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2000억 소부장에도 빅테크 줄 섰다...삼성·SK 아니어도 장기계약 보편화
ISC·대덕전자 등 중견 기업도 합류
삼성전자 "메모리 60% 장기계약으로"
단년 계약보다 큰 선수금, 설비투자로

인공지능(AI) 인프라 수요 폭증으로 인해 메모리 분야에 퍼졌던 장기 계약(LTA) 관행이 반도체 소재·부품 분야로도 확산되고 있다. 낙관적인 시장 전망에 대규모 선수금까지 쥐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영세한 국내 소부장 기업도 속속 대규모 설비 투자 계획을 세우고 있다.
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AI 인프라 관련 소재·부품 매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소부장 기업들이 빅테크와 3~5년 단위의 장기 납품 계약을 맺어가고 있다. 반도체 불량 여부를 판별하는 검사 공정에 필요한 장비와 부품을 생산하는 SKC 자회사 아이에스시(ISC)도 그중 하나다. ISC는 지난달 27일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북미 데이터센터 인프라 고객사, AI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앙처리장치(CPU), 메모리 등 7개사와 LTA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매출 2,202억 원의 코스닥 상장사가 연매출 수백조 원 대의 빅테크들과 수 년짜리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는 AI 인프라 수요로 인한 공급 부족 현상이 GPU나 고대역폭메모리(HBM) 같은 반도체 완제품에서 소재 부품 업체로 확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ISC의 경우 AI 데이터센터의 서버랙에 탑재하는 연결성 검사 부품이 장기 계약 대상이 됐다.
전기를 저장했다가 적기에 공급하는 반도체 부품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역시 AI 투자 폭증으로 빅테크들이 입도선매에 나선 품목 중 하나다. 삼성전기는 지난달 30일 2분기 실적발표에서 기업 10여 곳과 AI 서버용 MLCC 납품 장기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반도체 기판 역시 대형 기판인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 등 AI 서버용 고부가가치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LG이노텍, 삼성전기 같은 공급사도 빅테크와 장기 계약을 맺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연매출 1조 원으로 두 기업에 비해 규모가 작은 대덕전자 역시 빅테크 여러 곳과 장기 계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DB증권은 최근 대덕전자 실적전망 보고서에서 "선수금의 경우 1개 고객사와 구체적인 협의가 마무리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메모리 완제품 시장에선 이제 5년 단위 장기 계약이 대세가 됐다. 3월 주주총회에서 "다년 공급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던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 2분기 실적발표에서 5대 글로벌 데이터센터 고객사와 5년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추진 중인 협상까지 완료되면, 전체 메모리 생산량의 60% 이상을 장기 계약 물량으로 채울 거라고 보고 있다.
장기 계약의 이점은 안정적 매출 확보뿐 아니라 현금 확보를 통해 대규모 설비 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데에도 있다. 큰 규모의 선수금을 쥘 수 있기에 수천억 원 단위의 투자 계획을 세우는 소부장 기업들도 나오고 있다. ISC는 현재 연간 200만 개 규모의 장비 생산 능력을 2029년까지 500만 개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며, 장기 계약 선수금을 토대로 내년 상반기까지 최대 1,000억 원의 설비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대덕전자도 지난 달 20일 4,970억 원의 신규 설비 투자 계획을 공시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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