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근무가 두려웠다” 35세 주무관이 2개월 만에 만든 AI, ‘재난 골든타임’ 바꿨다

강정의 기자 2026. 8. 2.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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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혁 세종시 주무관, ‘세종SIREN’ 자체 개발
생성형 AI ‘바이브 코딩’ 방식 재난대응 플랫폼
상황전파 10분→10초로···“골든타임 확보”
세종시청 시민안전실 자연재난과 소속 안주혁 주무관. 본인 제공

“방대한 텍스트 기반 매뉴얼과 흩어져 있는 시스템을 사람이 일일이 찾고 전화를 돌리는 방식이 과연 최선일까.”

세종시 재난안전상황실에서 근무하는 안주혁 주무관(35·사진)은 2일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재난 유형을 확인하고 매뉴얼 수십 종을 뒤져 전파 대상 부서를 찾은 뒤 상황전파문을 작성하는 사이 골든타임은 흘러갔다. 인력이 적은 야간이나 휴일에는 특히 정보 전달이 지연되거나 누락될 우려가 적지 않았다.

최종 판단은 사람이 하되 반복 업무만 인공지능(AI)가 대신하면 어떨까. 현장에서 시작된 안 주무관의 고민은 생성형 AI를 활용한 재난대응 플랫폼 ‘세종SIREN’ 개발로 이어졌다. 세종시는 별도 예산을 들이지 않고 현재 세종SIREN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안 주무관은 기존 재난 대응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로 ‘필요한 정보를 제때 찾기 어려운 구조’를 꼽았다. 위기대응 행동조치 매뉴얼만 51종에 달하고 주민대피계획과 당직 대응까지 더하면 현장에서 즉시 활용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그는 “재난이 발생하면 급박한 상황에서 방대한 매뉴얼을 일일이 확인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참고해야 할 자료가 워낙 많다 보니 복합재난이 발생하면 상황 근무자의 심리적 부담도 상당했다”고 말했다.

생성형 AI ‘챗GPT’ 커스텀 GPT 기능을 이용해 상황전파문 자동 생성 기능을 만든 것이 시작이었다. 효과를 확인한 안 주무관은 전파 대상 추천, 국민행동요령 작성, 긴급재난문자 작성 등 기능을 추가했다. 올해 초에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을 접하면서 세종SIREN 개발을 시작했다.

세종SIREN 메인화면. 세종시 제공

그는 “기능별로 흩어져 있던 AI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개발 착수 이후 약 두 달 만에 시범 운영 단계까지 완성했다”고 말했다.

안 주무관은 개발자 출신이 아니다. 3일마다 교대하는 재난안전상황실 근무자로, 세종SIREN은 그가 개인적으로 구독한 월 100달러짜리 AI 서비스를 활용해 틈틈이 만든 시스템이다. 안 주무관은 “AI와 계속 대화하며 배우는 방식으로 개발했다”며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과정 자체가 공부였고, 결과물이 현장에서 실제로 쓰이니 보람있다”고 말했다.

세종SIREN은 재난 유형을 자동 분류하고 전파 대상 부서를 추천하며 상황전파문과 긴급재난문자 초안을 생성한다. 폐쇄회로(CC)TV를 활용해 도로 침수나 하천 수위를 자동 분석하고 위험 기준을 넘으면 담당자에게 알림도 보낸다.

재난 유형 분류 정확도는 약 96% 수준이다. 담당자의 최종 판단 결과를 다시 학습하는 구조여서 사용할수록 정확도가 높아진다.

무엇보다 달라진 점은 골든타임 확보다. 기존에는 재난 상황 1건을 전파하는 데 10분 이상 걸렸지만, 현재는 10초 안에 초안이 완성된다. 담당자는 AI가 작성한 내용을 확인·보완한 뒤 최종 발송만 하면 된다.

지난달 집중호우 당시에는 금남면과 연서면, 조치원읍 주민 대피가 필요한 지역을 판단해 담당 공무원에게 즉시 안내 문자를 보내고 주요 도로와 하천 CCTV를 통해 침수 위험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데 활용됐다.

안 주무관은 이번 개발이 현장 실무 공무원의 경험과 AI가 결합해 만들어낸 결과물이자, 전국 지자체에서도 활용 가능한 재난 대응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업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직접 개발하다 보니 어떤 기능이 필요한지 바로 판단할 수 있었다”며 “통상 용역으로 시스템을 개발하면 최소 1년 이상 걸리지만, AI를 활용하면 기획부터 유지관리까지 훨씬 빠르게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안 주무관은 “재난안전 분야는 전국 지자체가 비슷한 체계로 운영되는 만큼 지역 데이터만 바꾸면 다른 지자체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모델”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시민과 국민의 재난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는 플랫폼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세종SIREN 긴급재난문자 생성 화면. 세종시 제공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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