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폭염 속 거리로 새는 상가 냉기…충장로 ‘개문냉방’ 여전
"문 닫으면 손님 끊겨" 하소연
전력 낭비 알지만 개문냉방 반복
단속 권한 없어 "제도 보완 필요"

"밖보다 여기가 더 시원하네요."
3일 오후 2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충장로. 체감온도 35도를 웃도는 폭염에 아스팔트에서는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하지만 상가 앞 공기는 달랐다. 활짝 열린 출입문 사이로 에어컨 냉기가 거리까지 쏟아졌고, 시민들은 매장 앞에서 잠시 걸음을 늦추며 더위를 식혔다. 냉기는 실내가 아닌 거리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날 남도일보 취재진이 충장우체국 인근부터 충장로2가까지 약 200m를 걸어본 결과 의류매장과 화장품점, 인형뽑기방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문을 연 채 냉방기를 가동하는 이른바 '개문냉방' 영업이 이어졌다.

상인들에게 개문냉방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었다.
10년 넘게 의류점을 운영했다는 한 상인은 "문을 닫으면 지나가는 손님 자체가 확 줄어든다"며 "냉기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걸 알지만 불경기에는 손님 한 명이라도 더 받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점주는 "전기요금이 부담되는 건 사실이지만 매출이 더 중요하다"며 "주변 상점들이 모두 문을 열고 영업하는데 우리만 문을 닫고 버티기는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상황에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회사원 김모(34)씨는 "매장 앞을 지나가면 밖보다 더 시원할 정도라 잠깐 더위를 피하기에는 좋다"면서도 "냉기가 그대로 길거리로 빠져나가는 걸 보면 에너지가 낭비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주부 이모(58)씨도 "기후위기와 에너지 절약을 이야기하면서 한편에서는 냉기를 거리로 내보내는 모습은 모순처럼 느껴진다"며 "폭염이 갈수록 심해지는 만큼 시민들도 절약에 함께 참여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상인들이 개문냉방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데는 상권 특성도 영향을 미친다. 충장로처럼 유동인구가 많은 거리에서는 매장이 얼마나 시원해 보이느냐가 손님의 발길을 좌우한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실제 상인들 역시 냉방 효율이 떨어지는 것을 알면서도 손님 감소를 우려해 문을 닫지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문제는 에너지 낭비가 반복되고 있지만 이를 제재할 현실적인 수단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한국에너지공단 실험 결과 개문냉방을 할 경우 문을 닫고 냉방하는 것보다 전력 사용량은 최대 66%, 전기요금은 약 33%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개문냉방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현행 제도상 지자체는 정부의 에너지 사용 제한 조치가 발령돼야 개문냉방 단속과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현재는 해당 조치가 시행되지 않아 홍보와 계도 외에는 사실상 강제할 방법이 없다.
동구 관계자는 "정부의 에너지 사용 제한 조치가 발령돼야 단속과 과태료 처분이 가능하다"며 "현재는 매주 상가를 방문해 문을 닫고 영업해 달라고 안내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와 올해 모두 정부 권고가 없어 단속과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는 없었다"며 "향후 정부 권고가 내려질 경우 관련 규정에 따라 행정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윤태민 기자 ytm@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