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6세대와 싸워 이기는 법 [신영전 칼럼]

한겨레 2026. 8. 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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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686(60대, 80년대 학번, 1960년대 출생)세대다.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서 김보미(36) 후보가 "화염병과 짱돌 들고 싸우던 세대가 아직도 민주당의 주인이다. 686이 786, 886까지 가면 민주당은 망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세대가 민주화와 경제발전에 일부 기여한 것은 맞지만, 지금 주위를 돌아보라.

왜냐하면 686세대는 살수를 건널 때 뒤에서 기습하거나, 유인한 후 학익진으로 전멸시켜야 할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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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국회 본회의에 출석한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 정청래 전 대표(앞)와 고민정 의원. 연합뉴스

신영전 | 한양대 의대 교수

나는 686(60대, 80년대 학번, 1960년대 출생)세대다.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서 김보미(36) 후보가 “화염병과 짱돌 들고 싸우던 세대가 아직도 민주당의 주인이다. 686이 786, 886까지 가면 민주당은 망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민정(47) 후보 역시 “86 운동권 넘어 세대교체”를 외쳤다. 이는 특정 정당에서만 보이는 현상이 아니다. 특히 20대를 중심으로 언제부터인가 운동권이든 아니든 우리 세대를 타도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많아졌다.

다소 억울한 점도 있으나 그래도 나는 청년들이 이겼으면 좋겠다. 우리 세대가 민주화와 경제발전에 일부 기여한 것은 맞지만, 지금 주위를 돌아보라. 전세계에서 전쟁, 빈부격차, 기후위기로 인류 종말의 장송곡이 연주되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 세대의 근대화, 문명화 프로젝트는 실패했다. 물론 나는 청년 중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극우 냉소주의’를 특징으로 하는 소위 ‘일베’의 생각에 반대한다. 하지만 이 문제 역시 청년들 스스로 해결해 낼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20대 청년들에게 우리 686세대와 싸워 이기는 법을 알려주고 싶다. 이마저도 ‘꼰대’스러운 것이고, 의대 교수가 그럴 자격이 있을까 의심하는 이도 있겠지만, 나는 지난 30년간 건강정치학, 그중에서도 정치 전략을 연구했다. 약자들이 싸움에서 이겨 건강을 쟁취하는 방법을 찾고 싶어서였다.

전략에는 왕도가 없다. “적과 나의 사정을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말은 언제나 옳다. 그런데 그것이 문제다. 청년들은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쪽수’에서 밀린다. 2026년 현재 20대가 약 589만명인 데 비해, 60대는 798만명에 달한다. 2025년 평균 순자산은 20대 이하 가구에서 약 1천만원인 데 비해, 60대 이상은 약 5억4천만원으로 50배가 넘는다. 더욱이 부모에게 의존하여 함께 살고 있는 20대 비율은 81%로, 2022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이에 비해 60대는 소득과 자산만이 아니라, 지연, 학연, 사회적 지위로 얻은 자본 역시 청년과 비교가 안 되게 많다. 지난 30~40년 동안 산전수전 다 겪어 얻은 경험도 있다. 그래서인가? 괴테도 그랬다. “악마는 나이를 먹었다.” 한마디로 우리 세대는 강하다. 이런 열세 국면에서는 제갈공명이 와도 청년이 이기기 어렵다. 물론, 언제나 약자가 지는 것은 아니다. 을지문덕은 살수에서 30만 대군을 거의 전멸시켰고, 이순신의 한산도 대첩도 있다. 하지만 청년세대가 686세대를 이기는 건, 이것보다 더 어렵다. 왜냐하면 686세대는 살수를 건널 때 뒤에서 기습하거나, 유인한 후 학익진으로 전멸시켜야 할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쉽지 않은 싸움이다. 그러면 어떡할 것인가? 싸움의 전략이 많은 것 같지만, 사실 두가지가 전부다. 하나는 자기편의 수와 힘을 늘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상대편의 수와 힘을 줄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권하고 싶은 전략은 두가지다. 첫째, 싸움의 대상을 명확히 해 상대의 수를 줄여야 한다. 무엇보다 60대 전체를 적으로 두는 것은 피해야 한다. 특정 젠더의 단결 전략 역시 출발부터 50% 아군을 잃는 것이므로 지양해야 한다. 둘째, 청년이 아닌 세대도 지지하는 논리와 행동을 만들어 내야 한다. 40~50대의 지지뿐만 아니라 심지어 나 같은 60대 일부도 투항할 수밖에 없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적을 증오해서는 안 되지. 그것은 판단력을 흐리게 해” 영화 ‘대부’에서 싸움 전문가가 전하는 비법도 명심해야 한다. 물론 이 두가지 전략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싸우지 않으면 전투에선 이겨도 전쟁에선 반드시 진다. 결국 김보미·고민정 후보도 당대표 예비경선에서 탈락했다. 막무가내로 싸우다 지는 것은 투쟁이 아니라 투정이다.

월드컵 시상식 선수들 옆에 생뚱맞게 버티고 서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무대에서 끌어 내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죄와 벌’에서 청년 라스콜니코프는 살 가치가 없다고 믿었던 병든 노파를 도끼로 내려치고 이렇게 외쳤다. “내가 노파를 죽인 것일까? 아니다, 나는 나 자신을 죽인 것이다!” 괴물과 싸우다 괴물이 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금 청년이 60대가 되었을 때는 청년들에게 욕먹지 않는 세대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청년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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