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서 받다 포기”…‘3000만 관광객 시대’ 막는 공유숙박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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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해 방한 관광객 3000만 시대를 조기에 열겠다."
당시 한류 열풍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중저가 숙박시설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자, 남는 방을 활용해 숙박난을 해소하고 한국 가정문화도 체험하게 하자는 취지로 법제화됐다.
학계와 전문가들은 '외국인 관광객 3000만 명 시대'에 대비해 숙박 시설을 확충하려면 외도민업의 사전 규제를 합리적으로 완화하고, 사후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원석 한국관광학회 회장은 "우리나라처럼 공유숙박을 기존 숙박업의 틀에서 다루던 일본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신민박법을 제정해 정책 프레임을 사전 규제에서 사후 관리로 전환했다"며 "지금처럼 진입 자체를 막는 구조로는 외국인 관광객 3000만 시대를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규제 중심에서 관리 중심으로 제도를 전환하는 논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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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반 주민 동의…공유숙박 확대 장벽
호스트 실거주 의무도 ‘현실 괴리’ 규제
‘진입 규제’에서 ‘사후 관리’로 전환해야
![서울 시내를 지나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 [연합뉴스 제공]](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8/03/ned/20260803110233177pabn.jpg)
[헤럴드경제=김명상 기자] “관광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해 방한 관광객 3000만 시대를 조기에 열겠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방한 관광객 3000만 시대’의 조기 달성을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최근 K-컬처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부쩍 늘면서 이같은 목표는 허울뿐인 말 잔치로 끝나진 않을 듯하다.
문제는 ‘숙박 인프라’다. 밀려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을 감당해 내려면 충분한 숙박시설이 필요하지만, 사실 매우 부족하다. 특히 관광객이 집중되는 서울의 경우, 호텔 객실 공급이 팬데믹 이전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수요는 느는데 객실 공급은 제자리이다 보니 호텔 숙박료는 연일 고공행진 중이다.
이에 따라 도심 속 기존 주거 자원을 활용하는 공유숙박이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까다로운 규제의 벽에 막혀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올해 1~6월 누적 방한객은 1071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3%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누계에 도달했던 시점보다 한 달가량 이른 속도다. 정부는 올해 방한 외국인 관광객 목표를 2300만 명으로 잡았고, 2029년까지 3000만 명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반면 숙박 공급은 관광객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문체부의 관광숙박업 등록 현황에 따르면, 전국 등록 관광숙박시설은 2019년 2218개에서 2025년 2996개로 35.07% 증가했다. 하지만 객실 수로만 따지면 같은 기간 20만6079실에서 22만6840실로 10.07% 느는 데 그쳤다.
특히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서울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서울의 등록 관광숙박시설은 2019년 460개(6만44실)에서 2025년 572개(6만2057실)로 늘었지만, 객실 수는 3.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전국 평균 증가율(10.1%)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객실 부족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의 ‘2026 서울 호텔 마켓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호텔 객실 점유율은 79.2%로 201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가용 객실당 수익(RevPAR)은 약 20만7345원으로 2019년보다 67% 급등했다. 특히 외국인이 선호하는 4성급 호텔의 평균객실단가(ADR)는 2017년 대비 92% 오르며 상승 폭이 가장 컸다.
객실이 부족하다고 바로 호텔과 같은 숙박시설을 짓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호텔과 같은 대형 숙박시설은 부지 확보와 건축, 인허가에 수년이 걸려 급증하는 수요에 즉각 대응하기 어렵다.
이에 기존 주거 자원을 활용하는 공유숙박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규모 건축 없이 도심의 남는 주거 공간을 숙박 인프라로 전환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빠른 공급 확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유숙박 역시 급증하는 숙박 수요에 대처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공유숙박 활성화를 어렵게 만드는 과도한 규제 때문이다.
![숙소에서 원격 근무를 하고 있는 숙박객 [에어비앤비 제공]](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8/03/ned/20260803110233776iuwe.jpg)
공유숙박의 법적 근거가 되는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이하 외도민업)’은 2011년 12월 시행됐다. 도시 지역에서 아파트, 빌라, 단독주택 등을 활용해 에어비앤비 같은 공유숙박을 운영하려면 관광진흥법상 외도민업 규제를 필수적으로 적용받는다.
당시 한류 열풍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중저가 숙박시설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자, 남는 방을 활용해 숙박난을 해소하고 한국 가정문화도 체험하게 하자는 취지로 법제화됐다. 그로부터 15년가량 지나면서 공유숙박을 찾는 이들은 꾸준히 늘었으나, 제도는 달라진 시장 상황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유숙박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으로는 ‘주민 동의’와 ‘실거주 의무’ 요건이 꼽힌다.
실제로 서울 마포구에서 공유숙박 창업을 준비하는 김모 씨는 높은 규제의 벽 때문에 수개월째 영업신고를 하지 못하고 있다. 김 씨는 “도심에서 합법적으로 공유숙박을 운영하려면 외도민업 등록이 필수인데, 까다로운 규제 때문에 애초에 창업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라고 토로했다.
김 씨는 2018년부터 2025년 9월까지 마포구 망원동에서 공유숙박 업소를 운영했던 사업자다. 최근 재창업을 추진하다 ‘주민 동의’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 공동주택에서 외도민업을 등록하려면 해당 건물 전체 세대수의 과반 동의를 받아야 할 뿐 아니라, 동일층 전체 및 인접한 위·아래층 세대의 동의까지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김 씨는 “외국인 관광객을 받겠다고 주민들에게 동의서에 서명을 얻는 것 자체가 상당히 어려운 노릇”이라며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정상적인 공유숙박 창업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호스트와 식사를 함께하는 게스트 [에어비앤비 제공]](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8/03/ned/20260803110234099zaey.jpg)
동의 절차는 실제 현장에서 종종 협상으로 변질된다. 동의서 서명을 대가로 금품이나 공과금 납부를 요구하는 등 금전 갈등이 빚어지기도 하고, 이미 동의한 입주자가 이사를 나가고 새로 들어온 입주자가 민원을 넣는 경우도 있다. 주민 동의가 창업 허가를 위한 일회성 절차가 아니라, 영업 지속을 위협하는 상시 변수가 되는 셈이다.
채보영 한국민박업협회 회장은 “외도민업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개선돼야 할 과제는 ‘주민 동의서’ 제출 요건으로, 주민 불편을 해소하지도 못하면서 사업 진입을 막는 걸림돌이 됐다”며 “주민 동의 확보가 어려운 탓에, 방한 관광객이 크게 늘어난 지금도 관광객이 많은 서울 중구조차 외도민업 등록업소 수가 2014~2015년 무렵과 거의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주민 동의라는 문턱을 넘더라도 ‘실거주 의무’라는 또 다른 장벽이 기다리고 있다. 현행 외도민업은 사업자(호스트)가 해당 주택에 실제로 거주하면서 투숙객(게스트)을 맞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호스트와의 공간 공유보다 독립된 숙박 환경을 선호하는 최근 관광객들의 수요 변화와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호스트와 투숙객이 한집에서 생활해야 하는 구조는 안전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2024년에는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에 투숙한 외국인 여성 관광객을 성추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30대 호스트가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한 공유숙박 업체 관계자는 “지금은 스마트폰과 원격 시스템을 통해 물리적으로 함께 있지 않아도 손님과의 소통과 숙소 관리가 완벽하게 이루어지는데, 시대적 흐름과 부합하지 않는 실거주 의무를 고수하는 것은 현실과 크게 동떨어져 있다”며 “외도민업은 2011년 처음 도입된 이후 트렌드 변화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 채 과거의 낡은 기준에 머물러 있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서울 중구 명동거리 [연합뉴스 제공]](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8/03/ned/20260803110234368exib.jpg)
다른 국가들 역시 공유숙박을 무제한 허용하지는 않지만, 한국과 달리 허가제를 신고제로 완화하고 사후 관리를 강화하는 등 제도권 안에서 관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일본이 대표적이다. 2018년 일본은 ‘주택숙박사업법(민박신법)’을 제정해 공유숙박의 진입 장벽을 대폭 낮췄다. 기존에는 여관업법에 따라 엄격한 시설·위생 기준을 갖춰 허가받아야 했으나, 민박신법 도입 이후에는 광역지자체 신고만으로 일반 주택에서 연간 최대 180일까지 합법적인 민박 영업이 가능해졌다. 또한 호스트가 거주하지 않아도 전문 주택숙박관리업자에게 위탁하면 실거주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나아가 오사카시 등 국가전략특구에서는 180일 영업 일수 제한조차 없애 늘어나는 관광 수요를 흡수했다.
반대로 단기 임대 규제를 강화하면서 부작용이 나타난 사례도 있다. 최근 포르투갈 리스본시가 주택난을 이유로 에어비앤비 등 단기 임대를 대폭 규제하자, 리스본 내 단기 임대 허가의 약 40%가 취소되며 6000개 이상의 공유숙박이 시장에서 퇴출됐다. 숙박 공급의 급감은 리스본 중심가 호텔 요금을 전보다 15~25%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고, 숙박비 부담을 덜고자 여행객들은 규제가 덜한 신트라, 파로와 같은 소규모 여행지로 발길을 돌렸다. 규제 강화가 숙박비 상승과 관광객 이탈이라는 역풍으로 돌아온 셈이다.
학계와 전문가들은 ‘외국인 관광객 3000만 명 시대’에 대비해 숙박 시설을 확충하려면 외도민업의 사전 규제를 합리적으로 완화하고, 사후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주민 동의나 실거주 의무처럼 창업 자체를 가로막는 규제 일변도의 정책은 현실과 트렌드 변화에 맞게 조속히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원석 한국관광학회 회장은 “우리나라처럼 공유숙박을 기존 숙박업의 틀에서 다루던 일본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신민박법을 제정해 정책 프레임을 사전 규제에서 사후 관리로 전환했다”며 “지금처럼 진입 자체를 막는 구조로는 외국인 관광객 3000만 시대를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규제 중심에서 관리 중심으로 제도를 전환하는 논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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