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즈무즈 봉쇄 풀리면 해양 외래종 ‘슈퍼 전파’ 우려” 

정도영 기자 2026. 8. 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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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선박들이 다시 운항하면 전 세계 해양생태계가 교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배가 평소보다 오래 머물면서 밑바닥에 붙은 따개비 등 해양생물이 세계 곳곳 항구로 유입되고 토착종을 밀어낼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국내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선박들이 다시 운항하면 전 세계 해양생태계가 교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뉴스펭귄

발묶인 배 1500척, 선체엔 무슨 일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다섯 달 넘게 발이 묶인 대형 선박 1500여 척이 전 세계에 해양 외래종 '슈퍼 전파' 사건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미국 메릴랜드대 등 20여 개국 연구진이 지난달 22일 국제 학술지 「생물학적 침입(Biological Invasions)」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이들 선박은 평소 항구 체류 기간(1~3일)보다 40배 이상 길게 정박하며 선체에 따개비·조류·미생물 등 부착생물이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선박이 열흘 이상 정지하면 부착생물이 급성장 단계에 들어가고, 정지 상태가 길어질수록 방오도료 효과도 떨어져 오염이 가속화된다고 설명했다. 국제해사기구(IMO)도 18~30일 이상 정박한 선박에 대해 즉각적인 오손 관리(따개비 등 선박 부착생물 제거 작업)를 권고하고 있는데, 이번 정박 기간은 이를 훨씬 웃돈다.

특히 페르시아만은 여름철 수온이 38도, 겨울에도 15~20도, 염분이 40psu를 넘는 고온·고염 환경이다. 이런 극한 조건에서 살아남은 생물일수록 다른 지역의 스트레스 환경에서도 정착할 가능성이 크다고 연구진은 우려했다.

실제로 걸프 지역에서는 이미 비토착 해양 플랑크톤으로 인한 적조 발생이 반복돼왔다. 최근 조사에서는 이 지역 부두·정박지 12곳에서만 57종의 비토착·잠재 침입 부착생물이 확인된 바 있다.

연구진이 선박 이동 데이터(선박 3027척, 기항 24만8000여 건)를 분석한 결과, 걸프 지역을 떠난 선박은 한 달 안에 전 세계 항구로 퍼져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번식력도 변수다. 흔한 부착종인 따개비 한 종은 수온 30도에서 개체당 하루 36마리의 유생을 방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선체 하나에 수백만 마리가 붙어 있었다면 넉 달간 방출된 유생 규모는 가늠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게 연구진의 계산이다. 논문은 걸프와 환경이 비슷한 제다, 뭄바이, 콜롬보, 싱가포르, 로테르담 등을 최우선 위험 항구로 지목했다.

"환경조건 맞아떨어지면 정착 확률 기하급수적 증가"

국내도 위험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그 우려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중동 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에 갇혔던 한국 국적 선박은 26척에 달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홍해 우회로를 통해 빠져나왔지만 나머지는 여전히 걸프 지역에 머물고 있다. 한국의 원유 수입에서 중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68.8%로,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행 원유·LNG 운반선이 반드시 거치는 핵심 항로다. 걸프 지역에 발이 묶였던 선박들이 결국 국내 항구로 돌아온다는 점에서, 연구가 경고한 위험은 국내 항만과 직접 연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이 지역에 갇혔던 배들이 국내로 돌아오면 실제로 국내 해양생태계에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이다. 김태원 인하대 해양과학과 교수는 3일 <뉴스펭귄>에 "해양 유입종 문제에서는 밸러스트워터(선박평형수)가 가장 주된 이유지만, 선체에 붙어 있는 생물도 양이 많아지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밸러스트워터 속 유생과 달리, 이번 사례는 선체에 붙어 있던 성체가 직접 유생을 방출하는 경로여서 다르게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정박 시기가 번식기와 겹치면 급격히 번성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이어 "실제 침입종이 정착에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모수(방출되는 유생의 양)가 커지고 그중 일부가 온도 등 환경 조건이 맞아떨어지면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고 말했다. 정착 확률 자체는 낮아도, 유입이 계속 늘면 결국 성공 사례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대응책에 대해선 "밸러스트워터는 사전 살생 처리가 가능하지만, 선체에 붙은 성체가 방출하는 유생을 막기는 매우 어렵다"며 "오염생물을 최대한 빨리 제거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선박 아래에 붙어있는 해양생물 (사진 프록시헬스케어 홈페이지 캡처)/뉴스펭귄

"유입 될 수 있어도 정착은 어려울 것"

윤석현 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 연구관은 "위험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정착 가능성이 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연구관은 3일 <뉴스펭귄>에 "부착생물 자체가 특별히 문제가 된 경우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윤 연구관은 해외에 장기 주둔하는 해군 함정이나 항공모함을 예로 들었다. 이런 선박들도 수개월씩 한 해역에 머물다 이동하며, 고래처럼 몸집이 크고 먼 거리를 이동하는 해양생물도 몸에 부착생물을 붙이고 다닌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사례가 침입종 확산의 주범으로 크게 거론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그는 "부착생물은 따개비처럼 종은 다양해도 생태적 특성 차이가 크지 않고, 다른 해역에 유입돼 개체수가 늘더라도 토착생물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입은 될 수 있지만 정착은 어렵다는 것이다.

정착에 필요한 시간도 짚었다. 윤 연구관은 "박테리아·바이러스는 며칠에서 몇 달이면 확산될 수 있는 반면 부착생물은 최소 1년 이상의 생활사를 거쳐야 한다"며 "생활사가 이렇게 긴 생물군이 생태계를 교란할 정도로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한국 해역의 수온도 정착에 어려운 이유로 꼽았다. 그는 "한국 해역은 여전히 겨울이 존재하고, 겨울에는 수온이 10도 이하로 낮게 유지된다"며 이를 일종의 '자연 방어막'으로 짚었다. 실제로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동해의 2월 평년(1982~2024년 평균) 표층수온은 6.4도에 불과하다. 아열대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 정도로 낮은 겨울 수온을 매년 견디고 정착까지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윤 연구관은 "동북아 지역 토착종이 다른 나라로 퍼져나가는 사례는 많지만, 반대로 외국 생물이 한국으로 유입돼 위세를 떨치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덧붙였다.

논문 연구진도 이번 사태가 실제 '슈퍼 전파'로 이어질지는 "이미 선박에 붙은 생물의 양보다는 이후 대응의 속도·조율·효과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선체 오손 정도를 출항 전 미리 파악하고 선박 항로를 예측해 고위험 항구를 조기에 파악하며, 해당 항구에서 신속한 조기탐지 체계를 가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