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반값 클라우드로 유혹한 中…교수 'AI 연구' 통째로 넘어갈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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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 명문대 항공우주 분야 연구실에 올해 초 한 중국인 유학생이 "인공지능(AI)을 항공우주 연구에 접목하는 기술을 배우고 싶다"며 찾아왔다. 이 교수는 "민감 과제를 맡긴 것은 아니지만 이 학생이 연구 과정에서 습득한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최근 국내 한 과학기술원은 중국의 빅테크가 AI 분야 교수들에게 반값 수준의 자사 그래픽처리장치(GPU) 클라우드 사용을 제안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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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술 탈취 먹잇감 된 대학
연구 인프라 등 '검은 제안' 급증
정년 앞둔 교수들엔 고액 연봉도
기술 탈취에도 '솜방망이 처벌'
수사당국 "암수 범죄 많을 것"
국내 한 명문대 항공우주 분야 연구실에 올해 초 한 중국인 유학생이 “인공지능(AI)을 항공우주 연구에 접목하는 기술을 배우고 싶다”며 찾아왔다. 연구 역량은 뛰어났지만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직속 대학인 국방과학기술대 출신이라는 점이 걸렸다. 지도교수는 국가정보원을 통한 신원 확인을 권하는 주변 조언을 무시한 채 학생의 연구 의지를 믿고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 학생은 합류 5개월 만에 돌연 중국으로 돌아간 뒤 연락이 두절됐다. 이 교수는 “민감 과제를 맡긴 것은 아니지만 이 학생이 연구 과정에서 습득한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 ‘유출 낙인’ 우려에…신고 기피 만연
국내 대학에서 첨단기술을 연구하던 유학생이 잠적하거나 연구자료를 반출하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연구 보안에 빨간불이 켜졌다.
2일 경찰청에 따르면 산업 기술 유출 사범 검거 건수는 지난해 국내 146건, 국외 33건 등 총 179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국외 유출 검거 건수는 2021년 9건에서 33건으로 세 배 이상으로 늘었다.

전기차 충전기 기술을 연구하던 베트남 유학생 사건이 대표 사례다. 서울의 한 대학 석사과정에서 전기차 충전 효율을 높이는 ‘양방향 탑재형 충전기’ 기술을 연구하던 베트남 국적 A씨는 2023년 클라우드에 저장해둔 자료를 내려받은 뒤 귀국해 현지 기업에 활용하려 한 것으로 조사돼 지난해 12월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지난 4월 항소심에서 자료가 실제 제3자에게 제공되거나 경제적 이익으로 이어진 사실이 입증되지 않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으로 감형됐다.
보안업계와 수사당국은 드러나지 않은 이른바 ‘암수 범죄’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 유출 사실이 알려지면 대학의 평판이 떨어지고 해외 연구기관과 기업의 보안 검증이 강화돼 공동 연구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한 빅테크는 KAIST에 공동 연구를 제안하며 이 대학에서 2017~2019년 자율주행 센서 기술이 유출된 ‘라이다(LiDAR) 사건’의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정년 앞둔 교수 향한 ‘달콤한 제안’도
기술 유출로 이어질 수 있는 해외 기관의 접근은 인재 영입뿐 아니라 연구 인프라를 제공하는 형태로도 이뤄지고 있다. 최근 국내 한 과학기술원은 중국의 빅테크가 AI 분야 교수들에게 반값 수준의 자사 그래픽처리장치(GPU) 클라우드 사용을 제안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대학의 연구자료와 학습 데이터가 해외로 넘어가는 보안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 과학기술원은 교수들에게 클라우드 사용을 자제하라고 안내했다.
중국의 군사·안보 연구를 이끄는 이른바 ‘국방칠자(國防七子)’ 소속 대학은 국내 주요 대학 교수들에게 의무 체류 기간 없이 고액 연봉을 받고 연구할 수 있다는 내용의 협업을 제안하는 이메일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정년을 앞둔 국내 주요 대학 교수가 대상이다.
보안 문제를 학교 본부가 파악하는 과정은 개별 연구자의 자진 신고에 의존하고 있다. 2024년 KAIST 교수 149명에게 중국의 해외 인재 유치 사업인 ‘천인계획’의 변종으로 의심되는 포섭 메일이 무더기로 발송된 사건도 교수 한 명이 자진 신고한 뒤에야 대학 본부가 인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오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요즘은 산학협력에 참여한 대학 연구원 등 기업 사정에 밝은 외부 인력을 통해 핵심 기술에 접근하는 사례가 많다”며 “연구 종료 후 자료 귀속과 보관·반출 기준을 명확히 하는 보안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영기/최영총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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