감독의 훌륭한 작업 방식을 경험했었다”며 “이번에는 ‘전체를 아이맥스(IMAX) 필름으로 찍겠다’는 야심까지 대단했다”고 했다. 그리스, 이탈리아, 아이슬란드, 스코틀랜드, 미국 등 세계 전역의 자연을 배경으로 촬영하며 “마치 영화 7편을 동시에 찍는 것만 같았다. 장소마다 어려움이 달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영화 <오디세이>에서 바닷가 백사장에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는 ‘트로이 목마’를 트로이 병사들이 끌고 가고 있다(왼쪽 사진). 배우 맷 데이먼이 주인공 오디세우스 역을 맡았다.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여신 칼립소 역을 맡은 샬리즈 세런은 놀런이 대본에 그려낸 캐릭터가 “굉장히 인간적”이라는 점에 놀랐다고 전했다. 칼립소는 오디세우스에게 반한 여신이자 요정으로, 그를 7년간 섬에서 떠나지 못하게 한다. 세런은 “일차원적으로 생각했던 것과 달리 대본 속 칼립소는 양가감정을 지닌 복잡한 존재여서 더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놀런 감독과 처음 합을 맞추는 세런은 “독립영화를 만드는 것처럼 친밀한 현장 분위기가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촬영 난도는 높지만 인간적인 현장 분위기는 제작자 에마 토머스가 전한 마지막 촬영 날의 일화에서도 느껴진다. 토머스는 놀런 감독의 아내이자 30여년간 그와 작품을 함께한 동료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마지막 촬영을 마친 새벽, 출연진과 제작진은 촬영장에서 샴페인을 마셨다고 한다. 그날 토머스는 “아무도 촬영장을 떠나고 싶어 하지 않는 느낌을 받았다”며 “발이 꽁꽁 묶인 사람들 같았다”고 했다. 데이먼도 “자정이 넘었는데도 다들 몇 시간을 서 있었다”고 회상했다.

<오디세이>는 5일 국내 개봉한다. 놀런 감독은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함께 체험하듯 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영화의 미덕이라고 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건 개인적이면서도 집단적인 경험으로, TV나 책이 줄 수 없는 감각을 주죠. … <오디세이아>를 모르는 관객에게도 재미있는 모험 이야기가 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영화관에서 그저 즐겨주시면 좋겠습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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