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법관 공백 5개월, 조 대법원장은 언제까지 책무 방기할 텐가

2026. 8. 2.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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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3월 17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대법관 공백 사태가 만 5개월을 맞았다. 노태악 전 대법관이 퇴임한 날이 3월3일이다. 앞서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가 후임자 후보 4명을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추천한 건 1월21일이다. 관례대로라면 이들 중 한 명이 대법관 자리를 채웠어야 한다. 조 대법원장은 그러나 후임자 제청을 미루고 있다. 미루는 사유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 그사이 연간 4만건 이상 접수되는 상고심 사건 심리는 지연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의 책임 방기로 시민들만 피해를 보는 것이다.

공백 사태 장기화의 배경에는 청와대와 대법원의 견해차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각자 선호하는 후보가 다르다는 것이다. 양측이 조율한 후보가 제청돼 임명에 이른다면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입장이 다르다고 언제까지 대법관 자리를 비워둘 텐가. 특히 지난달 노경필 대법관이 공석 중이던 법원행정처장에 취임하면서 상고심 심리 지연 사태가 현실화한 터다. 대법원에선 대법원장과 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관 12명이 3개 소부로 나뉘어 재판 업무를 맡는다. 노 대법관이 행정처장이 됨에 따라 대법원 3부에서 그가 주심을 맡아온 사건 중 상당수는 심리가 중단됐다. 여기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내외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담배소송’도 포함돼 있다. 헌법상 대법관은 대법원장이 제청하면 국회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돼 있다. 모든 절차의 출발점은 대법원장이다. 더 이상 ‘조율’ 핑계 대지 말고 소신 있게 후임자를 제청해야 마땅하다.

대법관 1인이 공석인 상태에서, 이흥구 대법관도 다음달 퇴임을 앞두고 있다. 이 대법관 후임을 논의하기 위한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가 4일 열릴 예정이다. 이 대법관 후임 후보군이 추려지면 조 대법원장이 노 전 대법관 후임까지 한꺼번에 제청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모양이다. 청와대와 대법원이 선호하는 후보를 각각 한 명씩 선택하는 방식으로 조율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법관 공백 사태가 확대되고 장기화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법관직을 ‘정치적 거래’ 대상으로 삼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조 대법원장은 노 전 대법관 후임부터 즉각 제청하는 것이 순리다.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한국 사법에 혁명적 변화가 예고된 상황이다. 중심을 잡아야 할 최고법원에 더 이상 공백이 있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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