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마친 교도관은 '징역 냄새'부터 턴다… 숨막히는 하루 감당한 그들의 의식

이서현 2026. 8. 3.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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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밀 수용이 심화하는 가운데 정신질환·마약류 수용자 등 세심한 치료와 집중 관리가 필요한 수용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박씨는 다른 수용자와의 갈등을 이유로 조사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교도관들 지시에 거듭 불응하며 위협을 행사했다.

실내 운동장에서는 수용자 10여 명이 맨몸 운동을 하고 있었고, 사소(교도관을 도와 청소·배식·물품 전달 등을 맡는 수용자)들은 출정 인원을 골라 밖으로 이동시키고 있었다.

물론 오전 6시 10분 경쾌한 노래와 함께 수용자들이 일어나기 시작하면, 징역 냄새도 다시 깨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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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교정
<1>교도관의 눈물
인천구치소 2박 3일 교도관 체험
퇴근마다 반복하는 '징역 냄새' 털기
'땀과 생활' 그리고 '체취와 피' 냄새
이들 냄새의 또 다른 이름은 '책임'
편집자주
과밀 수용이 심화하는 가운데 정신질환·마약류 수용자 등 세심한 치료와 집중 관리가 필요한 수용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폭력과 자해 위험, 끊이지 않는 민원과 고소·고발 속에서 교도관들은 몸과 마음이 무너진 채 철문 안을 버틴다. 교도관이 소진되고 치료와 교화가 멈추면 출소자의 안정적인 사회 복귀도, 재범 방지도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일보는 벼랑 끝에 선 교정 현장을 살피고, 국민의 일상을 더 안전하게 지킬 해법을 모색한다.
지난달 15일 경기 안양교도소에서 한 교도관이 외곽 담장을 바라보고 있다. 수용자들의 탈옥을 방지하기 위해 교도소 내, 외부 하수구 뚜껑을 전부 쇠사슬로 잠갔다. 1963년 지어진 안양교도소는 시설 노후화와 함께 2,000명 이상을 수용하면서 134%의 높은 수용률을 보이고 있다. 장련성 기자

선배들은 퇴근 때마다 목욕을 하고 스킨로션을 '쓱쓱' 머리에 발랐다. '뭘까. 요 앞에 나이트클럽이 생겼던데, 거길 가려고 준비하나?'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그랬다. 퇴근, 목욕, 머리에 스킨로션. 행동은 반복됐고, 반복에는 질서가 있었다. 하나의 정해진 의식처럼.

궁금해서 물었다. 돌아온 답은 짧았다. "몰라? 징역 냄새 터는 거잖아." 어떤 교도관들은 몸을 두세 번 씻고, 제복을 세탁한다. 각자의 방식으로 징역 냄새를 털려고 안간힘을 다한다. "느껴 보기 전에는 몰라요. 절대요." 이 교도관은 '스킨로션 바르기'를 하나의 의식으로, 징역 냄새 털기의 방법으로 옛 선배들 이야기를 덤덤하게 전했다.


징역 냄새 추적기 ①: 땀

지난달 15일 경기 안양교도소에서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 바라본 기동순찰팀 'CRPT(Correctional Rapid Patrol Team)' 대원. 온도가 높을수록 화면이 붉게 표시된다. 1963년 지어진 안양교도소는 시설 노후화와 함께 2,000명 이상을 수용하면서 134%의 높은 수용률을 보이고 있다. 장련성 기자

"수용자들이 무섭냐고요? 전혀요."

장마를 앞둔 지난달 20일, 지도를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인천구치소로 향했다. 그리고 기자는 2박 3일간 교도관들과 함께하며 그들이 퇴근 때 털어내려는 '징역 냄새'를 좇았다. '당신에게 징역 냄새는 무엇인가요?'

인천구치소 소속 김경우(가명) 계장은 20년 차 교도관이다. 그의 제복에는 명찰이 없다. 구치소 내 긴급상황에 대응하는 기동순찰팀(CRPT) 소속이다. 큰 키에 다부진 체격. 그가 나타나면 반항하던 수용자들도 조용해진다. CRPT는 구치소 안에서 '까마귀'로 불린다. 검은 방검복을 입고, 난동이나 폭행 등 일반 근무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투입되기 때문이다.

그런 김 계장도 하루의 끝에선 지친 기색을 보인다. 오후만 되면 검은 제복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그에게'징역 냄새'는 땀냄새다.

"난동 건, CRPT 출동 바람"

먼저 도착한 팀원들이 박안문(가명)씨와 몸싸움을 하고 있었다. 키 175cm, 체중 105kg. 우락부락한 몸체. 체구가 만만치 않았다.

"아이 ⅩⅩ 진짜! 내가 도대체 뭘 했냐고!"

"힘빼!" "힘빼라고!"

박씨는 노란 명찰을 차고 있었다. 조직에 몸담고 있었다는, '조폭' 출신을 뜻했다. 박씨는 다른 수용자와의 갈등을 이유로 조사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교도관들 지시에 거듭 불응하며 위협을 행사했다.

지난달 15일 오전 경기도 안양교도소에서 한 교도관이 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 1963년 지어진 안양교도소는 시설 노후화와 함께 2,000명 이상을 수용하면서 134%의 높은 수용률을 보이고 있다. 장련성 기자

"ⅩⅩⅩ, 죽여주세요. 그냥!"

CRPT 팀원 6, 7명이 달라붙어 은사슬 금속보호장비를 채우려 했다. 하지만 감정이 격해진 박씨가 힘을 주고 저항했다. '끙끙' 소리를 내던 박씨가 이번엔 다리에 힘을 풀면서 바닥에 누우려 했다. 김 계장과 팀원들은 팔과 다리를 하나씩 부여잡고 그를 일으켜 세웠다.

"흥분 하지 마!" "그만해!"

박씨는 몸싸움이 격렬해질수록 더 흥분했다. 수용자들은 목숨을 걸고 덤비는 반면, 교도관들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대응할 수밖에 없다. 힘의 불균형으로 다치는 쪽은 대부분 교도관이다. 최근에도 몇몇 팀원이 수용자한테 물려 살이 뜯기고, 발길질에 무릎이 돌아갔다.

20분의 씨름 끝에 박씨를 독거실에 수용시켰다. "좀만 참아. 이러지 않기로 약속했잖아." 김 계장이 잔잔한 말투로 타일렀다. 김 계장과 팀원들은 그제야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냈다. 한 팀원은 "CRPT는 격한 계호(戒護· 경계하여 지킴)를 해야 할 때가 많다"며 "가끔 수용자들이 명찰을 뚫어지게 쳐다본 뒤 이름을 기억해 위협하거나 고소 고발을 하는 경우가 있어 명찰을 떼고 근무한다"고 설명했다.

CRPT팀은 이런 식의 출동을 하루에 많게는 15번 정도 나간다. 한두 차례만 출동해도 여러 층을 오르락내리락 해야 해 땀줄기가 금세 등을 타고 내린다. 박씨 수감 이후 5분도 채 안 돼 또 다른 무전이 떨어졌다. 최 계장이 뛰어가며 물었다. "그런데 수용동 근무도 보셨나요? 그쪽이 더 고생이에요."


징역 냄새 추적기 ②: 생활

지난달 15일 경기 안양교도소에서 혼거실 입구 신발장에 재소자들의 신발이 가득 놓여 있다. 1963년 지어진 안양교도소는 시설 노후화와 함께 2,000명 이상을 수용하면서 134%의 높은 수용률을 보이고 있다. 장련성 기자

인천구치소는 12층까지 있다. 각 층 'ㅁ' 자 형태의 수용동을 통상 'ㄱ' 자와 'ㄴ' 자 구간으로 나눠 관리한다. 회색 철문을 열고 수용동에 들어서면, 벽면을 따라 초록 철문과 그 너머 거실들이 보인다. 내부에 창문이 있지만 천장에 붙어 있어 빛은 잘 안 든다. 날씨와 무관하게 어둑한 이유다.

수용자 120여 명이 머무는 6층 수용동에 들어가자 음식물과 빨래, 용변, 곰팡이, 약품 냄새가 'ㄱ' 자 공간에 뒤섞여 코를 찔렀다. 수용동 내에서는 일상도 냄새만큼 혼잡했다. 실내 운동장에서는 수용자 10여 명이 맨몸 운동을 하고 있었고, 사소(교도관을 도와 청소·배식·물품 전달 등을 맡는 수용자)들은 출정 인원을 골라 밖으로 이동시키고 있었다. 새로 들어온 수용자들은 짐을 싸 들고 수용동으로 들어왔고, 접견이 예정된 이들은 철문 앞에서 차례를 기다렸다. 동선이 좁은 공간을 얽은 거미줄을 따라 수용자들이 찐득하게 움직였다.

한복판에 정훈구 주임이 홀로 서 있었다. 그는 100장 넘는 보고전(수용자 민원)을 처리하며 에어컨 없는 공간을 쉼 없이 오갔다. 한쪽 구역으로 가면 반대편은 방치된다. 이런 계호 공백을 막으려 정 주임은 이동 중에도 수용자들 신체를 검사하고, 거실에 누워 있는 이들에게 일어서라고 지시한다. 정 주임 같은 주간 근무자들에게 '징역 냄새'는 120여 명의 ②생활 냄새다.

지난달 14일 경남 진주교도소 혼거실 복도에 재소자들의 개인 물품이 쌓여 있다. 높은 수용률 탓에 내부 공간이 부족해지면서 물품을 복도에 쌓아 두며 생활한다. 전국 교정시설에 상주하는 정신의학과 전문의는 진주교도소 1명뿐이다. 장련성 기자

"주임님! 쟤 때문에 잡힌 거라서 안 된다니까요?"

건장한 체격의 수용자가 바쁜 정 주임을 붙잡았다. 새로 들어온 수용자인데 "배정된 방에 공범이 있다"며 입실을 거부했다. 수용 여력이 빠듯하다 보니 방 배정을 두고 실랑이가 잦다고 한다.

"알았어. 공소장에도 쟤가 나온다는 거지?"

정 주임은 수용자를 본부로 보낸 뒤 아크릴 근무실 벽에 기대 한숨을 쉬었다. 손에는 아직 처리하지 못한 보고전 수십 장이 들려 있었다. 하지만 정 주임에게 허락된 휴식 시간은 1분이 안 된다. 점심 배식이 시작됐고, 수용자들은 "밥이 적다" "상담 좀 해달라" "외진을 가게 해달라"고 아우성쳤다. "이럴 때 응급상황이라도 생기면 수용동이 마비된다". 정 주임은 고개를 저었다.


징역 냄새 추적기③, ④: 체취와 피

지난달 15일 경기 안양교도소의 조사, 징벌방 입구에 규율이 적힌 종이가 부착되어 있다. 1963년 지어진 안양교도소는 시설 노후화와 함께 2,000명 이상을 수용하면서 134%의 높은 수용률을 보이고 있다. 장련성 기자

수용자들은 오후 8시 40분 쯤에 잠든다. 불은 일제히 꺼진다. 유일하게 불이 켜진 화장실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온다. 교도관들은 1시간마다 순찰을 돈다.

야간 근무에 앞서 주간 특이사항이 전달된다. '조사실에 박안문씨가 난동 건으로 수용돼 있어 관심 있게 봐야 함.' '독거실 한 곳은 일과 중 물바다가 돼 내부를 말리기 위해 잠시 열어둠.'

밤이 되면 낮 시간에 가려졌던 ③눅눅한 체취가 피어오른다. 혼거실 상황을 살피려고 철문에 얼굴을 들이대면 10여 명의 들숨과 날숨이 습기와 섞여 밀려온다.

교정기관 잠자리 배치표. 8명이 들어가도 좁은 혼거실에 16명까지 들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인천구치소의 수용률은 145.4%(6월 30일 기준)다. 혼거실은 16㎡ 넓이에 12~16명이 수용된다. 한 명에게 허용된 공간은 1㎡ 남짓. 다리를 지그재그로 엇갈려 둬야 잠잘 자리를 가질 수 있다. 일부는 종이 상자로 경계선을 만들고, 벽에 머리를 기댄 채 앉아서 잔다. 답답함을 못 견디고 밤새 편지를 쓰거나 책을 읽는 이도 있다.

과밀은 교도관들에게 영향을 준다. 수용 인원이 늘수록 한 명이 살펴야 할 공간과 사람도 늘어 계호 공백이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법무부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교정시설 수용률은 2021년 106%에서 지난해 125.8%(올해 6월 기준은 126.4%)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교정사고는 1,278건에서 1,652건으로 약 29% 늘었다.

여름이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이현우 주임은 "여름에 특히 많이 싸우고 요구도 많아진다"며 "혼거실이 힘드니 독거실에 가려고 일부러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주임이 순찰할 때마다 수용자들은 "덥다" "방을 옮겨달라"고 소리친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새벽 1시쯤 되면 그제야 수용동은 진정된다. 그래도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야간에 신경 쓰는 건 ④피 냄새다. 귀에서 피가 흘러 잘 들리지 않는다는 수용자, 기침할 때마다 목에서 피가 난다는 외국인 수용자. 이들에 대처하는 게 야간 근무자들의 일이다.

가장 긴장되는 상황은 자해나 자살 시도다. 상황은 대부분 화장실에서 벌어진다. 1시간마다 순찰을 도는 교도관들은 일일이 머릿수를 세며 내부 화장실부터 살핀다. 수용자들이 새어 나오는 빛을 막겠다고 화장실 앞으로 가림막을 설치하면, 교도관들은 치우라고 지시해야 한다.

죽음을 마주하면 그 기억을 쉽게 지울 수 없다. 한 교도관은 "반응이 없어 일으켜 세웠더니 얼굴이 파랗게 질린 채 숨져 있었다"며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잘 떠나지 않는다"고 했다. 어떤 교도관들은 자신의 응급처치가 충분했는지를 되짚으며 자책하기도 한다.

또 다른 교도관은 아래층 수용동에서 수용자가 목을 맨 사건을 떠올렸다. 그는 "상황을 파악해야 하니까 응급조치했던 아래층 동료에게 현장을 재현해달라고 요구했다"며 "충격에 빠진 동료에게 그 상황을 다시 보여달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다행히 수용동에서의 2박 3일은 무사히 지나갔다. 이런 날이면, 두 눈으로 밤을 꼬박 지새우든 말든 교도관들은 "오늘은 죽음과 피를 보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한다고 한다.


그들이 냄새를 지우는 이유

지난달 15일 경기 안양교도소에서 기동순찰팀 'CRPT(Correctional Rapid Patrol Team)' 대원이 순찰을 하고 있다. 1963년 지어진 안양교도소는 시설 노후화와 함께 2,000명 이상을 수용하면서 134%의 높은 수용률을 보이고 있다. 장련성 기자

수용동은 해 뜨기 직전, 밤과 낮의 경계에서 가장 고요하다. 밤새 뒤척이던 수용자들도 잠깐 눈을 붙인 시간대. 땀 냄새와 생활 냄새, 체취, 피 냄새 등이 섞인 '징역 냄새'도 새벽 공기에 밀려 고요해진다. 물론 오전 6시 10분 경쾌한 노래와 함께 수용자들이 일어나기 시작하면, 징역 냄새도 다시 깨어난다.

근무를 마친 교도관들은 징역 냄새가 밴 채 퇴근한다. 그리고 목욕탕에서 몸을 씻고 빨래를 한다. 체험을 마친 기자에게 옛 선배들의 이상한 의식을 소개해줬던 교도관이 웃으며 물었다.

"제대로 느끼셨겠네요? 징역 냄새?"

기자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징역 냄새'는 악취가 아니다. 과밀, 인력 부족, 긴장, 폭력 그리고 죽음을 감당한 흔적에 가깝다. 높은 담장 안에서 이름표마저 떼고 일하는 이들이 퇴근 뒤에도 쉽게 털어내지 못하는 냄새. 징역 냄새의 또 다른 이름은 '책임'이자 '인내'다.

 

벼랑 끝 교정

  1. ① <1> 교도관의 눈물
    1. "터지기 직전" 비명 쏟는 교도관… 서울·부산구치소 '정원 1.5배'
    2. 일 마친 교도관은 '징역 냄새'부터 턴다… 숨막히는 하루 감당한 그들의 의식
    3. 똑같이 제복을 입는데… 교도관은 위험수당 없고 현충원도 못 간다
    4. "수천만 원 줘도 안 해요"…20분마다 울린 호출, 교도관은 또 뛰었다
  2. ② <2> 철문 안의 병동
    1. '인분' 바르고 "FBI와 교신!"... 정신질환 수용자들의 마지막 보루 진주교도소
    2. 정신질환자 6300명 돌보는 의사가 고작 3명..."교정시설은 어느새 폐쇄병동이 됐다"
    3. 교도소 담장에 가려져 보이지 않을 뿐… "교도관 5명 중 1명 정신건강 위험군"
  3. ③ <3> 재범 막는 해법은

 

이서현 기자 he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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