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년 두산, 실트론 품고 'AI 인프라' 미래 연다

김호성 기자 2026. 8. 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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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만의 초대형 빅딜…반도체 수직계열화 완성
에너지·로봇·반도체 잇는 미래 성장축 구축…새 100년 도약 본격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사진=두산

창업 130주년을 맞은 두산그룹이 SK실트론 인수를 확정하며 또 한 번의 대전환에 나섰다.

2007년 미국 밥캣 인수 이후 19년 만의 초대형 인수합병(M&A)을 통해 반도체 소재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에너지와 로봇, 반도체를 아우르는 'AI 인프라' 기업으로의 도약에 속도를 내게 됐다.

이번 인수는 소비재 중심 기업에서 글로벌 중공업 기업으로 탈바꿈했던 밥캣 인수에 이어 두산의 새로운 변곡점으로 평가된다.

전통 제조기업을 넘어 AI와 반도체 중심의 첨단 산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며 미래 성장 기반을 한층 강화했다는 평가다.

1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은 지난 31일 이사회를 열고 SK㈜가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70.6%를 2조30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승인했다. 인수 절차는 내년 1월 마무리될 예정이다.

◆ 반도체 수직계열화 완성…AI 시대 핵심 축 확보

이번 인수의 핵심은 반도체 밸류체인 전반을 연결하는 수직계열화 구축이다.

두산은 2022년 두산테스나를 통해 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사업에 진출했고, 전자BG에서는 AI 가속기와 고성능 메모리에 사용되는 동박적층판(CCL)을 생산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 유일의 실리콘 웨이퍼 생산기업인 SK실트론이 더해지면서 웨이퍼부터 기판 소재, 후공정 테스트까지 이어지는 반도체 사업 체계를 갖추게 됐다.

SK실트론은 300㎜(12인치) 웨이퍼 기준 글로벌 3위 업체다. 두산은 웨이퍼 수요가 2032년까지 연평균 7%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2031년 실트론 매출 목표를 약 3조원으로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두산테스나의 고객 기반과 SK실트론의 웨이퍼 공급 경쟁력이 결합하면 반도체 고객사를 대상으로 한 사업 경쟁력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인수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추진해 온 반도체 사업 확대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박 회장은 2022년 약 4600억원을 투입해 테스나(현 두산테스나)를 인수하며 반도체 후공정 사업에 진출했다.

당시 "반도체는 두산의 새로운 승부처로 기존 핵심 사업인 에너지, 기계 분야와 더불어 또 하나의 성장축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SK실트론 인수로 웨이퍼와 AI 서버용 동박적층판(CCL), 반도체 테스트를 아우르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하면서 반도체를 그룹의 핵심 성장축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 한층 구체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 130년 역사 위에 미래 성장동력 더하다

이번 인수는 두산이 추진해 온 사업 재편의 연장선에 있다.

1896년 박승직상점으로 출발한 두산은 소비재 중심 사업에서 중공업과 에너지로 사업 구조를 바꿨고, 최근에는 AI와 반도체, 로봇, 친환경 에너지 분야를 미래 성장축으로 육성해왔다.

두산에너빌리티는 SMR과 가스터빈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두산로보틱스는 산업용 협동로봇 시장을 키워가고 있다.

박 회장은 에너지와 스마트 머신에 이어 반도체를 그룹의 또 다른 축으로 육성하는 데 공을 들여왔다.

이번 실트론 인수는 그동안 단계적으로 추진해 온 반도체 사업 확장의 마지막 퍼즐을 맞춘 의미가 크다.

여기에 SK실트론이 합류하면서 에너지와 로봇, 반도체를 연결하는 'AI 인프라' 기반이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트론은 두산 자체 사업 부문에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 AI 반도체 핵심 소재를 생산하는 전자BG와의 시너지 확대도 기대된다. 두산 전자BG는 AI 시장 성장에 힘입어 올해 2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인수 과정에서 적자를 기록하던 미국 실리콘카바이드(SiC) 웨이퍼 법인의 청산이 함께 추진된 점도 수익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이에 따라 두산은 실리콘 웨이퍼 본업 경쟁력에 집중하며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SK실트론의 글로벌 고객 기반과 두산테스나의 테스트 경쟁력이 결합하면서 사업 시너지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실트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으며, 핵심 제품인 300㎜ 웨이퍼는 장기공급계약(LTA) 비중이 높아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두산 관계자는 "실트론 인수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게 됐다"며 "실트론은 상장하지 않고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주주가치 제고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