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시장 개방에 커지는 자금추적 수요…온체인 ‘판단주권’ 과제 [온체인 정보주권]上

박정호 기자 2026. 8. 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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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참여 확대에 거래감시 범위도 거래소 밖 지갑으로 확장
주소 라벨·클러스터링·크로스체인 추적이 온체인 분석 핵심
해외 솔루션 의존 속 국내 데이터 축적·검증 기반 구축 과제
(챗GPT)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진입을 목전에 두고 거래감시 범위가 거래소 내부에서 온체인(거래소 밖 블록체인) 지갑까지 넓어질 전망이다. 기관과 커스터디(수탁)의 참여가 늘수록 지갑 소유자와 자금 흐름을 판별하는 온체인 분석 역량도 중요해진다. 해외 솔루션을 활용하더라도 국내에서 결과를 검증·재현할 기반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법인시장 개방과 커스터디 제도화 논의가 진행되면서 가상자산 거래 감시의 범위도 거래소 내부 계정에서 온체인 지갑과 수탁 지갑으로 넓어지고 있다.

현재 개인 투자자 중심의 국내 시장에서는 거래소가 고객확인(KYC)을 거친 계정과 내부 거래내역을 토대로 거래 위험의 상당 부분을 관리할 수 있다. 그러나 법인 참여가 확대되면 자금이 거래소와 커스터디 업체, 운용 주체, 거래 상대방의 지갑을 오가면서 단일 거래소의 정보만으로 전체 흐름을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지갑 간 이동 경로와 자금 출처, 거래 상대방의 위험을 분석하는 온체인 데이터와 주소 라벨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법인시장 개방과 별개로 국내 수사기관과 조세당국은 가상자산 범죄 수사와 은닉재산 추적에 이미 온체인 데이터를 활용한다. 나라장터에 공개된 경찰청·대검찰청·국세청 조달문서를 종합하면 이들 기관은 세부 요구사항에 차이는 있지만 △거래소·믹서·랜섬웨어 관련 주소 식별 △동일 주체로 추정되는 주소의 클러스터링 △크로스체인 자금 추적 △디믹싱 △실시간 감시 등을 주요 기능으로 제시했다.

블록체인 원장에는 주소와 거래금액, 이동 시점이 기록되지만, 지갑 소유자의 신원과 거래 위험도는 드러나지 않는다. 분석 프로그램은 개별 주소를 거래소·수탁업체·믹서·제재 대상 등과 연결하는 라벨을 부여하고 동일한 주체가 관리할 가능성이 큰 주소를 하나의 클러스터로 묶어 자금의 출발점과 도착점을 추적한다.

가상자산 추적 수사는 주로 트랜잭션 해시나 지갑주소에서 시작한다. 연결된 주소와 자금 흐름을 따라 자금이 유입된 거래소나 서비스를 찾은 뒤 영장, 자료제출 요구, 국제 수사공조 등을 통해 확보한 고객정보와 결합해야 실제 이용자를 식별할 수 있다.

체이널리시스 등 글로벌 분석기업은 데이터 수집과 검색, 주소 식별, 거래경로 시각화, 사건관리,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결합한 분석환경을 제공한다. 국내 기관이 구매하는 대상 역시 단순한 검색 프로그램보다 지속해서 갱신되는 데이터베이스와 분석기능을 묶은 서비스에 가깝다.

해외 프로그램을 장기간 이용하면 국내 인력의 도구 활용 경험은 늘어난다. 반면 이 같은 분석 노하우가 국내 기관의 기술자산이나 검증 역량으로 자동 이전되지는 않는다. 자체 분석 기반 없이 활용 범위만 넓어지면 핵심 업무의 해외 사업자 의존도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

판단의 독립성과 책임성을 확보하려면 국내에서도 원천 데이터를 수집·인덱싱해야 한다. 주소에 실제 주체와 위험정보를 부여하는 작업(라벨링), 동일 주체가 관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주소를 묶는 작업(클러스터링)도 자체적으로 수행할 기반이 필요하다. 서로 다른 분석 결과를 교차 검증해 오분류를 수정하고, 특정 서비스가 중단되거나 변경돼도 분석업무를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법인시장의 거래감시를 감독당국만의 역할로 설계해서는 안 된다”며 “기관과 커스터디가 거래 상대방과 자금 출처, 지갑의 위험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거래소 중심에서 지갑 중심 생태계로 갈수록 누가 지갑을 관리하고 위험을 검증하는지가 시장의 신뢰를 좌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