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는 넘치고 길은 막혔다…포항 주차 대란의 경고

임창희 기자 2026. 8. 3.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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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지방도시의 도로가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도시교통 전문가 B 교수는 "공용 도로를 사적 주차 공간으로 당연시하는 인식부터 깨뜨려야 한다"며 "단순히 예산을 투입해 공영주차장을 늘리는 단편적 정책은 임시방편일 뿐, 중장기적으로 차량 구매 시 주차 공간 확보를 의무화하는 '차고지 증명제'의 단계적 도입과 함께 이면도로 불법 주정차에 대한 단속 실효성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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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차고지 없는 ‘마이카’… 사유화된 공공 도로
포항시 죽도시장 인근 공구상가 거리 하루종일 이중주차와 인도가 없어 북세통인 전경. /임창희기자
포항역 주차시설 부족으로 이인지구 이면도로에 빼곡히 드러선 주차 차량. /임창희기자

대한민국 지방도시의 도로가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전국 자동차 등록 대수는 이미 2600만 대를 넘어섰다. 이는 인구 2명당 1대, 가구당 1대 이상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방대한 이동 수단들이 운행을 마치고 멈춰 서야 할 보금자리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경북 동해안 최대 산업도시인 포항시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포항시의 등록 차량 수는 이미 25만 대를 훌륭히 넘어선 뒤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며 30만 대 선을 위협하고 있다. 철강 산업을 중심으로 형성된 도시 특성상 가구당 차량 보유 대수가 전국 평균을 상회하며, 교대근무와 상업 활동을 위한 차량 이동량 역시 압도적이다. 그러나 도로망과 주거지 인프라는 이러한 차량 폭증을 흡수하지 못한 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포항시 도심 곳곳을 점령한 불법 주정차 행태가 단순한 교통 정체를 넘어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차를 구입하면 집 앞 공용도로나 골목길에 세워두면 된다’는 일그러진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았고, 공공 도로의 사유화를 당연하게 여기는 실태가 도심 전역으로 확산됐다.

포항시 전역은 현재 심각한 주차 난맥상에 시달리고 있다.동해안 최대 전통시장이자 관광 거점인 죽도시장과 중앙상가 등 원도심 일대는 주말마다 진입 도로 전체가 주차 대기 차량과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얽히고설켜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진다. 교통 관문인 KTX 포항역 진입 도로 역시 공영주차장의 용량 초과로 갓길 주차가 일상화됐으며, 연휴나 주말이면 진출입로 전체가 주차장으로 변하는 기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신도심 역시 예외는 아니다. 양덕동, 장성동, 초곡지구, 이인지구 등 신규 택지개발지구 내 상가주택 밀집 지역은 1층 상가와 상층부 다가구주택이 복합된 구조다. 그러나 건축 당시 설정된 법적 부설주차장 설치 기준이 실제 차량 보유 대수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야간만 되면 도로 양측을 점령한 이중·삼중 주차로 인해 차량 교행조차 불가능한 실정이다.

북구 양덕동의 주민 김모(42)씨는 “퇴근 후 주차 공간을 찾지 못해 동네를 몇 바퀴씩 돌 때마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골목 양쪽이 불법 주차 차량으로 가득 차 있어 야간 화재나 응급 상황 발생 시 소방차가 들어올 수 있을지 매일 밤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죽도시장 인근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이모(58)씨 역시 “주차공간이 너무 부족하다 보니 손님들이 도로를 빙빙 돌다 결국 방문을 포기하고 그냥 돌아가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상권 침체에 대한 한숨을 쉬었다.

무엇보다 치명적인 위험은 긴급 구호 체계의 마비와 보행자 안전 위협이다. 주택가 이면도로를 메운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인해 야간 화재 발생 시 골든타임을 사수해야 할 대형 소방차나 구급차의 진입이 불가능한 구역이 수두룩하다. 또한 운전자의 시야가 가려지는 사각지대가 형성되어 주차 차량 사이에서 어린이나 노약자 등 보행자가 갑자기 튀어나올 경우 대형 인명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늘 상존하고 있다.

도시교통 전문가 B 교수는 “공용 도로를 사적 주차 공간으로 당연시하는 인식부터 깨뜨려야 한다”며 “단순히 예산을 투입해 공영주차장을 늘리는 단편적 정책은 임시방편일 뿐, 중장기적으로 차량 구매 시 주차 공간 확보를 의무화하는 ‘차고지 증명제’의 단계적 도입과 함께 이면도로 불법 주정차에 대한 단속 실효성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로는 시민 모두가 안전하고 쾌적하게 이동해야 할 공공의 자산이다. 특정 운전자들의 이기심과 이를 방치한 행정 속에서 공공 도로가 사유화된 채 무법지대로 전락한 지금, 포항시는 지자체 차원의 강력한 단속 체계 구축과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야 한다.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행정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될 시점이다.

/임창희 선임기자 lch8601@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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