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 원 줘도 안 해요"…20분마다 울린 호출, 교도관은 또 뛰었다

조소진 2026. 8. 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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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밀 수용이 심화하는 가운데 정신질환·마약류 수용자 등 세심한 치료와 집중 관리가 필요한 수용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철문 안에서 쌓인 수용자들의 불만과 분노를 가장 가까이에서 감당하는 사람은 교도관이다.

교도관들은 고소와 진정을 반복하며 담당 교도관을 괴롭히는 수용자의 행위를 '코걸이'라고 불렀다.

수용자가 달라져 사회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마음은 많은 교도관이 이 일을 시작한 이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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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교정
<1> 교도관의 눈물
청주여자교도소 2박 3일 교도관 체험
700명 넘는 수용자, 밤 근무 교도관은 18명
정신질환·악성 민원 마주해야 하는 교도관들
편집자주
과밀 수용이 심화하는 가운데 정신질환·마약류 수용자 등 세심한 치료와 집중 관리가 필요한 수용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폭력과 자해 위험, 끊이지 않는 민원과 고소·고발 속에서 교도관들은 몸과 마음이 무너진 채 철문 안을 버틴다. 교도관이 소진되고 치료와 교화가 멈추면 출소자의 안정적인 사회 복귀도, 재범 방지도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일보는 벼랑 끝에 선 교정 현장을 살피고, 국민의 일상을 더 안전하게 지킬 해법을 모색한다.
청주여자교도소에서 진행된 위기대응훈련(CRPT) 모습. 접견과 운동을 위해 나온 수용자가 빗자루를 들고 교도관을 위협하는 상황을 실제와 동일하게 재현해 훈련하고 있다. 청주여자교도소 제공

삐빅. "4사, 1번 상황 발생. 지원 바랍니다."

고요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오후 2시, 교도관의 주파수공용통신(TRS) 무전기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수용자 간 다툼이 벌어졌다는 보고였다. 무전기 잡음이 채 가라앉기도 전 다른 무전이 이어졌다. "1사 6128번 변호사 접견, 연출 갑니다." "2사 운동 후 복귀합니다."

이번에는 수용자와 보안과 사무실을 잇는 인터컴이 울렸다. 띵동 띵동. 사무실 벽면 호출기에서 3번 방 버튼에 붉은 불이 들어왔다. "주임님, 엉덩이에 뾰루지가 났어요. 약 주세요." 머리를 질끈 묶은 교도관이 모니터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짧게 답했다. "기다리세요."

그는 곧바로 5번 방 버튼을 눌렀다. "6128번. 변호사 접견." 다른 화면에서는 수용자 한 명이 바닥에 누워 있었다. "6200번. 바로 일어나 앉습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복도에서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 교도관은 열린 사무실 문틈으로 잠시 귀를 기울이더니 의자를 밀치고 뛰어나갔다. 몇 분 뒤 돌아온 그의 안경에는 땀과 습기가 뿌옇게 맺혀 있었다.

책상엔 보고전 열댓 개가 켜켜이 쌓여 있었다. 방을 옮겨 달라는 민원, 약을 달라는 요청, 면담 신청… 한 장을 집어 들자 또 다른 보고전이 들어왔다.

한 사람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무전이 울렸고, 인터컴이 울리면 폐쇄회로(CC)TV 화면이 바뀌었다. 복도에서 소리가 나면 곧장 뛰어나가야 했다. 하루 종일 긴장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달 15일 경기도 안양교도소에서 한 교도관이 독거실과 혼거실에 설치된 CCTV 앞에서 무전을 하고 있다. 1963년 지어진 안양교도소는 시설 노후화와 함께 2,000명 이상을 수용하면서 134%의 높은 수용률을 보이고 있다. 장련성 기자

"주임님, 독거실로 옮겨주세요." 16.62㎡ 남짓한 방에서 11명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수용자였다. 정원 619명의 청주여자교도소에는 전체 수용자가 760명에 달했다. 수용률은 120%을 넘어섰다. 그는 "더워서 못 살겠다"고 호소했다. 회색 반팔의 3분의 2 이상이 땀으로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교도관은 단호했다. "다 덥고, 다 힘듭니다."

다시 방송 버튼을 눌렀다. 한 수용자가 변기에서 손을 씻고 있었다. "6322번. 아이 참. 누가 변기에 손을 씻어요." 전날엔 세면대에 대변을 본 정신질환 수용자였다. 수용자가 고개를 들더니 더듬더듬 말했다. "주임님…제 이야기 좀 들어주세요."

교도관은 조사징벌방으로 향했다. 방 앞에는 지린내가 진동했다. 며칠째 감지 않은 듯 기름진 머리카락, 얼룩진 관복. 교도관은 쪼그려 앉아 한참 동안 그의 상태를 살폈다. 그사이에도 무전은 멈추지 않았다. 인터컴이 울렸고, CCTV 화면은 계속 바뀌었다.

한 사람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기도 전에 또 다른 누군가가 교도관을 불렀다. 한국일보가 지난달 20일부터 사흘간 교도관을 동행 취재하는 동안, 청주여자교소소에선 이런 장면이 내내 반복됐다.


밤이 더 힘들다

지난달 22일 충북 청주시 청주여자교도소의 오후 5시 기온은 30도, 습도는 83%를 기록했다. 밤에도 열기는 식지 않아 순찰을 돌고 오면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청주=조소진 기자

"왜 이렇게 넋이 나가있어요. 이제 시작인데요." 지난달 20일 오후 5시. 기자를 보며 야간근무 교도관이 웃었다. 웃음은 잠시였다. 자해 우려자, 정신질환 수용자, 갈등이 잦은 방... 주의해야 할 수용자와 특이사항 인수인계가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청주여자교도소 보안과는 24시간 교대로 수용동을 지킨다. 이날 밤 수용동을 지키는 교도관은 18명. 700명이 넘는 수용자를 맡아야 했다. 해가 졌지만 열기는 식지 않았다. 오후 5시 수용동 내부는 31도, 습도는 80%. 복도는 뜨거운 공기로 가득했다.

폐방과 함께 저녁 약이 지급됐다. 약을 건네고, 입안에 숨기지 않고 삼켰는지 끝까지 확인해야 했다. 수용자 세 명 중 한 명은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약을 거부하는 사람을 설득하는 일도 교도관 몫이다. 끝내 약을 삼키지 않는 수용자도 많았다.

지난달 22일 충북 청주시에 있는 유일한 여자교도소인 청주여자교도소 모습. 교도소는 24시간 불이 켜 있다. 청주=조소진 기자

오후 9시. 복도 불이 미등만 남기고 모두 꺼졌다. 거실에는 화장실 불만 켜졌다. 좁은 방에서 여러 명이 생활하다 보니 이불을 펼 때조차 서로 다퉜다. 두 수용자가 언성을 높였다. 교도관들은 싸움을 말리고 두 사람을 진정시킨 뒤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다.

야간에는 2인 1조로 한 시간에 한두 차례씩 모든 수용동을 순찰한다. 수용자가 지정된 자리에 누워 있는지, 자해나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은 없는지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 교도관들은 방문 앞을 지날 때마다 걸음을 늦췄다. 방 안을 훑고, 수용자의 가슴이 오르내리는지 살폈다. 화장실에 들어간 사람이 오래 나오지 않으면 발걸음을 멈췄다. 무더위에 잠들지 못한 수용자들이 뒤척이는 방도 적지 않았다. 냉수를 채운 플라스틱 세제 통을 베개처럼 끌어안고 더위를 버티는 수용자도 있었다.

새벽 1시. 순찰을 돌던 A주임의 걸음이 멈췄다. 2사동 5번방. 있어야 할 자리에 수용자가 보이지 않았다. A주임은 화장실 불을 껐다가 다시 켰다. 잠시 뒤 불투명한 유리 너머로 손 하나가 천천히 올라왔다. 사람이 있다는 신호였다. 희미한 그림자가 확인되고 나서야 A주임은 발걸음을 옮겼다.

한밤의 수용동에서는 20~30분 간격으로 일이 생겼다. 벽을 치는 소리가 들리면 달려갔고, 인터컴이 울리면 설명하고 진정시켰다. 누군가의 눈빛이 평소와 달라 보이면 자해 위험부터 살폈다.

청주여자교도소 조사징벌방에 수감돼 있는 한 정신질환 수용자 모습. 청주여자교도소 제공

근무일지에는 밤새 벌어진 일들이 쉼 없이 쌓였다. '오전 3시 30분, 벽을 계속 침. 오전 4시 20분, 밤새 나체 상태. 오전 5시, 혼잣말하며 벽을 반복해 때림.' 잠든 것처럼 보이는 수용동에서도 교도관들은 단 한순간도 긴장을 풀 수 없었다.

한 수용자가 더위 때문에 혈압이 오른 것 같다며 혈압계를 달라고 했다. 측정 결과는 정상이었다. 수용자는 "기계가 고장 난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곁에 있던 5년 차 주임 A씨가 직접 혈압을 재봤다. 최고혈압 169 최저혈압 120. 수용자보다 교도관의 혈압이 더 높았다. "어쩐지 오늘은 뒷골이 좀 당기더라고요." 웃으며 넘겼지만 그의 얼굴에는 피곤이 묻어있었다.

A주임은 "처음 야간근무를 선 날 아침에 집에 가서 다 토했다"며 "지금도 야간근무를 마치고 나면 다음 날은 그냥 기절한다"고 말했다. 15년 차 B계장도 비슷했다. "한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 사람을 지치게 하더라고요." 사건이 없는 밤이라고 평온한 밤은 아니었다. 자해도, 싸움도, 돌발 상황도 없이 하루를 마무리하기 위해 교도관들은 밤새 긴장을 이어갔다. 그 긴장은 조금씩 사람을 닳게 했다.

새벽 1시 30분. 잠시 휴게시간이 주어졌다. "밤새우는 건 자신 있다"고 했던 기자도 결국 버티지 못했다. 휴게실에 들어간 1년 차 주임 C씨는 양말도 벗지 못한 채 그대로 잠들었다. 기자도 마찬가지였다.


몸보다 먼저 닳는 건 마음이었다

지난달 22일 충북 청주시에 있는 유일한 여자교도소인 청주여자교도소 운동장 모습. 수용자들은 하루 30분 이 운동장에서 운동을 할 수 있다. 청주=조소진 기자

철문 안에서 쌓인 수용자들의 불만과 분노를 가장 가까이에서 감당하는 사람은 교도관이다. 과밀수용과 정신질환, 자유를 잃은 데서 오는 답답함은 민원과 항의, 고소·고발의 형태로 현장 교도관들에게 쏟아진다. 몸보다 먼저 닳는 것은 마음이다.

근무가 시작되면 교도관들은 수용동 안에서 외부와 단절된다. 휴대전화도 사용할 수 없다. 하루 종일 수용자들을 마주한 채 무전기와 인터컴, CCTV를 번갈아 확인한다. 긴장은 퇴근 뒤에도 쉽게 풀리지 않는다. 실제 교도관 4명 중 1명이 정신건강 위험군으로 분류될 만큼 심리적 소진은 심각한 수준이다.

20년 차 계장 C씨는 책상 서랍에서 불송치 결정서 한 장을 꺼내 보였다. 수용자가 난동을 부려 수갑을 채우는 과정에서 다쳤다며 C씨를 과실치상 혐의로 고소한 사건이었다. 경찰은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결론이 나오기까지 C씨는 조사를 받고 당시 상황을 설명해야 했다. 당시 근무일지를 찾아 제출하고, 수갑 사용 경위와 조치의 필요성을 소명했다.

C씨는 허탈한 듯 웃었다. "못 누워 있게 했다고 접근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경우도 있고요. 다른 수용자를 시켜 함께 고소·고발이나 진정을 넣는 경우도 있습니다."

교도관들은 고소와 진정을 반복하며 담당 교도관을 괴롭히는 수용자의 행위를 '코걸이'라고 불렀다. "수용자들이 그러더라고요.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요. 바위가 깨지지는 않더라도 더럽힐 수는 있대요."

그래픽=강준구 기자

민원은 교도소 안에 그치지 않는다. 국민신문고와 국가인권위원회, 경찰서와 법원까지 이어진다. 대부분 무혐의나 불송치로 끝나지만, 그때마다 교도관들은 소명자료를 만들고 조사를 받아야 한다. 실제 지난 10년간 수용자가 교정공무원을 상대로 제기한 고소·고발은 7,616건, 피소 인원은 1만5,788명에 달했다. 고소·고발 건수도 2024년 622건에서 지난해 763건으로 22.7% 늘었다. 하지만 현재 조사 중인 사건을 제외하면 기소는 단 5명(0.03%), 기소유예는 2명뿐이다.

C계장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래서 저희끼리는 교도관을 '운수직'이라고 합니다. 오늘만 무사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근무하거든요. 폭탄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데, 내 근무 시간에만 안 생기길 바라는 거죠."

그래픽=강준구 기자
청주여자교도소에서 성폭력·마약사범 등을 대상으로 교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맡을 전문 교도관이 부족해 여러 과정을 병행하지 못한다. 한 과정이 끝나야 다음 과정을 시작하는 식이다. 청주=조소진 기자

“한 사람이라도 바꾸고 싶었지만”

지난달 22일 충북 청주시에 있는 유일한 여자교도소인 청주여자교도소의 정문. 교도관들도 이 철문 안에서 수용자와 함께 지낸다. 청주=조소진 기자

김봉영 청주여자교도소장은 "한 사람이라도 바꿔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교도관이 됐다"고 말했다. 수용자가 달라져 사회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마음은 많은 교도관이 이 일을 시작한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교도관들은 요즘 수용자들이 오히려 자신들에게 이렇게 말한다고 전했다. "수천만 원을 줘도 교도관은 안 하겠다."

한 교도관의 책상에는 자녀가 써준 편지 글귀가 놓여 있었다. "우리 엄마는 사회를 지키는 일을 해요. 나쁜 사람들이 못 나오게 하는 지킴이에요. 그래서 '지킴이 상'을 주고 싶어요." 사회를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교도관이 된 사람들. 그러나 철문 안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도록 버티는 일이, 어느새 가장 버거운 일이 돼 있었다.

오전 9시. 밤새 수용동을 지킨 교도관들이 교도소 정문을 나섰다. 교도관복을 갈아입고 말없이 걷는 이들의 어깨는 아래로 축 처져 있었다. 다음 근무자들이 수용동의 철문을 열었다. 무전기가 다시 울렸다.

 

벼랑 끝 교정

  1. ① <1> 교도관의 눈물
    1. "터지기 직전" 비명 쏟는 교도관… 서울·부산구치소 '정원 1.5배'
    2. 일 마친 교도관은 '징역 냄새'부터 턴다… 숨막히는 하루 감당한 그들의 의식
    3. 똑같이 제복을 입는데… 교도관은 위험수당 없고 현충원도 못 간다
    4. "수천만 원 줘도 안 해요"…20분마다 울린 호출, 교도관은 또 뛰었다
  2. ② <2> 철문 안의 병동
    1. '인분' 바르고 "FBI와 교신!"... 정신질환 수용자들의 마지막 보루 진주교도소
    2. 정신질환자 6300명 돌보는 의사가 고작 3명..."교정시설은 어느새 폐쇄병동이 됐다"
    3. 교도소 담장에 가려져 보이지 않을 뿐… "교도관 5명 중 1명 정신건강 위험군"
  3. ③ <3> 재범 막는 해법은

 

청주=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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