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보건 정보 공시는 왜 필요한가 [ESG와 노동인권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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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안전보건법 제10조의2 신설로 2026년 8월부터 대통령령이 정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주와 공공기관은 안전보건 현황을 매년 공시해야 한다. 공시대상 기업은 안전보건관리체계, 산업재해 발생 현황, 전년도 안전보건 활동 실적과 해당 연도 안전보건 활동 계획, 안전보건에 대한 투자, 산업재해 재발 방지 대책과 이행계획 등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에 관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이러한 논의를 토대로 2025년 9월 정부부처 합동 노동안전 종합대책이 발표됐고, 이를 계기로 안전보건현황 공시제가 법제화·시행 단계에 들어갔다.
안전·보건 정보는 선택적으로 공시할 사항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투자 위험을 판단하는 핵심 정보인 만큼 재무정보와 함께 제공되는 필수 공시사항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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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ESG] ESG와 노동인권 ①

산업안전보건법 제10조의2 신설로 2026년 8월부터 대통령령이 정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주와 공공기관은 안전보건 현황을 매년 공시해야 한다. 공시대상 기업은 안전보건관리체계, 산업재해 발생 현황, 전년도 안전보건 활동 실적과 해당 연도 안전보건 활동 계획, 안전보건에 대한 투자, 산업재해 재발 방지 대책과 이행계획 등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에 관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이 정보는 이해관계자뿐 아니라 누구나 볼 수 있는 형태로 제공되어야 한다. 안전보건 현황이 공개되면 투자자와 금융기관은 기업의 비재무적 리스크를 평가해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소비자를 포함한 사회 전체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 정도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안전보건 정책이 법률에 의한 사후 처벌 중심에서 정보 공개를 통한 사전적·자발적 이행을 병행하는 투 트랙 체계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시 항목을 보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가 규정하는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와 핵심 내용이 상당 부분 겹친다.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중대재해가 크게 줄지 않으면서 법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다. 이제 사업주에게 안전보건현황 공시 의무까지 부과되면서, 단순히 처벌 수위를 높이는 방식을 넘어 기업의 안전보건관리 수준을 시장과 사회의 감시 아래 두려는 제도적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이 이 공시 제도를 통해 보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시행 첫해 공시의무를 부담하는 기업은 상시근로자 500명 이상 사업장과 연간 공사금액 1200억 원 이상 건설회사, 공공기관, 지방공사, 지방공단이다. 공시 범위는 자사 근로자에 그치지 않는다. 공시의무 기업의 사업장에서 일하는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사망사고도 포함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 등은 도급인의 지위에 있는 자에게 자사 근로자뿐 아니라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해서도 안전 및 보건조치 의무를 부여한다. 안전보건공시는 이와 같은 법 구조를 그대로 반영한다. 법이 이미 인정하고 있던 ‘통합적 책임 범위’를 정보 공개의 범위와 일치시킨 것이다.
안전보건공시제의 제도화와 ESG 공시체계의 연계
안전보건현황 공시는 최근에 갑자기 등장한 제도가 아니다. 고용노동부는 2015년 1월 「산업현장의 안전보건 혁신을 위한 종합계획」에서 안전·보건 관련 정보를 체계적으로 공개하는 방안을 처음 제안했다. 이후 이천 물류창고 화재, 아리셀 화재 등 대형 사고가 잇따랐다. 그 과정에서 산업현장의 안전보건 정보를 어떻게 투명하게 공개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꾸준히 축적됐다. 이러한 논의를 토대로 2025년 9월 정부부처 합동 「노동안전 종합대책」이 발표됐고, 이를 계기로 안전보건현황 공시제가 법제화·시행 단계에 들어갔다.
자본시장 규율도 동시에 강화됐다. 금융위원회는 「한국거래소 공시규정」을 개정해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이 사고 발생 사실을 지체 없이 공시하도록 했다. 또 「ESG 평가기관 가이던스」를 개정해 중대재해 발생 사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 반영되도록 했다. 한국ESG기준원을 포함한 주요 평가기관은 이 기준을 실제 평가에 적용하고 있다. 2025년 12월에는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이 개정됐다. 이 개정으로 기업은 중대재해 발생 여부뿐 아니라 그 발생 경위, 피해 상황, 회사의 조치 및 향후 전망을 사업보고서에 의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 여기에 2026년 8월부터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현황 공시까지 더해지면서, 산업안전보건법 공시, 거래소 공시, 사업보고서 공시가 서로 연결되는 다층적 공시체계가 만들어졌다.
정부는 2026년 7월 ‘지속가능성(ESG) 공시 제도화 방안’을 확정해 ESG 공시를 자본시장법상 사업보고서를 통한 법정공시로 편입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2028년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상장사는 기후변화와 환경(E)에 관한 지속가능성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반면 인권, 노동, 안전보건, 지역사회 등 사회(S) 영역과 지배구조(G) 영역 정보는 기업이 선택적으로 공시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정부는 사회(S) 영역 전반에 걸친 측정·검증의 어려움과 기업 부담을 이유로 ‘단계적 도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 구조 속에서 안전·보건 정보가 어떤 위상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
안전보건 정보, 왜 필수인가
이미 중대재해와 산업재해 관련 정보는 산업안전보건법, 자본시장 규범, ESG 평가를 통해 사실상 핵심 정보가 됐다.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투자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이슈가 산업안전임에도, 정부의 ESG 공시 제도화 방안은 사회 영역을 선택공시로 두고 있다. 이 구조에서는 기업이 안전보건 관련 공시를 최소화하려는 유인을 가질 수 있다. 그 결과 투자자와 평가기관은 기업의 중요한 리스크를 정확히 평가하기 어려워진다. 더구나 안전보건현황 공시는 상시근로자 500명 이상 사업장 등 비교적 넓은 대상을 전제로 매년 공시를 요구한다. 반면 ESG 공시는 2028년부터 연결자산 10조 원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시행된다. 두 제도는 적용 대상과 시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정부의 ESG 공시 방안은 최근 추진되는 이른바 3대 메가프로젝트, 특히 반도체 중심 수출기업의 대규모 투자 계획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우리나라 주요 수출기업은 이미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준과 유럽의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유럽지속가능성공시기준(ESRS)에 따라 ESG 정보를 공시해야 하는 압력을 받고 있다. 이들 국제 기준에서는 산업안전 관련 사항을 필수적으로 공시하도록 요구하고, 공시 범위도 자사 근로자뿐 아니라 공급망 근로자들까지 포함한다. 이로써 정부의 ESG 공시 방안은 사회 영역을 선택공시로 남겨두면서 안전보건 정보를 별도의 필수 항목으로 다루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 기준과의 정합성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안전보건공시제의 논의가 시작된 지 10년 만에 시행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일이며, 환영할 일이다. 다만 안전보건공시제가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제도 개선의 핵심은 ESG 공시 제도와의 연계에 있다. 안전·보건 정보는 선택적으로 공시할 사항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투자 위험을 판단하는 핵심 정보인 만큼 재무정보와 함께 제공되는 필수 공시사항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타당하다.

장진나 한국공인노무사회 부회장(우석대학교 ESG 국가정책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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