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장인에서 한옥 장인으로" 코나아이, 그리고 영월 ‘더한옥헤리티지’
K컬처 다음 단계는 ‘경험’, 해외 고액 자산가 사로잡는 전략
한 가지 길을 오래 걸은 사람은 대개 자신만의 고집이 있다. 남들이 못 보는 차이를 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그 차이를 무시하고 '대충하라'고 하는 것은 '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 0아니면 1 이진법. 중간 지대는 없는 셈이다. 자신의 고집을 밀고 나갔을 때, 그리고 그 결과물을 세상에 펼쳐 보였을 때 문화적 유산이라 할 만한 걸작이 우리를 압도한다. 사소해 보였던 차이가 사실은 전부였기 때문이다.
감동은 그런 곳에서 온다.
벤처 1세대로 평생 디지털 외길을 걸어온 디지털 장인이 10여 년 전부터 한옥 장인이 됐다. 디지털과 한옥, 극과 극처럼 보이지만 장인정신은 장르를 넘나든다.

전통을 과학으로 풀다
지난달 30일 더한옥헤리티지 곳곳이 오전부터 분주해졌다. 이곳을 운영하는 코나아이가 한옥 투어, 티타임, 발표 세션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코나아이 필드 트립 2026'을 개최했기 때문이다. 행사에는 취재진과 투자자 등이 참석했다.


모든 노하우는 조 회장의 수년에 걸친 연구와 실험에서 비롯됐다. 한옥을 짓는 것은 주재료인 나무를 제대로 건조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건조가 허술하면 한옥에 대한 선입견들, 가령 '우풍이 심하다', '유지가 어렵다' 같은 문제가 현실화되기 일쑤다. 이 문제점들은 대개 시간이 지나 나무가 틀어지면서 발생한다.
조 회장은 한옥을 지으려다 나무를 건조하는 기술과 기계를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보통 문화재 복원에 쓰이는 나무의 함수율 기준치가 24%인데 더한옥헤리티지 목재의 함수율은 15%다.

제대로 건조된 목재를 사용하다 보니 여기서 파생되는 건축 공법들도 자연스레 바뀌었다. 일반적인 한옥은 기와와 서까래 사이에 진흙을 바르는 습식 공법을 많이 사용한다. 나무의 틀어짐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잘 건조된 목재는 그런 리스크가 없다. 굳이 습식 공법을 고집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건식 공법을 적용하고 그 안에 단열재나 에어컨, 전선 등 각종 설비를 매립할 수 있었다. 실제로 한옥 내부를 둘러보면 에어컨과 전선 등을 찾아보기 어렵다.

기본으로 완성한 한옥의 품격
조 회장과의 티타임이 끝나고 본격적인 한옥 투어가 시작됐다.
무엇 하나 허투루 만든 법이 없는 공간은 말하지 않아도 느껴진다. 특히 한옥은 더 그렇다. 건축 공법상 건물의 뼈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건물처럼 벽지나 페인트로 엉성함을 감출 수도 없다. 꼼수를 썼다간 바로 들통나는 것이다.

이곳 역시 럭셔리 한옥 호텔이라는 이유로 건물 외양에 과하게 힘주는 대신 기본에 충실했다. 한옥 특유의 절제된 아름다움이 용마루에서 처마, 그리고 벽을 타고 자연스럽게 흘러내렸다. 외부의 미학은 내부로도 이어졌다. 목재가 주는 편안함까지 더해져 낯선 공간임에도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나무의 고유한 향이 공간을 가득 채워 마치 소나무 숲에 온 듯했다.



누각 별재를 마주한 'ㄷ'자 형태의 호텔에 들어서자 85m에 달하는 회랑이 양쪽으로 길게 펼쳐졌다. 편안한 차림의 투숙객들이 회랑을 지나 마당과 건물이 어우러진 풍경을 즐기고 있었다.

"방이 아닌 문화를 팝니다"
행사에서는 더한옥헤리티지의 철학과 장기 비전에 대한 소개도 이어졌다.
조남희 실장은 "업을 정의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정의에 따라 조직부터 상품, 서비스까지 모든 것이 결정되기 때문"이라며 "저희는 한옥 사업을 방을 파는 사업이 아닌 문화를 파는 사업으로 정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실장은 "일례로 더한옥헤리티지 기획, 세일즈, 마케팅 담당 직원 중에서 호텔 관련 직무 경험이 있는 직원은 단 한 명도 없다"며 "저희 업을 스스로 문화를 파는 사업이라고 정의했기 때문에 문화에 대한 콘텐츠를 다뤘던 구성원들이 함께하고 있다"고 했다.
잘 지어놓고 투숙객을 받으며 수익을 창출하는 보통의 호텔 사업에 머물지 않겠다는 의지도 확실히 전했다. 조 실장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경험이라는 요소를 한옥 사업에 더해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는 K컬처가 추구해야 할 다음 단계와도 맞닿아 있다. 조 실장은 "작년에 방한 외국인 수가 1870만 명으로 역대 최고를 달성했고 2030년에는 3000만 명까지 목표로 하고 있지만 1인당 지출 금액을 보면 평균 1023불에 불과하다"며 "K컬처가 고액 자산가 중심 시장보다 대중 시장 중심으로 형성돼 있어서 고액 자산가를 타깃할 수 있는 호텔과 경험이 현저히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더한옥헤리티지는 방한 외국인이 증가하는 추세와 고액 자산가의 여행 수요를 겨냥해 방한 고액 자산가를 집중 타깃으로 하고 있다. 조 실장은 "고액 자산가의 경우 지역의 고유한 문화를 경험하고 싶어 하는 니즈가 1차적으로 굉장히 크고, 추가적으로 아주 프라이빗한 환경에서 경험하기를 원한다"며 "또 세계적으로 웰니스 키워드가 급부상하고 있어 자연과 소통하고자 하는 욕구도 점점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 수요의 교차점에 더한옥헤리티지가 자리하고 있다고 했다.

더한옥헤리티지는 이제 본격적으로 문화를 파는 사업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곳에서만 할 수 있는 한국 고유의 문화적 경험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조 실장은 "해외 고액 자산가들의 경우 그 나라의 문화를 경험하는 것에 큰 가치를 두기 때문에 고객분들이 도착하기 전에 프로그램을 먼저 제안하기도 하고 같이 설계하기도 한다"고 했다. 풍부한 경험 덕분에 하루 묵을 것을 3일로 연장하는 등 체류 시간이 길어지는 효과도 있다고 했다.
최근 K뷰티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점에 착안해 서울 유명 피부과와 제휴해 뷰티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도 했다. 조 실장은 "서울에서 3일 트리트먼트를 받은 뒤 이곳에서 이틀간 쉬면서 추가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는 제휴 패키지도 구성했다"고 했다.
서울과 떨어져 있는 지리적 한계를 오히려 경쟁력으로 바꾸는 경험도 설계했다. 바로 슈퍼카 패키지다. 서울에 도착한 고객에게 람보르기니를 대여해 이곳까지 직접 드라이브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에서 영월까지의 여정을 단순한 이동이 아닌 하나의 특별한 경험으로 만든 것이다.

조정일 회장은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먼저 하면서 성장해 온 기업인 만큼 우리가 하고 있는 문화 경제 사업도 2~3년 후면 회사의 좋은 수익 모델이 될 것"이라며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확신을 이곳에서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