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도 사람 살릴 수 있다”…호떡 팔아 기부하고 아이들에 제빵 수업 [따만사]

‘단위’(單慰), 단조로운 일상에 작은 위로를 건넨다는 의미다. 이 이름을 간판에 새기고 대전 대흥동에 카페를 연 문규태 대표(31)는 이름에 걸맞은 일을 고민했다. 카페를 통해 나눔을 실천할 방법을 찾던 그는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들이 생리대를 살 형편이 되지 않아 신발 깔창으로 버틴다는 사연을 접했다.
문 대표는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매장 한편에 게시판을 설치하고 손님들에게 ‘카페에 전하고 싶은 말’을 쪽지로 받았다. 쪽지 한 장당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300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손님들은 일부러 여러 장의 쪽지를 붙이며 응원의 마음을 보탰다.
그중 유독 문 대표의 눈에 들어온 쪽지들이 있었다.
“카페 2층 창가 자리에 앉아 우울증을 회복했어요.”
“은둔형 외톨이였는데 단위에 오고 싶어서 용기를 내고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어요.”
문 대표는 지난달 22일 인터뷰에서 “쪽지를 보고 굉장히 충격받았다. 카페도 사람을 살리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때부터 사람들에게 본격적으로 위로를 줄 수 있는 일들을 기획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단순히 커피나 쿠키를 판매하는 카페의 기능을 넘어서 지역 사회나 도움이 필요한 곳에 손을 내미는 행위가 ‘위로’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공간에서 사람들이 문화생활이나 여러 경험을 통해 기쁨을 얻고, 그 기쁨이 삶의 작은 부분에라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면 그게 위로라고 생각합니다.”

카페에서 ‘호떡과 사랑 나누기’ 행사를 연 문 대표는 재료비조차 남기지 않고 수익금 전액인 85만 원을 글로벌 아동권리 전문 비정부기구(NGO) 굿네이버스에 기부했다. 그는 “좋은 일을 한다는 소식을 들은 단골분들이 많이 오셔서 호떡을 사 가셨다. 같이 기부해 달라면서 만 원씩 주시기도 했다”고 전했다.
처음엔 반죽이 마음처럼 되지 않고 시행착오가 많았지만 몇 해째 행사를 이어오다 보니 차츰 익숙해졌다. 문 대표는 “첫해에는 반죽이 엉망진창이었다. 손님들도 생전 이런 호떡은 처음 보셨을 것”이라며 “실수하면서 점점 성장했다. 앞으로 매년 행사를 진행하려고 계획 중”이라고 했다.

5일간 단위에서 열린 팝업에 수많은 사람의 발길이 이어졌다. 문 대표는 “대전에 남학생들이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 아이들이 즐겁고 행복한 표정으로 뛰어 들어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슈퍼리얼은 서울에만 매장이 있기 때문에 다른 지역 사람들이 찾아가기 쉽지 않다더라. 이런 브랜드가 지역에 와주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중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겨울 방학마다 캄보디아로 향했다. 유아부터 또래의 청소년까지 현지의 다양한 아이들을 만났다. 그는 “처음엔 교회를 통해 (봉사활동을) 갔는데, 나중엔 제가 개인적으로 찾아갔다”며 “아이들과 같이 생활하고 호흡하면서 막연하게 ‘나중에 내가 어른으로 성장하면 아이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고 꿈꾸게 됐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직원들과 다 같이 나눔 활동에 참여할 기회가 적다. 직원들도 카페 안에서만 손님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데는 한계를 느꼈을 것”이라며 “(직원들의 나눔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 줄 수 있는 활동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카페) 매출을 올리는 것보다 더 귀한 경험이었다”고 강조했다. 제작된 식료품 키트는 지역 내 방학 중 식사가 어려운 아동들에게 전달됐다.
● “아이들이 꿈에 한 발짝 다가가도록…학교 설립이 최종 목표”
문 대표는 아이들의 현재뿐 아니라 미래에도 관심이 많다. 그는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굿네이버스의 꿈지원사업 ‘꿈지원단’에 동참했다. 올해 7월 말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멘토링에선 ‘꿈을 시각화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문 대표의 집안 벽에는 그가 이루고 싶은 일들을 적은 종이가 붙어 있다. 그는 “시련이 닥치면 힘들고 지쳐서 꿈이 없어지는 느낌이 든다. 그럴 때마다 벽에 붙여 놓은 종이를 보면 다시 나아갈 힘을 얻는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아이들에게도 꿈을 종이에 그려 잘 보이는데 붙여 두라고 했다. 꿈을 계속 형상화하는 방법을 알려준 것이다.

그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군 생활을 길게 했는데 그때 제가 가졌던 F&B라는 꿈을 이루지 못한 기분이 들어서 전역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F&B 회사에 들어간 그는 언젠가 꾸릴 자신만의 공간을 꿈꾸며 ‘단위’라는 이름을 떠올렸고, 실제 카페 창업에 이르렀다.
어린 시절 작게 나눔을 실천해 본 경험이 시간이 흘러 카페 단위를 통해 확장됐다. 그는 “우연히 고등학교 시절 생활기록부를 봤는데, 제가 학교 동아리 활동으로 학내 카페를 열어 수익금을 기부했다는 기록이 있더라”며 “저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던 터라 (기록을 보고) 놀랐다. 어릴 때부터 카페나 나눔 활동에 재미를 느꼈나 보다”라고 말했다.

향후 아이들을 위한 학교나 재단을 설립하는 것이 문 대표의 최종 목표다. 최근 자립준비청년들을 만나며 그 필요성을 더 확실히 느꼈다고 한다.
그는 “자립준비청년들과 대화해 보면 국가의 지원금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방법을 모르더라. 안 좋은 길로 빠지는 친구도 많다”며 “이 아이들이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도록 교육해 주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꿈을 이루기 위해 자퇴한 친구들을 모아 삶을 잘 살아갈 수 있게 방향을 알려주는 학교를 세우면 좋지 않을까”라고 했다.

그는 “몇백 원이든 몇천 원이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무리하지 않고 나누면 된다”며 “작은 금액이라도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문 대표에게 나눔은 특별한 사람이 큰돈을 내놓는 일이 아니라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이어가는 과정이다. 카페에 붙인 쪽지 한 장에서 시작한 기부는 호떡 판매와 팝업스토어, 아동 식사지원과 멘토링으로 영역을 넓혀왔다.
그는 앞으로도 카페를 운영하며 지역사회와 아이들을 위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문 대표는 “제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계속 나누고 싶다”며 “작은 행동이라도 계속 이어지면 누군가에게는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혜원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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