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대의 이로운 기술, 다정한 도시] 삼성전자가 쏘아올린 작은 공, 한국형 기본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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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 삼성전자 노사는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을 유지하면서, 반도체부문(DS)에 사업 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DS 메모리사업부 직원은 최대 6억 원 가량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 수도권의 AI 기업과 반도체 대기업만 강해지고 지역 산업과 청년이 뒤처진다면, 기본소득은 불평등을 덮는 진통제가 된다. 기업의 초과세수로 발생한 국부를 기본소득으로 모두에게 똑같은 돈을 나눠주는 단순한 처방이 아니라, 불평등을 줄이고 노동의 의미를 다시 세우며 기술의 이익을 공동체의 미래로 돌리는 설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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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 삼성전자 노사는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을 유지하면서, 반도체부문(DS)에 사업 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DS 메모리사업부 직원은 최대 6억 원 가량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 세후 전액은 자사주로 지급되며, 일부는 즉시 매각할 수 있지만 나머지는 2년간 처분이 제한된다. 삼성의 합의는 네이버·카카오 등 IT기업의 성과급 협의와 SK하이닉스의 재협상 움직임으로 이어져, 성과급 문제가 개별 기업을 넘어 산업 전반의 분배 논쟁으로 확산할 조짐이다.
이는 단순히 어느 회사가 얼마를 더 주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성과급은 유동성 증가, 부동산 가격, 수도권 과밀, 지역 청년의 수도권 진입장벽과 연결된 한국사회 전체의 문제다. 당연히 반도체 노동자들의 고도 숙련과 압도적 노동강도는 정당하게 보상받아야 하지만,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초과수익은 회사의 능력만으로 생긴 것은 아니다. AI 데이터센터 확대, 고대역폭메모리 수요 폭발, 글로벌 빅테크의 공급망 경쟁이 함께 만든 결과다. 여기에 기술 축적, 국가 지원, 전력망, 교육받은 노동력, 산업 생태계도 있었다.
AI 시대의 초과이윤이 사회 전체의 기반 위에서 만들어졌다면, 그 이익의 일부는 공동체 미래에 되돌려 주는 것이 합당해 보인다. 국제노동기구의 이상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AI시대 정보통신과 반도체 관련 대기업의 초과이윤은 직원과 주주만의 몫으로 볼 수 없으며, 초과이윤을 청년 일자리와 중소기업 숙련 투자, 비정규직 전환, 하청기업 지원을 위한 '사회적 투자 펀드'를 제안한다.
자본의 양극화에 이어, 이제는 노동 안에서도 양극화가 벌어진다. 같은 노동자라도 AI 슈퍼사이클의 중심에 선 노동자와 그 바깥에 있는 노동자는 전혀 다른 세계를 산다. 어떤 노동자는 성과급으로 집값을 이야기하고, 어떤 노동자는 최저임금과 플랫폼 수수료를 걱정한다. 노동이 사회적 분배의 중심축으로 기능하던 시대가 흔들리고 있다.
이런 변화 앞에서 기본소득 논의가 다시 떠오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흥미롭게도 이를 적극적으로 말하는 이들은 전통적 복지국가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샘 올트먼은 AI가 만든 막대한 부를 사회적으로 나누어야 한다며, 기업 가치와 토지 가치에 과세해 시민에게 배당하는 '미국형 주식펀드'를 제안했다. 오픈AI의 자체 연구조직(OpenAI Research)은 실험을 통해 저소득층에 현금지급은 만능은 아니지만, 저소득층에게 시간과 선택지를 넓혀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엔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는 AI가 '초성장·초불평등'을 낳을 수 있다며 AI 기업 과세와 보편적 기본소득, 보편자본계정을 제안했다. 데미스 허사비스 역시 AI 시대에는 일과 부의 재분배 방식을 다시 설계하여 새로운 사회계약을 맺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AI 시대 한국형 기본소득과 사회계약은 외국 논의를 그대로 베끼는 방식이어서는 곤란하다. 복지국가론자나 첨단기업 전문가들의 논의가 AI 기업, 토지, 자본시장, 주주자본주의를 배경으로 한다면, 한국은 제조업, 대기업-중소기업 하청구조, 플랫폼 노동, 지역 격차, 청년 일자리 위기, 빠른 고령화라는 조건을 안고 있다. 그래서 한국형 기본소득은 단순한 현금 지급 논쟁을 넘어야 한다.
첫째, 초과세수와 초과이윤을 구분해야 한다. 초과세수는 복지, 돌봄, 교육, 지역 안전망에 우선 쓰고, AI와 반도체 초과이윤은 사회적 투자 펀드, 기술전환 펀드, 청년 숙련 계정, 중소기업 전환 투자로 연결해야 한다. 나눠 쓰되, 흩뿌리지 말아야 한다. 둘째, 소득과 일자리를 갈라놓지 않아야 한다. 일은 생계 수단을 넘어 사회와 연결되고 자신의 쓸모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기본소득은 소득 안정성과 좋은 일자리, 숙련 투자와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셋째, 노동 밖의 노동을 보아야 한다.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돌봄노동자, 지역 소상공인, 하청노동자는 AI 전환의 충격을 가장 먼저 맞지만, 협상력은 가장 약한 사람들이다. 이들에게는 위로금이 아니라 최소보수제, 직무전환교육, 사회보험, 훈련계정, 기술 접근권이 결합된 사회계약이 필요하다. 넷째, 데이터 주권과 연결되어야 한다. AI의 원료는 시민의 생활 흔적인 데이터다. 그렇다면 AI가 만든 이익의 일부는 시민에게 돌아와야 한다. 한국형 기본소득은 현금 복지를 넘어 데이터 배당, AI 사회투자, 공공 컴퓨팅 접근권까지 함께 논의해야 한다. 다섯째, 지역을 고려해야 한다. 수도권의 AI 기업과 반도체 대기업만 강해지고 지역 산업과 청년이 뒤처진다면, 기본소득은 불평등을 덮는 진통제가 된다. 지역 대학, 산업단지, 중소기업, 돌봄기관, 공공병원, 전통시장에 AI 전환의 이익이 흘러가는 구조로 설계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성과급 크기의 문제가 아니다. AI 시대의 부가 어디에서 생기고, 누구에게 돌아가야 하며, 한국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함께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기업의 초과세수로 발생한 국부를 기본소득으로 모두에게 똑같은 돈을 나눠주는 단순한 처방이 아니라, 불평등을 줄이고 노동의 의미를 다시 세우며 기술의 이익을 공동체의 미래로 돌리는 설계여야 한다. 기계가 더 많은 부를 만들수록 우리는 더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 그 부는 누구의 것인가. 그리고 그 미래는 누구의 것인가.
김희대 대구테크노파크 지능도시본부장, 유럽리빙랩네트워크 대구창의리빙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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