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찜통 더위’ 채소도 못 견뎌… 물건 대신 ‘이름표’만 진열

이경민 2026. 8. 3.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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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손님 끊긴 전통시장
상하기 쉬운 물건 못 내놓으니
고객도 “살 거 없네” 발길 돌려
구조상 에어컨 설치 쉽지 않아
물방울 분무 ‘쿨링포그’로 버텨
생수 제공 등 손님 유치 안간힘
3일 오전 경남 김해시 외동전통시장은 연일 이어진 폭염 탓에 시민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위). 이날 외동전통시장의 한 채소가게에서는 가뜩이나 손님도 없는데 더운 날씨에 채소가 상할까봐 실제 상품이 아닌 상품명이 적힌 글자판만 매대에 진열해 놓고 있다. 이경민 기자

40도에 육박하는 찜통더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부산·경남 지역 전통시장에 손님 발길을 뚝 끊기자, 상인들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3일 오후 4시 부산 최대의 전통시장인 부산 부산진구 부전시장은 최고 기온이 35도까지 오르며 평소보다 다소 고객들 발길이 줄었다. 부전시장 입구 대로변에서 반찬 가게를 운영하는 한정숙 씨는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손님도 많이 줄었다”며 “상하기 쉬운 반찬은 내놓지 못해, 찾는 반찬이 없어 그냥 돌아가는 손님들도 있다”고 전했다.

실외기를 두기 어려운 구조 탓에 에어컨을 설치할 수 없는 대부분 점포 업주는 부채질하거나 작은 선풍기에 의존해야 했다. 손님들도 힘겨워했다. 이날 부전시장을 찾은 한 시민은 “단골집이 있어 부전시장을 자주 찾지만 여름엔 너무 더워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경남의 전통시장도 더위로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전 11시, 경남 김해시 외동전통시장. 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기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혔다. 이곳에서 채소와 과일을 판매하는 김경숙 사장은 가게 매대 위에 채소 대신 상품명이 적힌 글자판만 덩그러니 올려놓았다. 김 사장은 “상추는 물량이 줄어 가격도 올랐는데 가져다 놓자마자 뭉개져서 아예 내놓지도 못한다”며 “지난달 매출이 평소 30~40%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200여m 남짓한 기다란 시장 통로를 지나는 손님들 이마에는 송글송글 땀이 맺혔다. 양산과 모자, 손수건 등을 손에 쥐고 상점 앞에서 머뭇거릴 새도 없이 목적지를 향해 급히 걸었다.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한 손님은 “이런 더위에 누가 걸어서 장을 보러 나오겠나. 운전을 할 수 있으면 당연히 냉방시설이 잘 갖춰진 마트에 갔을 것”이라며 “더위를 먹지 않으려고 조금이라도 덜 더울 때 나온다”고 답했다.

같은 날 창원시 의창구 봉곡민속체험시장도 손님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떡집 사장 정해용 씨는 “불볕더위로 손님이 줄어서 평소 제조하는 물량에서 3분의 1을 줄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님 처지에서는 아무래도 대형 마트가 시원하니까 불볕더위에 전통시장을 방문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통시장도 쿨링포그 같은 냉방시설을 설치하는 등 손님을 끌어들이려는 자구책을 이행하고 있지만,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로 향하는 발길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그나마 설치한 쿨링포그조차 기능이 저하되고 심지어 시설 운영·관리 주체인 일부 전통시장 상인회에서 전기료 등 비용 부담으로 가동을 멈추기 일쑤다.

이에 대해 김해의 한 시장 상인회장은 “상인회 차원에서 시원한 생수를 손님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자체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시 차원에서 냉방시설을 개선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 대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