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넘어온 5만명 모로코 복귀...멜로니·르펜 ‘반이민’ 선동 강화

천호성 기자 2026. 8. 2.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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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각) 북아프리카의 스페인령 도시 세우타에서 바다를 헤엄쳐온 이주 시도자들이 곤봉 든 경찰을 피해 달아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최근 모로코에서 스페인 세우타로 넘어온 5만여명 중 대부분이 스페인 당국의 통제 아래 본국으로 돌아갔다. 각국 극우 정당들은 이번 사건을 ‘반이민’ 기조를 굳힐 기회로 보고 있다.

1일(현지시각) 페르난도 그란데마를라스카 스페인 내무장관은 지난달 30일부터 북아프리카의 스페인 영토 세우타에 헤엄쳐왔던 이주 시도자가 “거의 모두” 본국으로 떠났으며, 지역 치안 상황이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그는 최소 67명이 바다에서 익사하는 등 월경 시도 과정에서 숨졌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30·31일 5만명 이상이 세우타 인접 모로코 도시 프니데크를 출발해 튜브를 타거나 맨몸 수영으로 세우타 해안에 상륙한 바 있다. 세우타는 북아프리카 지중해변의 스페인 영토 2곳 중 하나다. 모로코-스페인 국경엔 무단 월경을 막을 검문소·장벽·방파제 등이 있지만, 이들은 먼바다로 최장 5㎞를 헤엄쳐 감시 시설을 피했다. 르몽드는 이번 사건을 “스페인에 닥친 전례 없는 (이민) 위기”라며 “2021년 5월 이주민 1만명이 세우타에 한꺼번에 들어왔던 사태를 훨씬 뛰어넘는다”고 전했다.

이날 스페인 당국은 세우타와 프니데크 사이 해상 국경에 길이 500m 차단벽을 새로 세웠다. 또 무단으로 국경을 넘은 이들 중 누구도 도시를 떠나 유럽 본토로 이동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7월30일, 31일 바다를 건너 스페인 세우타에 상륙했던 사람들이 1일 스페인 치안 병력의 통제에 따라 모로코로 걸어서 돌아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번 사태 원인을 두고 모로코 정부가 일부러 이민 시도를 막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7월20일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서사하라 영유권을 두고 모로코와 갈등하는 알제리를 방문하자, 모로코가 무더기 이민을 방치해 ‘역공’했다는 것이다.

유럽 각국 극우 정당들은 스페인 집권 사회당의 ‘이민 친화’ 정책을 탓하고 나섰다. 올해 초 산체스 정부가 불법체류자와 가족 최대 100만명의 취업을 합법화하는 정책을 내놓아 위기를 자초했다는 주장이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 형제들’은 지난달 31일 소셜미디어에 세우타 거리를 달리는 외국인들의 영상을 올리며 “이것이 이탈리아 좌파가 그토록 좋아하는 산체스식 모델”이라고 썼다. 멜로니 정부는 같은 날 스페인에 대한 솅겐 조약(유럽연합 국가 간 국경 검문 철폐 조약) 적용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힌 상태다.

덴마크·핀란드가 이탈리아 조처를 지지했다. 덴마크에서는 중도좌파 사회당 정부가 집권 중이지만, 최근 반이민 기조의 극우 인기가 오르며 사회당도 이민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멜로니 총리 등 유럽연합 22개국 정상은 1일 유럽연합(EU)에 회원국 내무장관 긴급 화상회의를 소집해달라고 요구하며 스페인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등이 요구 서한에 서명했다. 스페인과 국경을 맞댄 프랑스·포르투갈 정상은 동참하지 않았다.

서명자들은 “통제되지 않은 대규모 월경, 이주의 도구화 또는 기타 하이브리드(복합) 위협이 유럽연합에 불법 입국할 수 있다는 인식을 만들어내도록 방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은 오는 4일 법무·내무장관 회의를 소집해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을 논의하기로 했다.

극우 진영은 이번 사태를 기회로 더욱 강경한 이민 통제를 주장할 태세다. 프랑스 극우 국민연합의 대선 후보 마린 르펜은 엑스(X)에 “프랑스는 지체 없이 국경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2027년(프랑스 대선)에는 솅겐 자유 이동을 유럽연합 국민에게만 허용해 이 광기를 끝낼 것”이라고 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세우타의 이주민 유입이 “재앙” “침공”이라며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당선되지 않으면 똑같은 일이 우리에게 벌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은 지난달 31일 산체스 총리를 향해 “이주를 원하는 가자지구 주민을 전부 받아들이라”고 조롱했다. 알렉산드르 그루시코 러시아 외무차관 역시 같은 날 기자들에게 이번 사태가 “유럽연합이 수년간 추진해온 이민정책 실패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러시아는 각각 가자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산체스 정부가 자기편을 들지 않는다며 스페인을 비난해왔다.

산체스 총리는 이런 주장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1일 엑스 글에서 유럽연합 국경·해안경비청 통계를 인용해, 2021년부터 올해까지 스페인에 도착한 이주민은 약 23만4760명으로 이탈리아(47만8600명)의 절반 정도였다고 알렸다. 1일 유럽연합에 보낸 서한에서도 이탈리아의 국경 검문 재개 등이 “우리를 하나로 묶는 유럽법과 인도주의법, 연대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유럽연합은 이런 식의 이기적인 반응을 참을 수 없다”고 썼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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