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양프리카라 할 판”…사상 최고 42.5도 찍은 양산 [현장]

김영동 기자 2026. 8. 2.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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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닷새 연속 40도 돌파 양산
휴일 쇼핑객 붐비던 거리 텅 비어
“말로만 듣던 기후변화 체감 겁나”
경남 양산의 낮 기온이 국내 기온 기록 중 사상 최고인 42.5도를 기록한 2일 오후 양산시 물금읍 양산워터파크 분수대에서 시민들이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제 대구와 아프리카를 빗댄 ‘대프리카’가 아니라, 양산을 넣어서 ‘양프리카’라고 불러야 할 판 아인교?”

2일 낮, 경남 양산시 물금읍의 ㅎ아파트 단지 상가에서 만난 김상우(49)씨가 말했다. 지난달 29일부터 닷새 연속 40도를 넘어선 폭염에 집 밖으로 나갈 엄두조차 못 낸다고 했다. 김씨는 “편의점에 가려고 아파트 동 출입구를 나서는 순간 한증막 같은 뜨거운 공기가 밀려와 숨이 턱 막힌다. 이런 열풍을 담은 더위는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점심에 가족 외식을 하려고 예약한 가게도 취소했다”고 했다.

이날도 양산은 피할 길 없는 뜨거운 태양빛과 사우나 안 같은 공기에 점령당한 채 대책 없이 폭염이 물러나기만을 기다렸다. 가끔 살수차가 지나갔지만, 길바닥에 뿌려진 물은 3분도 채 지나지 못하고 증발됐다.

부산 도시철도 2호선 양산역 그늘 공간에는 반바지와 러닝셔츠를 입은 노인 20여명이 모여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강아무개(78)씨는 “장기 한판 두러 나왔는데, 후회 중이다. 그늘이라도 바람이 더워 견디기 버겁다”고 말했다.

2일 오후 경남 양산시 양산남부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평소 일요일이면 대형 할인점 등 상가가 밀집해 손님들로 붐비는 젊음의거리 등 도심에서는 사람 그림자를 찾기 어려워 마치 유령 도시 같았다. 식당 주인 김아무개(59)씨는 “에어컨을 계속 틀어놓아도 햇볕이 들어오는 홀 쪽은 전혀 시원해지지 않을 정도다. 예약 취소도 잇따른다. 사람이 다녀야 장사를 할 텐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후 1시께 아이와 함께 더위를 식히려고 황산공원 물놀이장을 찾은 부모들도 더위에 지친 기색이었다. 햇볕 가림막에서 딸의 얼굴에 선크림을 발라주던 최아무개(44)씨는 “최대한 집 안에 있으려고 했는데, 아이가 갑갑해하기에 데리고 나왔다”며 “말로만 듣던 기후 변화를 피부로 체감하게 되니 너무 겁이 난다. 10년 뒤 지구가 어떻게 변할지, 아이들이 살아갈 환경이 걱정된다”고 했다.

경남 양산시 물금읍 물금리 황산공원 안 물놀이장 모습. 김영동 기자

양산의 수은주는 이날 오후 1시26분께 42.5도까지 치솟았다. 기상 관측 개시 이래 사상 최고기온 기록을 하루 만에 경신하며 5일 연속 40도를 넘어섰다. 양산시는 도심 온도를 낮추려고 살수차를 기존 8대에서 11대로 늘려 주거지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국민체육센터 등 공공시설 23곳에 양산 1천개를 비치해 이용자들이 쓸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전체가 뜨거운 공기에 점령한 상태라 웬만한 대책으로는 헤어날 길이 보이지 않았다.

가마솥더위는 한반도 상공의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만든 ‘이중 열돔’에, 소백산맥을 넘어오며 뜨겁고 건조해진 북서풍의 영향(푄 현상)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런 더위는 경남 동부와 경북 동남부를 강타하고 있는데, 양산에는 상황을 악화시키는 분지 지형이라는 요소가 더 있다. 동서남북을 천성산(해발 920m)·매봉산(775m)·금정산(802m)·신불산(1159m)이 둘러싼 분지 지형이라 뜨거운 바람이 탈출하지 못하고 열기가 추가되는 구조인 것이다.

다른 영남 지역도 곳곳에서 처음으로 40도 돌파 기록을 써나가고 있다. 이날 양산과 붙어 있는 부산 북구는 40.6도, 강서구는 40.2도, 금정구는 40.0도까지 기온이 올랐다. 경북 경주는 40.3도를 기록했다. 부산 북구·금정구는 전날에도 40도를 넘어섰고, 같은 날 경남 창원과 김해도 수은주가 40도 위로 솟구쳤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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