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 LH 믿고 무조건 착공…미분양 나도 척척 매입
건설경기 회복 위해 정부가 평가액 90%에 사줘
업계 ‘분양되면 좋고 미분양 돼도 아무 걱정 없어’
"매입 물량 제한하고 역경매 방식 도입해야"
과거 민주당은 분양가 50%에 미분양 매입 주장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지방 준공 후 미분양이 3만 가구에 육박한 가운데 이같은 미분양이 집중된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신규 착공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의구심을 사고 있다. 건설사들이 무분별한 착공에 돌입하는 까닭은 정부가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한 미분양 주택 매입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감정가의 90%에 이르는 가격에 미분양 물량을 LH가 매입하다 보니 건설사들은 분양이 되면 좋고 미분양이 나도 LH에게 비싼 가격에 떠넘기면 된다고 생각하고 행동 중이다. 사실상 시장 기능이 마비된 것인데 과거 민주당이 분양가의 50%에 미분양 물량을 매입할 것으로 제안했듯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할 성 싶다.
'악성 미분양'이 늘어나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파트를 지어대는 건설사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악성 미분양'이라고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전국 기준 2만 9786가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지방이 2만 5091가구로 전체의 84.2%를 차지했다. 악성 미분양이 가장 많은 지역은 대구(3575가구), 부산(3292가구), 경남(3226가구), 경북(2973가구), 경기(2568가구), 충남(2372가구) 등이다.
기묘하게도 악성 미분양 상위 10개 지역 가운데 6곳은 올해 상반기 착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증가했다.
경북은 올해 1∼6월 착공 물량이 8242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59.2% 증가했다. 충남은 285.4%, 전남은 121.4%, 인천은 102.6%, 대구는 94.9%, 경남은 10.8% 각각 늘었다.
정부는 지방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 매입 물량을 기존 3000가구에서 8000가구로 늘리고, 매입 상한가도 감정평가액의 83%에서 90%로 상향했는데 이 조치가 건설사들에게 매트리스를 깔아준 셈이다.

건설사는 팔려도 그만, 안 팔려도 그만
정부는 건설경기 회복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업계에서는 미분양 사업장의 리스크를 회피해주는 안전판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이 잘되면 수익을 낼 수 있고, 미분양이 발생하더라도 LH가 매입해주기 때문에 손해가 없다"며 "매입 가격도 적자를 보지 않을 수준으로 쳐준다. LH는 적자가 날지 몰라도"라고 말했다.
기업은 시장에서 수요를 예측하고 수요예측에 실패해 재고가 쌓이면 막대한 손해를 무릅쓰고 바겐세일을 하거나 그마저 못하면 파산한다. 그게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리다.

정부 개입은 꼭 필요한 곳에, 적정 수준으로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처럼 시장에 개입하는 것이 건설경기 회복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주택 공급 조절 기능을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조정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토지주택위원장은 "사업에는 리스크가 있어야 혁신도 하고 품질도 개선하면서 시장의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며 "공공이 미분양을 떠안으면 사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하거나 가격을 낮춰 시장 안정을 유도하려는 시장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분양가의 50%에 매입하자 했는데 정부는 감정가의 90%에 매입 중
특기할 만한 대목은 불과 얼마 전 민주당이 미분양 주택을 분양가의 50%에 매입할 것을 주장한 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더불어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주거복지특별위원회는 지난 2023년 기자회견에서 ▲미분양 주택을 분양가의 50% 수준으로 할인 매입할 것 ▲건설사의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 ▲부동산 정책의 목표를 주거복지 달성에 둘 것 등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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