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커버스토리] 사망보험금 당겨 써도 남는 요양비…'중간 돌봄' 공급부터 늘려야
소유·운영 분리하고 재가돌봄 키워 비용·수요 함께 낮춰야
월 250만~480만원의 비용이 드는 보험사 요양시설을 개인의 보험자산만으로 감당할 수 있을까. 금융위원회가 공개한 사망보험금 유동화 출시 초기 계약의 초년도 지급액은 평균 455만8000원으로, 시설 이용료와 규모를 단순 환산하면 연간 비용의 7.9~15.2% 수준이다. 실제 요양시설 이용자의 충당 실적은 아니지만 사망보험금 유동화가 돌봄비를 보태는 수단일 수는 있어도 중간 가격대 시설의 부재를 대신할 해법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보조 현금흐름'
요양 돌봄비는 보유자산의 총액보다 매달 꺼내 쓸 현금이 있느냐의 문제다. 보험연구원이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분석한 결과 2024년 3월 말 기준 70대 가구의 평균 자산은 5억5538만원이지만 금융자산은 9099만원으로 16.4%에 그쳤다. 80대 이상은 자산 3억6229만원 가운데 금융자산이 5001만원, 13.8%였다. 평균치라 자산 격차는 드러나지 않지만 고령층 자산이 실물자산에 묶인 구조는 선명하다.
정부가 종신보험의 사망보험금 일부를 생전에 쓰게 하는 유동화 제도를 도입한 배경이다. 지난 2025년 10월 30일 5개사에서 시작해 올해 1월 2일부터 대상 계약을 보유한 19개 생보사로 확대됐다. 금융위가 제시한 대상 계약은 60만건, 가입금액은 25조6000억원이다.
금융위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출시 초기 실적을 보면 같은 해 12월 15일까지 신청은 1262건, 초년도 지급액은 총 57억5000만원이었다. 한 계약당 평균은 연 455만8000원이었고 금융위는 이를 월 환산 약 37만9000원으로 제시했다. 평균 신청 연령은 65.3세, 유동화 비율은 89.4%, 지급 기간은 7.8년이었다.
초기 평균 지급액을 보험연구원이 집계한 보험사 시설 이용료와 같은 연 단위로 단순 환산하면 격차가 선명하다. 시설비는 연 3000만~5760만원인 반면 유동화 초년도 지급액은 455만8000원으로, 규모로는 시설비의 7.9~15.2%다.
제도의 구조적 한계도 있다. 지급 재원은 종신보험에 쌓인 해약환급금이며 유동화 비율은 사망보험금의 최대 90%다. 유동화한 만큼 유족에게 남는 사망보장은 줄어든다. 신청 시 보험계약대출 잔액이 없어야 하는 등 요건이 있고 대상 종신보험을 보유하지 않은 고령자는 이용할 수 없다. 보험·연금·주택을 묶어 돌봄 현금흐름을 설계하더라도 자산이 없는 노인까지 포괄할 공적 안전망이 별도로 필요한 이유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요양비 전체를 해결하는 상품이라기보다 국민연금이나 퇴직연금에 보태는 보조 현금흐름으로 봐야 한다"며 "수령액뿐 아니라 유동화 뒤 남는 사망보험금과 지급 기간을 함께 비교해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시설 원가 낮추야
수요자의 자산을 현금화하는 것과 함께 공급 비용을 낮춰야 한다. 한국은행은 전국에 같은 일당 정액수가를 적용하면서 지역별 부동산 비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를 도심 시설 부족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토지·건물 소유에 따른 기회비용을 반영하고 비급여 수입을 제외한 분석모형에서 서울 시설은 월 800만원 적자, 경남 시설은 월 2000만원 흑자로 추산됐다. 실증분석에서는 지가가 10% 높을수록 장기요양 1·2등급자 대비 잔여 정원 비율이 2.3%포인트 낮은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은 토지·건물의 귀속임대료를 법정 비급여로 분리해 대도시 공급을 유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공급 유인은 커질 수 있지만 부동산 비용을 이용자에게 넘기면 중산층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딜레마가 남는다. 공급 확대와 가격 접근성을 동시에 잡으려면 다른 비용 절감 장치가 함께 가야 한다.
보험연구원이 제시한 대안은 시설의 소유와 운영을 분리하는 것이다. 운영사가 민간 부지를 장기 임차하거나 건물 전체를 빌리는 마스터리스, 요양시설을 담는 헬스케어 리츠·장기요양 인프라펀드를 허용하면 보험사 자본이 토지와 건물에 묶이는 부담을 덜 수 있다. 보험사는 부동산 소유자가 아니라 전문 운영자와 장기 투자자로 참여할 수 있다.
규제 완화가 곧바로 이용료 인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토지·건물 비용을 낮춰준 효과가 중간 가격대 병상 공급과 이용자 부담 완화로 이어지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시설 입소 수요를 낮추고 살던 집에서 지내는 기간을 늘리는 재가돌봄은 돌봄 공급의 다른 축이다.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전남 영암의 80대 독거노인 사례를 보면, 골절 수술을 받은 이 노인은 퇴원 뒤 곧바로 장기 입소시설로 가지 않고 '중간집'에서 단기 집중서비스를 받았다. 이후 방문 복약지도·운동과 주거환경 개선을 거쳐 자택으로 돌아갔다.
지난 3월 27일 전국적으로 시행된 지역사회 통합돌봄에는 6월 26일까지 4만6215명이 신청했고 3만7304명이 1인당 평균 3.3건의 서비스를 연계받았다. 제공 서비스는 가사·이동 등 일상생활돌봄 43.1%, 건강관리·예방 19.7%, 방문요양 등 장기요양 12.8%, 주거복지 10.1%, 방문진료·간호 등 보건의료 9.1% 순이었다.
이재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가 시설 중심의 보험사 요양시설 공급 확대는 소득 계층 간 돌봄 접근성 격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중산층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요양시설 부동산은 리츠나 펀드가 보유하고, 보험회사는 소유자가 아닌 운영자·투자자·보험서비스 제공자로서 참여하는 구조가 가능해지면, 보험회사의 자본이 시설 소유에 과도하게 묶이는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