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완수사 폐지 “문제 생기면 그때 보완”, 이토록 무책임한가

조선일보 2026. 8. 3.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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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민주당원 단체들과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수사·기소 분리 대선 공약을 지켜달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사의 수사권을 완전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을 주도한 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필요하면 보완해 나가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제도가 잘못 설계되면 국회가 책임지는 것은 맞다”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더라’라고 하면 제도는 바꿀 수도 있는 것”이라고 했다.

72년간 기능해 온 국가 사법 체계의 근간을 바꾸려면 문제점을 모두 면밀하게 점검한 뒤 부작용이 없다는 확신이 있어야 추진하는 게 기본이고 상식이다. 그동안 다수의 범죄 피해자와 여성·장애인 단체, 법률 전문가들이 보완 수사권 폐지로 예상되는 서민·약자들 피해를 숱하게 경고했다. 그런데 일단 바꿔 놓고 문제가 생기면 그때 가서 보완하면 된다고 한다. 이렇게 무책임한 말이 어디 있나.

김 의원은 형소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한 다음 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노무현 대통령님 ‘야 기분 좋다!’라고 하고 계시지요?”라고 썼다. ‘내주신 숙제 다 끝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조화도 놓았다. 마치 보완 수사권 폐지가 ‘노무현 정신’인 양 했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사법적 견제 장치를 없앤 것이 노 전 대통령이 바랐던 ‘노무현 정신’일 리 없다. 노 전 대통령 사위인 곽상언 의원은 민주당 의원 중 유일하게 형소법 개정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그는 “곧 다가올 국민의 고통이 눈에 보이고, 국민의 눈물이 귀에 들리는데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더 좋아진 형사소송법’이라고 이름붙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형소법 개정 취지는 피해자 보호 강화, 범죄자를 끝까지 검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을 지낸 양홍석 변호사는 “10월부터 경찰에 수만 건의 사건이 하늘에서 떨어지듯 몰리면 기존 수사까지 사실상 올스톱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검찰이 경찰 등 1차 수사기관에서 넘겨받은 사건 중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한 것이 지난 3~4월 두달 동안에만 2만5152건에 달했다. 양 변호사 말대로 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검사들은 직접 보완하던 사건까지 모두 경찰에 보내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경찰에 수만 건의 사건이 추가로 몰릴 수밖에 없어 사실상 수사가 멈추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누구 말이 맞는지는 안 봐도 알 수 있다.

형소법 개정안 표결에 불참했던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국민 대다수 반대를 무릅쓰고 그렇게까지 무리했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이 기가 막힌 입법 폭주의 책임을 언젠간 반드시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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