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글로벌 기업과 특허전 나선 韓 스타트업…“해외 분석 의존, 정보주권 위협” [온체인 정보주권]下

박정호 기자 2026. 8. 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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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스타트업, 체이널리시스코리아와 검색 특허 공방…무효심결 취소 예고
수사기관·거래소 해외 분석서비스 활용…라벨·분석 경험 국내 축적 과제
“국외 이전·보관·재사용 조건 점검…오류 검증·정정 절차 마련해야”

신호열 유니크코드 대표가 23일 이투데이 빌딩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박정호 기자 godot@)

블록체인 거래기록은 공개돼 있지만 어느 지갑이 누구의 것인지, 자금이 어떤 경로로 이동했는지, 해당 거래가 얼마나 위험한지는 원장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주소 라벨과 거래 관계, 수사정보 등을 결합해 해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호열 유니크코드 대표는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국내 수사기관과 금융회사가 해외 온체인(거래소 밖 블록체인) 분석 서비스를 활용하더라도 주요 판단 근거를 국내에서 독립적으로 검증하고 필요한 경우 재현할 수 있는 기반은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블록체인 데이터 검색 기술 스타트업인 유니크코드는 글로벌 분석기업 체이널리시스와 ‘블록체인 데이터 검색 방법’ 특허를 두고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체이널리시스는 한국 법인을 통해 국내 공공기관과 가상자산거래소에 서비스를 공급한다. 경찰청은 올해 체이널리시스 분석 프로그램과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라이선스 갱신 입찰에 36억7766만원을 배정했다. 국내 한 원화거래소는 개인정보 처리방침에서 체이널리시스를 국외 수탁업체로 공개하고, 이상거래 탐지와 거래 안전관리를 위해 이용자의 디지털자산 주소를 네트워크를 통해 국외로 이전한다고 명시했다.

멀티체인 검색 특허 두고 공방…유니크코드, 무효심결 취소소송
유니크코드가 제시한 ‘블록체인 데이터 검색 방법’ 국내 특허증. 신 대표는 동일한 발명으로 미국·호주·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 11개국에서 등록받은 특허 증서와 캐나다 특허청의 허여가능 통지서도 함께 제시했다.(출처=유니크코드)

유니크코드는 지난해 12월 체이널리시스코리아와 당시 온체인 분석 솔루션 리액터(Reactor)의 국내 공급사인 코어시큐리티를 상대로 특허권침해금지가처분을 신청했다. 체이널리시스코리아는 올해 2월 27일 특허 청구항 1에 대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했다.

특허심판원은 5월 15일 구술심리를 거쳐 6월 12일 청구항 1을 무효로 하는 심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방법원도 같은 달 22일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신 대표는 “가처분 기각 결정은 리액터가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확정한 본안판결이 아니다”며 “무효심결의 사실인정과 법리 적용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 특허법원에 심결취소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니크코드 특허 청구항 1은 △해시값 또는 블록 번호 수신 △검색어 형식에 따른 블록체인 네트워크 후보 선정 △후보 중 하나 이상의 네트워크 선택 △선택된 네트워크 검색 △검색 데이터 전송으로 이어지는 처리 구조를 규정한다.

신 대표는 이를 검색 가능한 네트워크 후보를 먼저 정하고 선택된 네트워크에서 데이터를 찾는 과정이 순차적으로 결합된 구조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해당 특허가 주소 식별, 거래경로 추적, 위험도 판단 등 온체인 분석 전반을 포괄하는 것은 아니며, 분석 대상 데이터를 찾아 후속 분석으로 연결하는 진입 단계의 특정 처리 구조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대표는 특히 블록체인 네트워크, 풀 아카이벌 노드, 검색용 인덱스 데이터베이스가 실시간으로 연동되는 구조를 쟁점으로 봤다. 그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A, 풀 아카이벌 노드를 B, 인덱스 데이터베이스를 C라고 하면 A와 B의 연결이 멈출 경우 C만으로는 최신 거래를 제공할 수 없다”며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연동되는 구조를 어떻게 평가할지가 쟁점”이라고 말했다.

신호열 대표가 체이널리시스의 공개 발표 ‘Blockchain Intelligence’(Links 2025) 영상에서 Reactor 검색 화면을 확인하고 있다. 영상에서는 0x로 시작하는 트랜잭션 해시가 입력된 뒤 이에 대응하는 이더리움 거래와 ETH 클러스터가 불러오기 대상으로 표시된다. 특허법인 지평은 Reactor의 검색 화면 등 외부 동작과 체이널리시스의 데이터 수집·인덱싱 관련 기술자료를 청구항 1의 구성요소와 대조했다.(박정호 기자 godot@)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의 특허분쟁 대응전략 지원사업을 통해 특허법인 지평이 작성한 보고서는 리액터가 청구항 1의 구성요소를 모두 포함한다는 분석 의견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리액터의 해시값 수신과 네트워크 후보 표시, 후보 선택, 자체 노드·데이터베이스 검색, 데이터 수신과 결과 표시 과정을 청구항의 각 구성과 대조했다.

유니크코드는 심결취소소송에서 선행논문에 직접 기재되지 않은 처리과정까지 인정한 점과 사용자의 플랫폼 선택을 시스템의 네트워크 후보 선정·선택 과정과 동일하게 본 점, 선행논문에 없는 후보 선정 과정을 기술상식으로 보충한 점 등을 다툴 예정이다. 이는 유니크코드 측의 주장으로 향후 특허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이번 분쟁을 계기로 블록체인 기술을 보유한 국내 스타트업의 지식재산권 보호 체계와 함께, 공공·금융 영역에서 활용되는 온체인 분석 인프라의 검증 가능성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제기됐다. 신 대표에 따르면 하정우 전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은 강연 현장에서 관련 사정을 들은 뒤 이메일을 통해 스타트업 지식재산권 보호 과정의 불합리한 부분과 제도적 개선 과제를 계속 살펴보겠다는 뜻을 전했다.

해외 분석서비스 계약·데이터 관리부터 점검해야

다만 특허의 유효성과 침해 여부에 관한 법적 판단은 해외 온체인 분석 인프라 의존 문제와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유니크코드 특허가 최종적으로 인정되는지와 무관하게 해외 분석 결과를 국내에서 검증·재현할 기반이 필요한 이유다.

블록체인 원장에는 주소와 거래금액, 이동시점 등 원천 데이터가 기록된다. 반면 주소의 실제 주체와 범죄·제재 연관성, 거래 위험도는 분석기업이 축적한 주소 라벨과 클러스터링 기준, 수사·거래소 정보 등을 결합해 판단한다. 국내 기관이 해외 플랫폼의 결과값에만 의존할 경우, 주소 라벨의 근거와 변경 이력, 클러스터링 기준 등을 확인하거나 같은 분석을 국내에서 재현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해외 서비스에 입력된 지갑주소와 거래정보, 기관이 생성한 라벨·메모·첨부자료의 저장 위치와 재사용 방식도 쟁점이다. 장기 의존은 국내 사건의 분석 경험이 기술자산으로 축적되는 것을 막고, 가격이나 계약조건 변경 또는 서비스 중단이 핵심 업무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키운다.

신 대표는 정보주권 확보의 첫 단계로 해외 분석서비스 이용 현황과 계약 구조, 데이터 처리 조건을 점검해야 한다고 봤다. 국외로 이전되는 정보와 처리·저장 위치, 보관기간, 접근권한, 목적 외 재사용 여부, 계약 종료 시 반환·삭제 조건을 확인하고 분석 오류를 국내에서 검증·정정할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용자와 연결된 주소가 잘못 분류되면 개인은 거래 제한이나 추가 소명을 요구받을 수 있다. 국내 기업은 해외 분석 결과를 참고하더라도 최종 판단과 이용자 대응을 맡아야 한다. 해외 의존이 지속되면 국가 역시 수사·감독에 필요한 데이터와 분석 경험을 축적하기 어렵다.

토큰증권과 스테이블코인 등 블록체인 기반 자산이 확대되면 분석 대상도 증권의 보유·이전과 결제, 산업별 자금 흐름으로 넓어진다. 신 대표는 관계부처와 수사기관, 금융기관, 거래소, 국내 기술기업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데이터 관리와 검증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정보주권은 해외 솔루션을 배제하자는 주장이 아니다”며 “해외 기술을 활용하더라도 분석 결과의 근거를 확인하고 국내에서 검증·재현할 수 있는지, 서비스가 중단되거나 계약 조건이 바뀌어도 핵심 업무를 이어갈 수 있는지를 공공조달과 계약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